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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자 Dec 25. 2018

문어도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

tbs 교통방송 심야라디오 프로그램 '황진하의 달콤한 밤'의 책 소개 코너 '소설 마시는 시간'입니다.

매주 토요일에서 일요일 넘어가는 자정에 95.1MHz에서 들으실 수 있어요.


12월 16일 쉰여덟 번째 방송은 해양 생물들에 대한 책을 소개했다.


↓소설 마시는 시간 멘트↓


ann 책 속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음미해 보는 <소설 마시는 시간> 오늘은 어떤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까요?  

오늘은 과학 카테고리에 있는 책을 두 권 준비해봤습니다. 조금 더 범위를 좁히면 생물학이 될 텐데요. 우리가 흔히 접하지 못하는 분야의 생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네요.


ann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의 생물들어떤 생물들일까요?     

바로 물에 사는 생물들입니다. 흔히 바다를 가리켜서 미지의 세계라고 하잖아요. 달까지도 인간의 발자국이 남겨졌는데 바닷속 깊은 곳은 아직도 대부분 미지의 세계죠. 바다 생물의 대부분은 아직 정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태고요. 따지고보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바다 생물들에 대해서도 우리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ann 바다 생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아무래도 물고기오징어이런 것들이 대부분이죠그나마 식탁 위에 오르는 것들만 생각이 나고요.     

맞습니다. 그런데 이런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찾아보면 정말 재밌는 것들이 많거든요.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이야기들도 많고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감수성을 바다로까지 넓히자는 의미에서 바다 생물을 다룬 교양과학 서적을 두 권 준비해봤습니다.


ann 먼저 만나볼 책은 어떤 건가요?     

먼저 소개해드릴 책은 ‘문어의 영혼’이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사이 몽고메리라는 이름의 논픽션 작가가 쓴 책인데요. 이 작가가 쓰는 책들이 굉장히 재밌어요. 돌고래, 유인원, 돼지 같은 동물들과 교감을 한 뒤에 그 이야기를 쓰는 분이거든요.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문어와의 교감을 책으로 낸 거죠.

ann 문어와의 교감이라... 말만으로는 상상이 안 가는데요?     

그렇죠. 저도 처음 이 책을 봤을 때는 문어랑 교감을 한다니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까 너무너무 재밌는 거예요. 책을 쓴 저자가 미국 뉴잉글랜드에 있는 한 아쿠아리움을 찾아요. 거기서 2년 동안 아쿠아리움에 있는 네 마리의 문어를 꾸준히 관찰하고 때로는 교감을 하면서 기록한 것들을 책으로 낸 건데요. 관찰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 된다 치지만 문어랑 교감을 어떻게 하느냐. 저자는 문어가 빨판으로 자기 몸을 감쌀 수 있게 해주는 방식으로 문어랑 교감을 한 겁니다.


ann 어쩐지 상상만으로는 끌리는 경험은 아닐 것 같은데요.     

그게 우리가 가진 편견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 같은데요. 문어라고 하면 우리도 그렇지만 서양에서도 굉장히 안 좋은 이미지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영화 캐러비언의 해적을 보면 문어 머리 선장이 악역으로 나오고 크라켄이라는 거대한 문어가 괴물로 등장하기도 하죠.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에도 문어가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악마의 물고기로 등장해요.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식으로 문어에 덧씌워진 나쁜 이미지가 사실은 우리가 문어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일 수 있다고 지적하는 거죠. 그리고 그런 오해를 풍부한 통계와 애정어린 관찰, 교감을 통해서 풀어주는 거고요. 아무리 그래도 문어랑 교감까지 해야되냐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과학 서적을 읽는 재미가 이런 부분에 있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M1 선우정아 – city sunset

https://youtu.be/dwmik9zVTSM


ann 해양 생물들에 대한 과학 서적 이야기하고 있어요먼저 문어의 영혼이라는 책 만나보고 있는데요어떤 이야기들이 나오나요?     

저자가 아쿠아리움에서 만나는 문어들마다 이름을 지어주는데요. 첫 문어는 아테나예요. 아테나를 묘사하는 것부터가 아주 재밌는데요. 문어인 아테나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머리는 커스터드보다 폭신폭신하고, 피부는 검붉은 와인색 바다에 비친 밤하늘 같고, 눈알은 진주알 같고요. 우리가 보통 문어라고 생각하면 떠올리는 일반적인 묘사랑은 전혀 다르죠. 문어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묘사로 책이 시작되는 거죠.


ann 그런 것도 궁금해요문어는 과연 감각이 있을지.     

오래된 논쟁이 있잖아요. 산낙지를 먹어도 되느냐 마느냐 하는 거죠. 사실 산낙지 자체가 정식 명칭이 긴 팔 문어거든요. 문어과의 한 종인 거죠. 그런데 문어에 대해 과학자들이 밝혀낸 걸 보면 문어의 신경세포 대부분은 뇌가 아니라 발에 있다고 합니다. 참고로 문어의 신경세포가 3억개라고 합니다. 인간이 10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으니까 비교가 안 되죠. 그렇지만 달팽이는 신경세포가 1만개가 조금 넘고, 개구리도 1600만개에 불과하거든요. 이런 동물에 비교하면 문어의 신경세포가 훨씬 많은 거죠. 그러니까 문어도 당연히 고통을 느낀다는 거고요.


ann 문어도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산낙지를 산 채로 먹는 건 잔인한 일 같기도 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산낙지를 안 먹을 순 없겠다 싶긴 하죠.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또 많지 않으니.. 아무튼 이 책은 이런 식으로 문어에 대해 우리가 잘 몰랐던 부분, 혹은 잘못 알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서 바로 잡으면서 우리가 문어를 그저 음식 재료의 하나로만 보는 게 아니라 우리와 마찬가지인 하나의 생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줘요.


ann 문어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생물이다당연한 말인데 여전히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요.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문어들은 사람과 교감할 줄 안다고 해요. 낯선 사람은 경계하지만 익숙해진 사람, 저자 자신이겠죠. 익숙한 사람이 가면 환영의 제스처를 취할 줄도 알고, 사람에게 물벼락을 뿌리면서 장난을 칠 줄도 알고요.

이 책을 쓴 저자가 전문적인 과학자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이 책도 문어라는 생물에 대해서 엄청 자세하고 디테일한 과학적인 설명을 하는 건 아니에요. 대신에 우리가 좀처럼 생각하기 쉽지 않은 문어라는 생물에 우리의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가 다른 생물들 동물들을 대하던 방식에 대해서 한 번 고민하게 해주는 거죠. 문어는 우리가 오해하기 쉬운 모든 동물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비유일 수도 있겠다 싶고요. 


ann 이 책에 나오는 문어들은 어떻게 됐다고 하나요?     

이 부분도 처음 알게 됐는데요. 보통 문어의 수명이 아무리 길어도 4년을 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요. 저자가 2년 동안 아쿠아리움을 방문하면서 만난 네 마리의 문어 중에 세 마리가 죽음을 맞이했는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문어의 삶이나 우리 인간의 삶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암컷 문어는 생의 마지막에 알을 낳고 그 알의 부화를 돌보다가 죽는다고 하는데요. 아쿠아리움에 있던 옥타비아라는 문어도 알을 낳고 알의 부화를 돌보다가 결국 죽었다고 해요. 그런데 알이 부화할 가능성 자체가 낮아서 옥타비아의 자식들은 태어나지도 못했고요. 그런데도 하루하루 죽어가면서도 알을 돌보다 끝내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어쩐지 우리 인간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적고 있거든요. 생로병사의 고리가 인간에게만 주어진 건 아니라는 생각도 하게 되죠.


M2 캐스커 물고기

https://youtu.be/o-nPqe0pOKA


ann 바다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책을 만나보고 있습니다먼저 문어의 영혼’ 만나봤고두 번째로 소개해주실 책은요?

이번에 소개해드릴 책은 ‘물고기는 알고 있다’는 제목의 책입니다. 영국의 생물학자인 조너선 밸컴이 쓴 책인데요. 이 책은 교양과학 서적으로는 굉장히 유명한 책이고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건데요. 바다 생물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오해죠. 고통을 느끼지 못할 거라는 오해. 물고기가 무슨 고통을 느끼겠어라는 오해를 대중적으로 종식시킨 책으로 평가를 받습니다.


ann 문어와 마찬가지로 물고기도 고통이 있다는 거로군요.     

맞습니다. 앞에서 소개해드린 문어의 영혼이 에세이 같은 느낌이라면 이 책은 전통 생물학자가 물고기에 대한 최신의 연구 결과들을 꼼꼼하게 모아서 기록해놓은 책입니다. 물고기가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연구 결과만 모아놓으면 사실 재미가 없잖아요. 읽기도 어려울 테고요. 이 책의 장점은 최신 연구 결과를 일반 독자들도 이해하기 쉽게 너무나 친절하게 전달해준다는 점입니다. 예컨대 우리가 물고기가 무슨 통증을 느끼겠어라고 쉽게 말하는 것에 대해서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반박을 해요.

“신경해부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물고기의 통증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 건,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이 수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라고요.

ann 우리가 모르는 방법으로 물고기도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네요.     

그렇죠. 사실 물고기에는 통증을 느끼게 해주는 통각 세포가 없거든요. 그래서 물고기는 통증을 못 느낀다는 이야기가 나온 건데요. 최근 연구들을 보면 통각 세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물고기는 통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ann 통증을 못 느낀다는 것만큼이나 물고기가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도 많이들 하지 않나요?     

사실 그 점에서는 물고기보다 새들이 더 오해를 풀고 싶어할 것 같은데요. 오늘은 바다 생물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물고기들도 우리의 생각보다는 똑똑하다고 합니다. 돌고래나 범고래가 똑똑하다는 이야기는 많이들 아실텐데요. 우리가 기억력이 나쁜 사람에 흔히 비유하는 금붕어도 사실은 색깔과 소리를 구별하고 주인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고기의 기억력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다고 하고요.


ann 물고기의 뇌가 작아서 머리가 나쁠 거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물고기가 사는 바닷속은 밀도가 우리가 사는 바다 밖보다 800배나 높거든요. 물속에서 살아가려면 모든 게 작고 납작해야 되는 거죠. 그래야 압력을 더 받으니까요. 살아남기에 최적화된 형태의 몸을 가진 거지 머리가 나빠서 뇌가 작은 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M3  프롬 – 그녀의 바다

https://youtu.be/_AvunPU2QQo


ann 해양 생물들에 대한 책들을 만나보고 있어요두 번째로 물고기는 알고 있다라는 제목의 책인데요이야기를 해보니까 물고기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것들이 정말 많네요.     

잘 모르니까 잘못된 오해도 많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 동물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잖아요. 물고기 같은 바다 생물도 동물권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요. 물고기까지 권리가 있다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는 말도 나오긴 하는데요. 저도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우리가 고쳐야 할 잘못된 모습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ann 잘못된 모습이라면요?     

예컨대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동물 축제를 열고 있거든요. 겨울이면 빙어 축제, 산천어 축제 같은 물고기 관련 축제도 많이 열리고요. 이런 축제를 가보면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는 게 하이라이트처럼 돼 있는데, 생물학자들은 이런 장면이 동물 입장에서는 굉장히 끔찍한 순간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동물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축제에서 동물을 주무르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너무나 후진적인 일이다. 부끄럽게 생각하고 변해야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지적하기도 했고요.


ann 이런 책을 읽으면서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되는군요.     

앞에서 소개해드린 책도 그렇고, 이 책도 마찬가지인데요. 결국 저자들이 하고 싶은 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다른 생물종에 대해서도 지구 생태계의 동반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저자가 책에서 이렇게 지적하는데요.

“우리가 물고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노는 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낚싯바늘에 꿰여 물 밖으로 끌려나온 물고기가 울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물속에 빠졌을 때 울지 않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저자의 생각에 전부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계속 커지고 있으니까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점에서 읽을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M4 ABBA – the winner takes it all

https://youtu.be/iyIOl-s7J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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