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자 Feb 03. 2018

도널드 트럼프 인물 돋보기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대략적인 방송 멘트와 음악을 뺀 편집본을 들을 수 있는 링크를 매주 올릴 예정입니다.


1월 28일 열두 번째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를 도와줄 책을 소개했습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저희 코너 제목이 소설 마시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오늘은 좀 소설이나 문학이 아닌 다른 종류의 책을 두 권 준비해봤습니다.     


ann 소설이나 문학이 아닌 책이요? 뭔가 부록 같은 거군요. 어떤 책인가요?     

얼마 전이었죠. 1월 20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었습니다. 트럼프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아닌데 거의 뉴스에 등장하는 비율은 문재인 대통령 못지가 않죠. 그만큼 사고뭉치에 트러블 메이커의 이미지를 대통령 취임 1년 만에 굳혔죠.     


ann 미국 대통령이 그런 이미지를 가지기도 쉽지가 않죠.     

그렇죠. 아마도 저나 황 아나운서가 접한 미국 대통령 중에는 가장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일 거 같은데요. 그런데 막상 우리가 트럼프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가. 이렇게 반문해보면 잘 모릅니다. 황진하 아나운서는 트럼프에 대해서 얼마나 아세요?     


ann 대통령이 되기 전에 미국의 부동산 재벌이었다? 막말을 많이 한다? 헤어스타일이 독특하다?     

보통 우리가 트럼프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그런 것들이죠. 그런데 사실 미국 대통령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자리잖아요. 그런 자리에 오른 사람이 그렇게 단순한 인생을 살았을 리는 없죠. 우리가 트럼프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가 사실은 너무 부정확한 게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ann 오늘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준비하셨군요.     

맞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인물 돋보기 정도로 부제를 붙여봤는데요. 우리가 대통령이 되기 전의 트럼프에 대해서는 아는 게 너무 없고, 대통령 이후의 트럼프에 대해서는 너무 많은 정보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고르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쓴 자서전 두 권을 오늘 한번 같이 살펴볼까 합니다.     

ann 트럼프가 직접 쓴 자서전으로 돌아보는 트럼프의 삶이군요.     

아무래도 트럼프 본인의 목소리를 직접 살펴보는 게 오해를 줄이고, 트럼프라는 한 인간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테니까요.     


ann 그럼 어떤 책부터 볼까요?     

트럼프가 쓴 자서전이 여러 권이 있는데요. 먼저 사업가 시절의 트럼프를 알아볼 수 있는 ‘승자의 생각법’이라는 책부터 소개하려고 합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자세히 이야기할게요.     

그린데이의 아메리칸 이디엇입니다.


M1 green day – american idiot

https://youtu.be/Ee_uujKuJMI


an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서 트럼프의 자서전으로 살펴보는 트럼프 인물 돋보기 시간을 마련해봤습니다. 먼저 사업가 트럼프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이 ‘트럼프 승자의 생각법’이라는 책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2008년에 쓴 책입니다. 원제는 트럼프 네버 기브 업. 절대 포기란 없다. 이런 뜻인데요. 2008년이면 트럼프가 아직 정치에 뜻이 없었던 시절이거든요. 순전히 부동산 개발업자와 방송인의 커리어를 쌓아가던 시절에 나온 책입니다.     


ann 사업가 트럼프는 사실 한국 사람들에게 생소하기는 하죠. 대선에 뛰어들기 전에 트럼프는 미국의 돈 많은 재벌 이미지가 거의 다였으니까요.     

저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사업가 트럼프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았는지 사실 잘 몰랐거든요. 그래서 이 책이 더 흥미로웠던 것 같기도 하고요. 일단 사업가 트럼프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면요. 전 세계에서 호텔, 고급 콘도미니엄을 짓는 트럼프 그룹의 회장이죠. 개인 자산은 40억달러 정도로 추정이 되고요. 아버지의 부동산 사업을 물려받아서 지금의 트럼프 그룹으로 만든 건 트럼프 본인의 역량이 컸다는 걸 무시할 수 없고요. 단순히 사업만 한 게 아니라 미스 유니버스 대회 조직위원회를 인수해서 10년 동안 운영하기도 하고, 2004년부터 2015년까지는 어프렌티스라는 사업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유명세를 얻기도 했죠.     


ann 유 아 파이어드라는 유행어를 만든 프로그램이죠. 

책에 보면 처음 어프렌티스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의 에피소드도 나옵니다. 트럼프 당시 회장이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출연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해요. 그런데 막상 측근들은 하나같이 뜯어말렸다고 합니다. 방송을 잘 모르는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는 반대를 무릅쓰고 출연을 강행했고, 프로그램은 대박을 쳤죠. 이 결과에 대한 트럼프의 논평이 더 재밌는데요. 트럼프가 이렇게 자서전에 적습니다.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절대 자신의 직감을 부정하지 말라. 결국 결정은 혼자 내리는 경우가 많다.”     


ann 뭔가 우리가 아는 트럼프의 모습이네요.     

그렇죠.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건, 트럼프 대통령의 지금 모습이 사실은 사업가 시절에서 비롯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군데군데 있다는 겁니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은 측근들의 말을 듣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혼자 결정하고 혼자 트위터에 올리고 이러잖아요. 이런 기질이 사실은 사업가 시절부터 이어진 셈이죠. 사업가 때는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면 사실 대통령은 기업 하나 운영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런 차이에서 문제가 생기는 거라는 생각이 들죠.     


ann 대통령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 사업가 트럼프의 모습.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불평 많은 이들은 그냥 포기하라는 장이 있습니다. 두 페이지짜리 굉장히 짧은 장인데요. 여기서 스프린트라는 이동통신 회사 이야기를 인용해요. 스프린트가 지나치게 불평을 많이 하는 고객 1000여명을 그냥 정리했다는 기사를 인용하면서 트럼프가 이렇게 말해요.

“불평분자들에게 매달리지 말라. 그들은 언제까지나 불평분자로 남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성가시고 교양이 없으며 천박하다. 불평을 들어줄 가치가 없다.”     


ann 불평분자들에게 매달리지 말라는 말은 지금 대통령 트럼프가 했음직한 말인데요. 트위터에 오늘 남겼어도 이상하지 않을 말이죠.     

그렇죠. 사실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보면 일리가 있죠. 지나치게 불평이 많은 고객은 포기하는 게 비용 관리의 측면에서 낫죠. 그런데 이게 국가의 지도자라면 달라지죠. 정치 지도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까지도 설득해서 끌고 가야 되잖아요. 언론도 마찬가지죠. 언론이 대통령의 정책을 공격한다고 해서 불평분자라며 소통을 포기하면 안 되겠죠. 그런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부하 직원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니까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는 건데, 이 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죠.     


ann 불평분자와는 소통하지 않겠다..     

그렇죠. 사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만 않았다면, 사업가로 남았다면 이 책은 꽤나 재미있는 성공 사업가의 자서전이었을 겁니다. 트럼프만큼이나 개인적인 굴곡도 많고 자신의 소신도 뚜렷한 기업인은 많지 않잖아요. 보통 기업인은 정치인이나 언론사와 적대적인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하기 마련인데,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에도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살았으니까요. 이 자서전에 그런 에피소드들이 하나 하나 다 있으니까 사실 이것만 놓고 보면 재미있는 책인 거죠.     


ann 그런데 문제는 이 책이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이라는 거겠네요.     

그걸 무시할 수가 없는 거죠. 아무리 예전에 썼어도 지금은 미국을 이끄는 정치 지도자니까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그저 재밌다, 흥미롭다 하고 말기에는 좀 씁쓸한 구석이 많은 책이죠.     


ann 노래 한 곡 듣고 트럼프 대통령이 쓴 또 다른 자서전 이야기해볼게요.

U2의 아메리칸 소울입니다.


M2 U2 – american soul

https://youtu.be/KQkkgD2p3Ow


ann 트럼프 대통령이 쓴 자서전. 먼저 사업가 시절에 쓴 ‘승자의 생각법’ 만나봤고요. 이번에는 어떤 책인가요? 사업가였으니까 이번엔 정치인 트럼프의 책인가요?     

맞습니다.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라는 책입니다. 2011년에 처음 나온 책을 2015년에 미국 대선 출마를 하면서 개정한 겁니다. 대선에 나서면서  낸 책인 만큼 대통령 트럼프의 정견 발표 같은 책이죠. 원제가 time to get tough입니다. 말 그대로 세게 나가자. 강하게 나가자. 이런 거죠.     


ann 도대체 누구한테 세게 나간다는 건가요?     

책 초반부터 아주 분명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첫 장에 이런 표현이 나옵니다. 번역서를 그대로 옮긴 건데요.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미국이 온갖 국가한테 바보처럼 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의 호구로 전락했구나 하고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ann 세계의 호구!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오바마 시절의 미국은 세계의 호구였군요.     

누구의 호구였는지도 분명하게 나오는데요. 일단 중국이 대표적입니다. 중국이 환율 조작으로 매년 1000억달러를 미국의 주머니에서 빼간다면서 아주 강한 어조로 비난을 하고요. OPEC 이야기도 나옵니다. 국제유가가 너무 비싸다는 거죠. 그런데 OPEC 국가들을 보호하려고 미국이 엄청 노력을 하는데 왜 OPEC 국가들은 미국에 석유를 싸게 안 주냐. 약간 이런 억지도 좀 씁니다. 중국이 샌드백을 두드리듯 미국을 두들겨 패고 OPEC은 우리 지갑을 탈탈 털어가는데 미국 정부는 왜 가만있냐는 겁니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에 나온 표현을 그대로 쓴 겁니다.     


ann 확실히 표현이 세네요. 한국 이야기도 나오나요?

중국, OPEC 다음이 한국입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에 한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이 아주 엉망이었다면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맹비난합니다. 한국과의 FTA 때문에 미국의 제조업 기반이 사라지고 한국산 제품에 부과할 관세만 없애는 결과를 낳았다는 겁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 미군을 FTA 협상에 활용하지 않느냐면서 의문을 표시하는데 좀 어처구니가 없는 부분이기는 하죠.      

ann 결국 트럼프 대통령 의지대로 한미 FTA가 재협상을 시작했죠.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 한미 FTA 재협상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우리 정부 관리들의 반응은 그냥 하는 말이다 이런 식이었거든요. 트럼프 대통령을 제대로 못 본 거죠. 이 자서전만 읽었어도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한미 FTA 재협상에 칼을 갈고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 책이 260페이지가 넘는데, 한미 FTA에 대한 언급이 불과 여섯 번째 페이지에 나오거든요.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중요한 과제였다는 걸 자서전만 읽어도 알 수 있는 거죠.     


M3 adele - skyfall

https://youtu.be/7HKoqNJtMTQ


ann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으로 살펴보는 트럼프 인물 돋보기. 정치인 트럼프가 쓴 ‘트럼프, 강한 미국을 꿈꾸다’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사업가 트럼프 시절과 정치인 트럼프가 달라진 부분도 있나요?

확실하게 달라진 건 세계화에 대한 인식 아닐까 싶어요. 처음 이야기했던 사업가 시절의 자서전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화, 세계화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합니다. 국제적인 시각을 가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런 말도 나옵니다.

“중요하게 고려할 점은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립주의자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 내가 오랫동안 지구촌의 사건들을 끊임없이 주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ann 지금의 대통령 트럼프는 고립주의, 보호주의의 끝판왕이잖아요. 그랬던 트럼프가 10년 전에는 고립주의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일갈했군요.     

이런 거 보면 정말 재밌죠. 10년 사이에 세계 경제의 상호의존도가 더 높아지면 높아졌지 낮아졌을 리는 없잖아요. 그런데 트럼프는 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입장이 180도 달라진 거니까요. 표를 의식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건 알겠지만, 정치인들의 입장이 휙휙 바뀌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별반 다를 게 없구나 하는 걸 확인할 수 있죠.     


ann 정치인 트럼프의 자서전에서 또 재미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이 책은 트럼프의 대선 정책을 개괄하는 내용이라서요. 미국 국내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별 재미가 없긴 합니다. 주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을 깎아내리고, 세금을 감면하고 오바마 케어를 없애고 이런 내용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럼에도 한국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을 찾아보면 역시나 외교 정책에 대한 부분이 많습니다. 

이 책에 보면 트럼프가 미국의 외교 정책 핵심 원칙 일곱가지를 제시하거든요. 이게 재밌습니다.     


ann 어떤 원칙인가요?     

첫째 원칙이 이렇습니다.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다. 항상, 사과란 없다.      


ann 사과란 없다.     

미국의 이익이 최우선이고, 사과도 하지 않겠다. 외교라는 게 서로의 입장을 봐가면서 줄건 주고받을 건 받는 그런 협상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원칙이라는 건 외교정책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더 놀라운 건 이걸 실제로 실행을 합니다. 한미 FTA, 나프타를 재협상하고, 파리기후협약은 일방적으로 탈퇴를 했죠.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더는 오판을 하면 안 된다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생각했을 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건 진짜 발 빼는 사람인 거죠. 안하무인인 셈인데 이런 방식에 적응하지 않으면 우리 정부도 계속 손해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트럼프 대통령 자서전을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ann 트럼프 대통령 정말 한동안 다시 만나기 힘든 유형의 정치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재선도 할 수 있겠죠?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미국 정가의 관측이라고 합니다. 작년에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되네 마네 했지만, 이제는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하고요. 러시아 스캔들만 잘 넘어가면 재선 가도에 본격적으로 나설 거라는 겁니다.     


M4 aerosmith – dream on

https://youtu.be/sZfZ8uWaOFI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의 젊은 작가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