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행동 자체보다는 그 행동을 일으킨 동인을 살펴봐야 정말 그 사람의 생각과 본심을 알 수 있다.
요 근래 나는 나의 행동의 동인을 가만히 살펴보고 있다.
원래 일상이 행복하고 별 힘이 들지 않으면 그렇게 자기 탐구에 몰입할 필요가 크지 않다.
즐겁고 재미난 일들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은 바빠서 다른 생각을 골똘히 할 여지는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나는 왜 이런가?" " 그냥 좀 살면 되지 왜 이렇게 허덕이고 힘들어하나." 이런 질문은 내가 사는 일상이 나에게만큼은 버겁고 녹록지가 않기 때문에 나오는 물음들이고 그러다 보니 나는 나의 행동의 동인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전 글에서 나의 수업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쓰고 나서 잠깐 후회도 했다.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글들은 모두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직한 나의 생각을 풀어놓는 것들로 채워지지만 어떤 글은 정제되지 않고 날이 서있는 문장들도 있다. 글을 쓰는 나야 그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통해 얻는 위로가 있지만 지나가며 일부러 시간 내어 들러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그 날선 감정들이 불편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쓰고 나서 내릴까 말까 고민하다 보니 여러 차례 내가 독자가 되어 나의 글을 읽게 되었다.
처음보다는 조금은 진정한 상태에서 내가 쓴 글을 읽으며 한번 더 알게 되었다.
나의 행동의 많은 부분의 진짜 동인은 "두려움"이라는 것을.
왜 이렇게, 그리고 무엇을 이다지도 나는 두려워하는 것일까.
어쩌면 타고난 기질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무리 속에서도 눈에 안 뜨이고 있는 듯 없는 듯 지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언뜻 자기주장도 강하지 않고 크게 색깔도 뚜렷하지 않고 웬만한 상황에는 별로 동요하지 않는 덤덤한 성격인 것 같아도 나는 상당히 예민하다. 잘 놀라고 주변 자극에 평균 이상으로 반응하고 그것들이 공격적으로 느껴져서 나를 지킨다는 게 종종 짜증과 우울로 표현된다.
예민하고 겁 많고 외부 자극에 쉬이 피곤감을 느끼고 위축이 되어서 자신만의 방에서 보호받으며 쉬어야 회복이 되는 사람. 그리고 타인보다 안전함과 안정감을 더 많이 구하고 거의 본능적으로 그러한 안전한 상황이다 혹은 아니다를 빠르게 판단해서 아니다 싶을 경우 금방 도망칠 준비를 하는 사람. 그게 나다.
예민하고 두려움과 겁이 많은 사람은 그걸 가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애를 쓴다.
가시를 곤두세우고 나를 공격하겠다 싶은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나도 찌르고 도망갈 준비를 한다.
어릴 때는 엄마 뒤에 숨든가 짜증을 일삼는다.
어른이 되어서는 사회생활을 위한 페르소나를 쓰고 그러한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느라 고군분투하다 번아웃이나 우울증에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예민한 사람은 분위기 파악이나 상황판단이 빠를 수 있다. 잘 훈련되어질 경우 창의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예리한 감각을 발휘하며 살아갈 수 있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편이라 이러한 자신을 잘 보듬고 지키고 긍정할 경우 아주 매력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아니 매력적이다.
그러나. 끊임없이 받아내야 하는 수많은 외부자극과 공격적인 상황들 속에서 예민한 사람은 쉽게 지친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지쳐서 이렇게 우두커니 나 자신과 대면하고 있다.
"뭐가 그렇게 두렵니?"
40줄에 들어서 그것도 이제는 중반을 넘어선 지금.
나는 내가 좀 불쌍하다. 그 수많은 삶의 시간 동안 "두려워서" "겁이 나서" 살아온 분량이 너무 많았다.
그게 나의 왜곡된 오해와 주관적 생각에 갇혀 스스로 선택한 반응이었다 할지라도
그렇게 두려워해온 내가 나는 참 안쓰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