11월의 순천만습지
바람이 불면 갈대가 일제히 소리를 낸다.
순천만을 가득 메운 갈대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 갈대들을 보고
신경림 시인은 속으로 조용히 운다고 말했고
김선태 시인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황량하다고 소리치느냐며 물었다.
우리가 무엇을 듣던 갈대들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겨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갈대들은 서로의 몸을 비벼대며 소리를 낸다.
스스거리면서 사람들을 갈대밭 사이에 난 작은 길로 끌어들인다.
순천만의 갈대는 갯벌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보면 황금빛의 들녘을 연상시키고 가까이에서 보면 내가 키 작은 아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갈대를 받아들이면 갈대들이 말을 건다.
울음소리일 수도 있고 외로움에 사무친 외침일 수도 있다.
갈대에게서 무엇을 들을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
다른 사람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겨울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갈대 사이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갈대밭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더 이상 갈대들의 소곤거림은 들리지 않지만 그 대신 석양이 갈대밭 위에 내리깔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석양이 질 무렵에 용산전망대를 오르면 난간에 가득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석양이 지기를 기다린다. 일몰의 장관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각자가 손에 든 카메라는 제각각이지만 마음만은 한결 같다.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해둔 작은 소원을 하나씩 꺼내 본다. 갯벌과 갈대밭이 연출하는 일몰의 풍경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에 더 눈길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