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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Feb 12. 2017

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의 이야기

고양이가 나오는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고양이를 사랑한 작가들의 이야기인 <작가와 고양이>
그리고 소중한 것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주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두 권의 책을 소개했습니다.

TBS 교통방송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달콤한 밤 황진하입니다'의 책 소개 코너 '달콤한 서재'입니다.


>방송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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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서재 (With 책밤지기 이종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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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귀로 읽는 책 이야기 달콤한 서재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요?


종현

작년에 개가 나오는 책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잖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애견인만큼이나 애묘인도 많죠. 제 주변의 애묘인들의 요청을 받아서 이번에는 고양이가 나오는 책 두 권을 가져왔습니다.      


DJ

책밤지기는 어떠세요애견인에 가깝나요 애묘인에 가깝나요?


종현

지금은 애완동물을 따로 키우지는 않는데요. 언젠가 키우게 된다면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합니다. 러시안블루 종을 키우는 친구가 있는데 sns에 사진을 찍어서 올리는 걸 보면 정말 귀엽더라고요. 그리고 성격도 강아지보다는 고양이가 저랑 좀 더 맞는 거 같기도 하고요.     


DJ

미래의 애묘인인 책밤지기가 고른 고양이가 나오는 책어떤 책부터 소개해주실 건가요?


종현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작가와 고양이’라는 책입니다. 한국에서 작가로 살아가는 11명의 애묘인이 직접 풀어놓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에요.


DJ

작가라고 하면 소설가나 시인을 말하는 거죠어쩐지 작가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강아지보다는 고양이랑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종현

보통 그렇게 생각하죠. 강아지보다는 고양이가 좀 내성적이고 의뭉스러운 구석이 있잖아요. 주인이 와도 내색도 안 하고 어디 틈바구니에 숨어서 조용히 눈치만 살피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모습들이 왠지 작가라는 직업이랑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DJ

11명의 작가들이 직접 기르는 고양이에 대해서 쓴 건가요?


종현

맞습니다. 자기가 직접 기르는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먼저 떠나보낸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요. 길고양이를 돌보는 고양이 맘들이 있잖아요. 그런 이야기도 나옵니다. 

DJ

어떤 작가들이 참여했는지 소개 좀 해주세요.


종현

소설가로는 윤이형, 박형서 같은 분들이 있고요. 시인 중에는 곽은영, 이민하 씨가 있습니다. 웹툰 작가도 두 분이 참여했는데요. 아마도 고양이 좋아하는 분들은 이분들 이름을 잘 아실 거예요. D포털에서 연재하는 고양이 웹툰인데요. 탐묘인간의 순 작가, 상상고양이의 김경 작가도 에세이집에 참여했습니다. 이밖에도 경제학자로 유명한 우석훈 씨나 북디자이너도 참여했고요. 스펙트럼이 다양하죠.


DJ

굉장히 다양한 분들이 참여한 에세이집이네요고양이에 대해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놨을지 궁금한데요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고양이에 대한 노래인가요?


종현

물론입니다. W의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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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 – 만화가의 사려 깊은 고양이

https://youtu.be/iLMXcev11x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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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고양이에 대한 두 권의 책. 첫 번째로 11명의 작가가 참여한 에세이집 ‘작가와 고양이’ 이야기해볼게요. 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나요? 


종현

이 책은 뭐랄까 책 자체도 고양이 같은 느낌이에요. 고양이는 눈에 잘 안 띄잖아요. 조용하고 조심스럽고 그렇죠.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정이 가는데 이 책이 딱 그래요. 11명의 작가가 저마다 고양이에 얽힌 자기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요. 그 이야기들이 뭔가 대단한 스토리가 있거나 희로애락이 분명해서 막 재밌거나 슬프거나 한 것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자꾸만 읽게 되고 왠지 모르게 계속 손이 가는 책이에요.     


DJ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을까요? 


종현

소설가 박형서의 고양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데요. 이 분이 ‘새벽의 나나’라는 장편소설로 대산문학상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고양이였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가 나와서 참 집중해서 읽었어요.


DJ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고양이라. 작가와 고양이라는 주제에 정말 어울리는 이야기네요. 


종현

그렇죠. 그런데 조금 슬픈 이야기인데요. 박형서 작가가 장편소설을 구상하면서 태국에서 지냈다고 해요. 그런데 소설이 쓰겠다고 바로 써지는 게 아니니까요. 잘 안 써져서 막혀있던 때에 우연히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한 거죠. 그런데 이 고양이가 원래부터 몸이 안 좋았던 거예요. 그걸 모르고 산거죠. 결국 일주일 만에 고양이가 하늘나라로 떠나는데요. 고양이를 그렇게 보내고 나서야 박형서 작가는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원래 쓰려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 거죠.


DJ

생의 마지막 일주일을 자신과 함께한 고양이를 기억하면서 소설을 쓴 거네요


종현

그런 이야기라고 해야 되나 깨달음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게 박형서 작가의 소설에도 묻어나요. 박형서 작가의 ‘새벽의 나나’를 보면 정말 다양한 등장인물이 나오는데요. 보통은 주인공이나 중요한 인물이 아니면 슬쩍 넘어갈 법한데 박형서 작가는 그러지를 않거든요. 작은 등장인물이나 관계에도 다 정을 쏟는 게 느껴져요. 잠깐 곁에 있다 떠났지만 고양이도 마찬가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죠.


DJ

고양이에 대한 웹툰으로 유명한 작가들의 이야기는 어떤가요? 


종현

탐묘인간의 순 작가나 상상고양이의 김경 작가의 이야기는 좀 더 현실적인데요. 고양이든 강아지든 애완동물을 키우는 일은 쉬운 게 아니잖아요.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왜 키울까요. 어디든 기대고 싶고 내 말을 들어주는 따뜻한 심장이 필요한 거겠죠. 그런데 그건 동물도 마찬가지잖아요. 주인이 집을 나간 사이에 외로워서 힘들어하는 애완동물 이야기도 많이 나오니까요. 두 작가의 이야기는 이런 현실적인 것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DJ

고양이를 기른다고 했을 때 막연하게 가지게 되는 환상이 있잖아요그런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네요.


종현

맞아요. 이건 에세이는 아니고요. 김경 작가의 웹툰인 상상고양이 마지막화에 나오는 문구인데요.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적어놨거든요. 

이 고양이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 처음 고양이를 만나서 경험하는 놀라운 일들이 봄날의 햇살 같다면, 상상고양이는 스러지는 노을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두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런 노을빛을 닮아 있어요.


DJ

고양이를 정말로 가족이나 친구처럼 여긴 게 느껴지네요. 


종현

순 작가의 웹툰 제목인 탐묘인간의 뜻이 고양이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이분들에게는 고양이가 제일 친한 친구이자 영감의 원천인 거죠.     


DJ

노래 한 곡 듣고 다음 책 이야기해볼게요.     


종현

정재형의 지붕 위의 고양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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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 정재형 – 지붕 위의 고양이

https://youtu.be/D4Vq_I3BA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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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고양이에 대한 두 번째 책은 어떤 건가요? 


종현

이번에는 최근에 핫한 책 한 권을 가져왔습니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라는 제목의 소설입니다.     


DJ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제목은 영화관에서 본 거 같은데요? 


종현

맞습니다. 일본의 영화 프로듀서인 가와무라 겐키가 쓴 첫 번째 소설인데요. 소설은 2014년에 나왔고 작년에 일본에서 영화로도 개봉을 했습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분들이 소설보다는 영화로 먼저 이 작품을 접했을 거예요.


DJ

소설로 먼저 나오고 영화로 나온 거군요. 가만 보면 일본 사람들은 고양이를 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종현

그렇죠. 일본 여행하다 보면 고양이 마을이 참 많잖아요. 얼마 전에 후쿠오카 여행 갔을 때는 고양이 섬이라는 곳도 따로 있더라고요. 


DJ

일본은 고양이 인형도 유명하죠.


종현

우리나라는 강아지를 더 많이 키우지만 일본은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더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본 거 같고요. 이렇게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 사람들인 만큼 고양이를 다룬 이야기도 많죠.     

DJ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종현

간략하게 줄거리를 말씀드리면요. 남자 주인공이 나옵니다. 고양이가 함께 사는 우편배달부인데요. 어느 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뇌종양 4기라며 얼마 못 산다고 선언을 합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거죠. 그렇게 집에 돌아왔는데 주인공을 닮은 악마가 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악마가 주인공한테 제안을 해요. 하루에 한 가지씩 없애는 대신에 생명을 연장시켜주겠다고요.     


DJ

주인공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거죠? 


종현

맞습니다. 첫날에는 전화를 없애고요. 둘째 날에는 영화를 없앱니다. 셋째 날은 시계를 없애고요.      


DJ

하루아침에 전화와 영화 시계가 없어진 거네요. 그런데 사실 전화나 시계나 영화나 필요한 것들이긴 하지만 목숨과 비교할 때는 무게가 떨어지지 않나요?     


종현

그렇죠. 여기에 이 소설의 반전이 있는데요. 사실 전화나 영화, 시계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중요한 사람들에 얽힌 것들이에요. 전화는 첫사랑과의 추억이 담겨 있고요. 영화는 친한 친구, 시계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담겨 있는 겁니다. 시계가 사라지면 아버지와의 추억도 사라지는 거죠.


DJ

살기 위해서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을 하나씩 잃는 거군요고양이에는 어떤 추억이 담겨 있을지 궁금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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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3 – 시인과 촌장 고양이

https://youtu.be/tBj_kC-Vt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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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주인공은 목숨을 위해서 전화와 영화와 시계를 포기했는데요다음 차례는 고양이인 거죠?


종현

맞습니다. 네 번째 날에 악마가 고양이를 없애겠다고 해요.     


DJ

고양이는 주인공에게 어떤 존재인 건가요?     


종현

고양이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부탁했던 존재예요. 어머니가 죽은 이후로 주인공을 떠나지 않고 늘 곁을 지켰던 존재. 정말로 주인공의 가족 같은 존재죠. 그런 고양이를 목숨과 바꿔야 하는 순간이 온 거죠.     


DJ

사랑하는 여자친한 친구아버지에 이어서 마지막은 어머니와의 추억인 거네요주인공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여기서 말하면 안 되겠죠?


종현

그건 소설이나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서 남겨둬야겠죠.     


DJ

가만히 줄거리를 들어보면 평범한 고양이 소설은 아닌 거 같아요.


종현

그렇죠. 사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고 보시면 조금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고양이는 주인공에게 소중한 관계들을 상징하는 거니까요. 나의 정체성은 내가 맺고 있는 관계로 정의된다는 말이 있거든요.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동료들이 곧 나라는 사람이라는 말인데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결국 세상에서 내가 맺은 관계들이 사라진다면으로 바꿀 수 있는 거죠. 그렇게 소중한 관계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결국 나 혼자 살아남는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DJ

뭔가 나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그런 느낌의 소설이네요. 


종현

내가 맺고 있던 관계들에 대해서 돌아보게 하는 소설인데요. 주제만 보면 조금 무거워 보이잖아요. 막상 소설은 일본의 가벼운 판타지 소설처럼 쓰여 있어서요. 읽는데 어려움은 거의 없는 소설입니다.     


DJ

가벼운 판타지 소설이라면 어떤 느낌일까요?     


종현

주인공이 뇌종양 4기라서 곧 죽게 될 운명인데요.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을 정리하는데 이런 데서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열 가지에 건담에 타보기, 나우시카와 데이트하기 이런 것들이 있거든요. 죽음을 앞에 두고도 심각하기보다는 피식하고 웃게 되는 이야기예요.     


DJ

영화로 봐도 상관없을까요? 


종현

저는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소설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이런 류의 감성 판타지 영화들이 일본에 많은데요. 저한테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이 항상 들었거든요. 소설로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DJ

고양이에 대한 책 몇 권만 더 소개해주세요. 


종현

오늘 소개해드린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 고양이는 우리 삶의 소중한 어떤 것들을 상징하는 건데요. 비슷한 류의 소설이 몇 개 있습니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소설인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이라는 책이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도 번역돼 나왔고요. 한국 소설 중에는 김중미의 ‘그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두 권다 오늘 소개해드린 책보다는 진지한 느낌이니까요. 취향따라 골라서 보시면 좋지 않을까요.     


DJ

고양이에 대한 마지막 노래도 소개해주세요


종현

마마무의 고양이로 골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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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마마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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