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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Nov 25. 2018

문학청년으로 변신한 박보검의 책

드라마 속 책들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1월 25일 쉰 다섯번째 방송은 드라마에 나온 책들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얼마 전에 영화 속에 나오는 책들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잖아요. 그때 드라마에 나오는 책들도 한번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거든요. 청취자의 요청을 적극 받아들여서 오늘은 드라마에 등장했던 책들을 쭉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ann 영화만큼이나 드라마에도 책이 참 많이 나오죠?     

아예 드라마셀러라는 말도 있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를 통해서 유명해진 책들을 보통 미디어셀러라고 하거든요. 미디어에 베스트셀러를 합친 거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아예 드라마셀러라는 말까지 있는 걸 보면 그만큼 드라마가 책을 소개하는 중요한 루트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ann 드라마셀러라는 말까지 있었군요생각해보면 예전에도 드라마에 책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요즘에는 더 잦아진 것도 같아요.     

정말 그런 게 요즘에는 독립책방도 많고요. 뭔가 독서가 힙한 취미처럼 인식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드라마 주인공에 대한 캐릭터 소개 같은 걸 보면 독서가 꽤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남자친구’라는 드라마가 있거든요. 여기 남자주인공이 박보검씨예요. 그런데 이 박보검씨의 캐릭터 설명을 보면 이런 말이 나옵니다. “도서관, 버스 등 장소를 불문하고 책에서 손을 떼지 않는 순수 청년”이라고요. 그러면서 드라마 속 한 장면이 먼저 공개됐는데요. 거기서 박보검씨가 읽고 있는 책이 바로 ‘수레바퀴 아래서’에요. 도서관 서가에 몸을 살짝 기댄 채로 박보검씨가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있는 거죠.

ann 뭔가 판타지 같은 느낌이네요박보검씨랑 순수한 문학 청년의 이미지도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고요.     

그렇죠. 저도 그 스틸컷을 보고 잠깐 숨이 막혔습니다. 잠깐만 더 설명해드리면요. 박보검씨가 읽고 있는 수레바퀴 아래서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 작가죠. 헤르만 헤세의 사춘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인 내용의 소설인데요. 굉장히 총명하고 순수한 소년이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교육 제도 안에서 고통받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어른들의 사회를 고발하는 소설이죠. 저는 고등학생때 이 소설을 읽고 많이 공감하고 아파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어른이 되고나서 다시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이참에 해봤습니다.


ann 수레바퀴 아래서가 어떤 소설인지 설명을 들으니까 더 박보검씨의 이미지랑 어울리는 것 같네요.     

이런 걸 보면 요즘에는 드라마에 책이 등장하는 게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죠. 최근에 주변에서 많이 보는 드라마 중에 ‘최고의 이혼’이라는 드라마도 있는데요. 여기 남자주인공인 차태현씨도 소설을 좋아하는 캐릭터로 그려지거든요. 특히 도스토예프스키를 좋아하는 캐릭터인데요. 드라마 속에서 차태현씨가 조금 까다롭고 예민한 그런 성격의 소유자거든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속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있어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ann 드라마 속에 나오는 책들 또 어떤 책이 등장할지 궁금하네요노래 한 곡 듣고 좀 더 얘기해볼게요.     

도깨비 ost 중에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입니다.     


M1 에일리 –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https://youtu.be/6rS7OUGXUik


ann 드라마 속에 나오는 책 이야기해보고 있어요이번에는 어떤 드라마에 나오는 책들을 만나볼까요?     

방금 듣고온 노래가 힌트인데요. 드라마셀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도깨비라는 드라마입니다. 공유, 이동욱, 김고은 같은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했고 드라마 자체도 정말 재밌었죠. 그리고 또 하나 빠지지 않는 게 책입니다. 드라마 곳곳에 등장한 책들이 약방의 감초 역할을 톡톡하게 했죠. 드라마에 재미도 더하고, 책들도 유명세를 한껏 받았고요.


ann 김용택 시인의 시집이 기억에 나네요     

그렇죠. 김용택 시인의 시집은 아니고 김용택 시인이 고른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인데요.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라는 시집이었죠. 드라마 4회였죠. 은탁이 김신에게 이 시집을 건네고 김신이 시집을 읽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그때 읽은 시가 이 시집 안에 있는 김인육 시인의 ‘사랑의 물리학’이라는 시입니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ann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첫사랑이었다지금 들어도 아찔한 시구예요.     

드라마에 책이 어떻게 쓰여야 할지에 대한 교과서를 보여준 사례가 아닌가 싶죠. 도깨비에는 이 시집 말고도 몇 권의 책이 더 나오는데요. 다 주인공의 캐릭터나 고민을 잘 보여주거든요. 김은숙 작가의 독서량이 느껴지는 대목이죠.

ann 그렇군요또 어떤 책이 나오나요?     

김신이 매회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요. 바로 ‘대장부의 삶’이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조선시대 여러 사람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놓은 서간집인데요. 김정희, 정약용, 허균, 이황, 홍대용 같은 선비들이 자기 친구나 스승,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대장부의 삶이라는 제목 때문에 거창한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싶지만 막상 읽어보면 소소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요. 우정, 사랑, 그리움, 쏜살 같이 지나가는 세월에 대한 회한. 이런 작지만 소중한 감정들을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책이에요.

그리고 ‘휘메일 리스크’라는 책도 도깨비에 등장하는데요. 이 책은 저승사자로 나온 이동욱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장면이 나왔죠. 


ann 써니와의 연애가 어려워서 공부하듯이 읽던 그 책이군요.     

맞습니다. 저승사자가 써니 앞에서는 늘 오답만 말하고 그러니까 안되겠다 싶어서 공부를 시작한 거죠. 그래서 고른 책이 바로 휘메일 리스크입니다. 이 책의 부제를 보면 왜 저승사자가 책을 골랐을지 짐작이 가는데요. 부제가 바로 ‘여자를 아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다’입니다. 지금 당신 앞에 놓인 가장 큰 리스크는 이해할 수 없는 여자의 마음이라는 설명인데요. 이 문구가 아마 저승사자의 마음을 사로잡아서 책을 고른 게 아닐까 싶어요.


ann 설명만 들으면 정말 적절한 선택 같은데요어떤 책인가요?     

이 책은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원리 같은 것들을 과학적, 계량적으로 분석한 책인데요. 소통, 우머노믹스, 경쟁, 모성 같은 키워드들을 뽑아서 여성들의 마음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책인데요. 조금 기계적이고 판에 박힌 이야기들이 좀 나오기는 하지만, 저승사자 수준으로 여자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싶은 분들은 한번 읽어봐도 좋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이런 책들 말고도 도깨비에는 정말 많은 책이 나오는데요.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한 스푼의 시간’ 같은 책들도 도깨비에 등장해서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책들입니다. 


ann 노래 한 곡 듣고 계속 얘기해볼게요.     

시크릿 가든 ost인 백지영의 그여자입니다.     


M2 백지영 – 그여자

https://youtu.be/GNyt50V9Kws


ann 드라마 속에 등장한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이번에는 어떤 드라마어떤 책을 만나볼까요?     

앞에서 시크릿가든 ost를 들었으니까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 이야기를 잠깐 해볼게요. 이 드라마에도 책이 나오는데요. 드라마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현빈씨가 맡은 김주원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큰 서재를 가지고 있잖아요. 하지원씨가 맡은 라임이 그 서재를 보고 김주원의 마음이 궁금해서 서재에 있던 책들을 찾아 읽거든요. 거기서 가장 대표적인 책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고요. 


ann 김주원이 라임한테 자신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앓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죠.     

그게 사물을 조금 왜곡해서 바라보는 현상이라고 하더라고요. 방송 준비하면서 조금 더 찾아보니까요. 김주원의 서재에 있던 책들을 모아서 전집으로 나온 적도 있던데요. 김경욱의 소설 ‘동화처럼’ 이응준의 소설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강기원의 시집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같은 책들이 있었습니다. 


ann 그러고보면 시크릿 가든이 2010년에 방영된 드라마잖아요벌써 8년이나 시간이 흘렀어요시간 참     

그러게요. 이번에는 조금 더 시간을 앞당겨 볼게요. 이 드라마도 굉장히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2005년에 방영한 ‘내 이름은 김삼순’에도 책이 등장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현빈씨가 계속 남자주인공으로 나오는 드라마들이네요. 

ann 김삼순도 인기가 대단했죠그런데 책이 나왔던 건 잘 기억이 안 나네요어떤 책이 나왔죠?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가 김삼순이 읽는 책으로 나왔거든요. 굳이 김삼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이 소설 좋아하는 분이 참 많죠. 모모라는 소설속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녀가 집도 없고 부모도 없지만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는 그런 아이거든요. 인생과 시간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인 책인데도 불구하고 모모라는 캐릭터 덕분에 많은 사람이 사랑한 것 같아요. 내 주변에도 모모 같은 아이가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죠. 실제로 김삼순에도 모모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거든요. 미주라는 아이였죠. 지금은 미주가 어떻게 자랐을지도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ann 김삼순은 방영한 지 13년이 지난 드라마인데도 생각하면 설레네요좋은 드라마는 좋은 책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오래 기억되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작년 말에 모모가 국내에서만 150만부가 팔려서 기념판을 출간했거든요. 이 소설이 독일에서 처음 출간된 게 1973년인데 그 이후로 전 세계에서 1000만부 이상 팔렸다고 하니까요. 한국에서만 사랑받는 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꾸준히 인정받는 책인 거죠. 드라마를 통해서 이런 책을 접하게 되는 것도 참 의미있고 좋은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해봐요.      


M3  클래지콰이 – She is(김삼순 ost)

https://youtu.be/MBi5ZCvZQkU


ann 드라마에 나온 책들 만나보고 있어요도깨비시크릿가든내 이름은 김삼순... 책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명작 드라마도 함께 만나보는 시간이네요.     

그렇죠. 방송에서 소개하려고 드라마에 나왔던 책들을 쭉 찾아보니까요. 정말 소개할 드라마도 많고 책도 많더라고요. 간략하게 리스트만 말씀드리면요.

시카고타자기라는 드라마에는 정희재 작가의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라는 책이 나왔고요.

드라마 ‘상속자들’에는 임현정의 ‘꼭 같이 사는 것처럼’,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는 하태완의 ‘모든 순간이 너였다’라는 에세이가 등장합니다. 모든 순간이 너였다는 요즘 서점에 가보시면 워낙 눈에 띄는 곳에 많으니까요. 임현정 시인의 시집인 꼭 같이 사는 것처럼만 잠깐 소개해드릴게요.


ann 시집이었군요.     

맞습니다. 임현정 시인은 2001년에 등단했으니 제법 중견 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시집은 2012년에 문학동네 시인선으로 나온 건데요. 현대사회의 허무함이라고 할까요.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섬세한 관찰과 응시를 통해서 풀어낸 시들이 많습니다. 임현정 시인은 아무래도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가는 아닌데요. 꽤 재밌는 시들이 많습니다.

ann 오늘 쭉 드라마에 나오는 책들을 이야기해봤는데요그런 경우도 있잖아요소설이 원작인 드라마들도 많지 않나요?     

그런 경우도 많죠. 미스 함무라비, 커피프린스 1호점, 성균관 스캔들 같은 드라마가 대표적인 경우일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원작 소설과 드라마랑 100% 같을 수는 없거든요.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스토리도 조금 달라지고 캐릭터도 바뀌고 하기 마련인데, 원작 소설을 찾아 읽으면 그런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가 또 있죠.


ann 지난번에 영화 속 책들도 그렇고오늘 드라마 속 책들도 이야기해보니까 재밌네요추억 여행을 하는 느낌도 있어요.     

이런 게 책의 장점이자 매력인 것 같아요. 십수년 전에 방영된 드라마에 나온 책도 지금 당장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거든요. 책은 시간을 타지 않는 거죠. 좋은 책은 언제고 다시 읽어도 좋으니까요.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책들을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책의 장점, 매력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M4 린 – my destiny

https://youtu.be/SL8uQT9QC6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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