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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Nov 08. 2016

갈대들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11월의 순천만습지

바람이 불면 갈대가 일제히 소리를 낸다.

순천만을 가득 메운 갈대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그런 갈대들을 보고

신경림 시인은 속으로 조용히 운다고 말했고

김선태 시인은 쉰 목소리로 그렇게 황량하다고 소리치느냐며 물었다.

우리가 무엇을 듣던 갈대들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겨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갈대들은 서로의 몸을 비벼대며 소리를 낸다.

스스거리면서 사람들을 갈대밭 사이에 난 작은 길로 끌어들인다.

순천만의 갈대는 갯벌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멀리서보면 황금빛의 들녘을 연상시키고 가까이에서 보면 내가 키 작은 아이가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갈대를 받아들이면 갈대들이 말을 건다.

울음소리일 수도 있고 외로움에 사무친 외침일 수도 있다.

갈대에게서 무엇을 들을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내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 

다른 사람에게는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가 겨울 바람을 타고 흔들리는 갈대 사이에서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

용산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갈대밭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더 이상 갈대들의 소곤거림은 들리지 않지만 그 대신 석양이 갈대밭 위에 내리깔리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석양이 질 무렵에 용산전망대를 오르면 난간에 가득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석양이 지기를 기다린다. 일몰의 장관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부단히도 애쓴다. 

각자가 손에 든 카메라는 제각각이지만 마음만은 한결 같다.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해둔 작은 소원을 하나씩 꺼내 본다. 갯벌과 갈대밭이 연출하는 일몰의 풍경보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에 더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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