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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Nov 25. 2018

올해 문학상의 주인공들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1월 18일 쉰 네번째 방송은 올해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이제 11월도 절반이 지났으니까요. 올 한해를 슬슬 정리해야 할 시점이 됐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올해 문학상 수상작들을 소개해드리는 시간을 마련해봤습니다.


ann 문학상 수상작. 2018년의 수상작들을 소개해주시는거죠?

맞습니다. 문학상이라고 하면 흔히 많이 아시는게 노벨문학상이죠. 그런데 올해는 저번에도 소개해드린 것처럼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없었거든요. 대신에 다른 문학상들은 다들 좋은 작품들이 많이 뽑혔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품만큼이나 좋은 작품들이니까요. 오늘 한 번 쭉 소개해드리면 좋을 것 같네요.


ann 사실 노벨문학상은 많이 알아도 다른 문학상에 대해서는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 그렇죠어떤 문학상들이 있나요.

일단 많은 분들이 아실만한 유서 깊은 문학상으로는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같은 상이 있고요. 만해문학상이나 김유정문학상 같은 상도 비교적 잘 알려진 상입니다. 또 최근에는 젊은작가상이라고 해서 등단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상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nn 이런 문학상들도 노벨문학상처럼 매년 수상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거죠책밤지기는 매년 나오는 수상작들을 찾아 읽으시나요?

매년 소설만 수백권이 나오잖아요. 그 많은 책을 다 읽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죠. 주위에서 추천을 받거나 좋아하는 평론가가 좋은 리뷰를 쓰거나 하면 찾아 읽게 되죠. 또 하나 좋은 소설을 고르는 루트가 바로 문학상인데요. 여러 심사위원이 엄선해서 고르는 작품인 만큼 아무래도 실패할 확률이 적거든요. 그러다 보니 문학상 수상작은 웬만해서는 찾아 읽게 되죠. 

ann 올해 문학상은 어떤 작품들이 받았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죠먼저 소개해줄 문학상 수상작은 어떤 건가요?

먼저 제가 제일 좋아하는 문학상이 이상문학상이거든요. 소설가 이상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인데요. 1977년에 김승옥 소설가의 ‘서울의 달빛 0장’을 시작으로 매년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이상문학상을 받고 있습니다.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 이문열 작가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한강의 ‘몽고반점’ 김훈의 ‘화장’ 같은 작품들이 다 이상문학상을 받은 역대 작품들입니다.      


ann 올해 수상작은 어떤 작품인가요?     

올해는 손홍규 작가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라는 작품이 대상을 받았는데요. 사실 손홍규 작가는 이전 수상작가들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가는 아닌데요. 대상 수상작인 이번 작품을 보면 이런 글을 쓰는 작가도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깜짝 놀라게 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 작품으로 손홍규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 굉장히 놀랐다고 해야 할까요. 심사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대상으로 선정했다는데 충분히 공감할 만한 결과였습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좀 더 얘기해볼게요.     

루시드 폴의 은하철도의 밤입니다.


M1 루시드 폴 – 은하철도의 밤

https://youtu.be/qrqA8LNUNkg


ann 올한해 여러 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작품들을 만나보고 있습니다먼저 이상문학상을 받은 손홍규 작가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어떤 작품인가요?  

이 소설을 짧게 이야기하면 실패한 인간들의 상실감을 다루는 소설인데요. 소설의 도입부에는 불한당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술집에 검은 상복을 입은 젊은 청년이 들어오는 장면으로 시작을 합니다. 혼자 술을 마시는 청년을 보면서 술집에 모여 있던 나이 든 불한당들이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요. 상복을 입은 청년을 보면서 자신들이 살아오면서 겪은 실패와 상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거죠. 그리고 소설의 시점이 자연스럽게 술집에 있던 불한당 중 한명으로 이동하고요. 마지막에는 그 남자의 아내의 시점으로 다시 한 번 이동하는 식입니다.


ann 한 소설 안에서 화자가 계속 달라지는 거네요.

맞습니다. 조금 특이한 구조인데요. 이게 억지스럽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게 손홍규 작가의 역량인 거죠. 그리고 소설 전체의 메시지는 일관되고요. 청년 세대, 나이든 세대, 여성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실패와 상실에 대한 위로사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ann 인상 깊은 구절 같은 게 있을까요?

상실의 슬픔에 대한 구절이 있는데요.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은 유예 기간을 겪어야만 진정한 슬픔에 이르게 되지. 상실한 사람의 부재를 거듭 느끼면서- 먹을 사람은 없는데 자기도 모르게 밥상 위에 수저 한 벌을 올려놓았다가 혹은 방구석에서 그이의 유품임이 분명한 잡동사니를 발견했을 때처럼 최초의 상실 이후에 되풀이해서 똑같은 상실을 겪어야 한다는 걸, 한 번 상실하게 되면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는 걸 깨달으면서 점점 더 깊은 슬픔에 이르게 되니 말일세.”

한 번 상실하면 영원히 상실하게 된다는 말이 굉장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실패와 상실을 피할 수 없다는 걸 이야기하는 소설인데요. 모두가 그렇다는 걸 이야기하니까 되려 위로가 되는 부분도 있어요.

ann 그렇군요또 어떤 문학상 수상작이 있나요?     

이번에는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소개해드릴 건데요. 최근에는 젊은작가상이 굉장히 호평을 받는 문학상입니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했는데 벌써 실력 있는 젊은 작가들은 다 이 상을 거쳐갔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올해는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라는 작품이 대상을 받았습니다.


ann 상 이름부터가 젊은작가상이잖아요어떤 분들이 있나요?

김금희, 정지돈, 황정은 같은 청년 작가들이 그간 수상작가로 이름을 올렸는데요. 올해는 박민정 작가가 대상을 받았고요. 후보에 오른 작가들을 보면 임성순, 임현, 김세희, 최정나, 박상영 같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이분들의 나이를 보면요 1970년대 1980년대에 태어나신 3040 작가들이거든요. 문단을 기준으로 하면 확실히 청년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인 거죠.     


ann 대상을 받은 박민정 작가의 세실주희는 어떤 소설인가요?     

젊은작가상이 흥미로운 게 기성 작가들이 잘 다루지 않는 주제나 소재를 과감하게 다루거든요. 이 소설은 세실과 주희라는 젊은 여성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한국 최대 뷰티 편집숍으로 나오는 쥬쥬하우스가 배경입니다. 세실이라는 캐릭터는 한국 아이돌이 좋아서 한국에 와서 쥬쥬하우스에서 일하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캐릭터고, 주희는 그런 세실에게 한국어를 틈틈이 가르치면서 역시 쥬쥬하우스에서 일하고 있고요. 이런 배경부터가 독특한 구석이 있는데 이 소설은 더 나아가서 여성 혐오와 민족 혐오 같은 문제들을 찌르고 들어갑니다. 미국을 여행하다 동양 여성에 대한 혐오를 경험하는 주희가 아이돌을 좋아해서 한국에 온 일본인 세실에게 비슷한 방식으로 그 혐오를 돌려주는 이야기는 뭐랄까 굉장히 섬뜩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거든요. 읽는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정말 많이 던져주는 그런 작품입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계속 얘기해볼게요.     

이채언루트의 night drive입니다.


M2 이채언루트 – Night Drive

https://youtu.be/fP9rwX-W0Os


ann 올한해 여러 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소설들을 만나보고 있어요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박민정 작가의 세실주희’ 이야기해봤는데요또 어떤 작가의 작품이 수상작품집에 실렸나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굉장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데요. 그만큼 소재나 줄거리도 조금 파격적인 작품들이 많아요. 여러 작품 중에서도 박상영 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라는 소설이 또 인상적이어서 잠깐 소개해드리고 넘어갈게요.


ann 제목이 굉장히 독특하네요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어떤 내용인가요?

제목에 나오는대로 예술가들의 이야기인데요. 조금은 독특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영화를 전공한 게이 예술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거든요. 그리고 그 주인공의 친구라고 해야할까요. 그런 인물들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상적인 성정체성에서는 조금씩 빗나가 있고요. 그리고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자신의 파트너를 만나는 곳이 자이툰 부대거든요. 군대 내에서의 성소수자 문제까지 건드리니까 굉장히 민감하게 볼 수도 있는 그런 작품인 거죠. 이 작품을 쓴 박상영 작가가 2016년에 등단한 굉장히 젊은 작가거든요. 기성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접하기 힘든 조금은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게 젊은작가상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ann 이상문학상젊은작가상 만나봤는데요또 챙겨봐야 할 문학상이 뭐가 있을까요?

이상문학상, 젊은작가상은 올해 초에 발표가 된 상들인데요.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에 수상자가 결정된 문학상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일단 동인문학상이 있습니다. 올해 동인문학상은 이기호 작가의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가 받았는데요. 이기호 작가는 저희 방송에서도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굉장히 유머러스하면서도 현대 사회의 인간군상에 대해 정밀하게 파헤치는 소설을 쓰는 작가죠. 이번 작품도 역시나 이기호 다운 그런 작품입니다.     

ann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제목부터 유머러스하죠.     

맞습니다. 다만 제목과 달리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하면 굉장히 답답하고 부끄러워지는 순간들이 많은데요. 이번 작품이 특히나 그런데, 이기호 작가의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순간, 그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옥죄는 제도나 시스템보다는 자기 옆의 다른 평범한 사람들에게로 칼날을 돌리는 순간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이런 장면들을 읽다보면 우리의 평소 모습이 떠올라서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M3  태연 - Night

https://youtu.be/cPPVG3dQC8s


ann 올한해 문학상의 주인공이 된 소설들을 만나보고 있어요이상문학상젊은작가상동인문학상까지 만났는데요이번에는 어떤 문학상이 또 있나요?     

참 문학상이 많죠. 그런데 재밌는 게 이 많은 문학상을 받는 작품들이 또 한결같이 좋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문학상은 이번달에 발표됐는데요. 대산문학상입니다. 대산문학상은 소설, 시, 평론, 번역으로 나눠서 수상자를 선정하는데요. 소설 부문은 최은미 작가의 ‘아홉번째 파도’가 받았습니다.           


ann 어떤 작품인가요?

저도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 소설을 처음 읽었는데요. 오랜만에 재밌으면서 좋은 한국 소설을 읽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척주라는 강원도의 가상의 도시가 배경인데요. 핵발전소 건립이 추진되면서 도시 전체가 찬반으로 나뉘고, 여기에 사이비 종교단체가 얽히고 살인사건까지 얽히면서 굉장히 흡입력 있는 소설이 탄생을 한 거죠. 그렇다고 소설 본연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 관찰 이런 부분도 빼놓지 않고 있거든요. 재밌으면서도 좋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한 작품입니다.


ann 문학상 수상작품이라고 하면 좀 지루하게 볼 수 있잖아요그럴 우려가 없겠네요?

실제로 그런 부분이 없지 않죠. 문학상 수상작품들은 아무래도 재미보다는 작품성을 좀 더 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아홉 번째 파도는 그런 우려를 접고 보셔도 됩니다. 한국형 스릴러의 대표 작가인 정유정 작가의 느낌도 조금 있고요. 저는 읽으면서 프랑스 소설가인 미셸 우엘백을 떠올리기도 했는데요. 우엘백도 문학적인 작품성, 그리고 재미를 모두 잡은 드문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거든요. 그만큼 좋은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ann 오늘 문학상을 받은 소설들을 쭉 소개해주셨는데요시는 문학상이 따로 없나요?     

물론 시도 문학상이 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대산문학상 시 부문의 경우에는 강성은 시인의 ‘로파이’가 수상을 했습니다. 로파이는 저음질을 뜻하는 음향 용어거든요. 저음질의 소리는 잘 들리지가 않죠. 제목대로 강성은 시인의 시들도 정체불명의 나직한 그런 목소리로 다가옵니다.

또 만해문학상도 있는데요. 올해 만해문학상은 김해자 시인의 ‘해자네 점집’이 받았습니다. 김해자 시인은 쉬운 말로 소외받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시를 많이 쓰거든요. 평론가들은 김해자 시인의 시를 놓고 가리켜서 ‘이 나라의 가난한 영혼이 고통을 받는 모든 곳에 김해자 시인의 시가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라고 했는데요.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을 시입니다.     


ann 올한해 문학상의 선택을 받은 소설그리고 시까지 쭉 만나봤는데요     

맞아요. 니콜라스 케이지뿐 아니라 많은 천사들이 도서관에 있다고 나오죠. 인간의 영혼을 만나기 가장 좋은 공간이 도서관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다른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온전한 한 인간의 영혼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천사가 등장하는 또다른 명작이죠.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도 천사들이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살피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정말이지 아름다운 장면들이 아닐까 싶어요.     


M4 이소라 – 이제 그만

https://youtu.be/Sa1-0pOnMp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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