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저축하는 여자
① 나는 왜 매일 시간이 모자랄까

워킹맘의 하루는 왜 늘 11시가 넘어야 끝나는가

by 빛나는 지금

퇴근하고 집 문을 열면, 늘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현관에 던져진 아이들의 가방 두 개,
거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공룡 피규어,
그리고 식탁 위엔 아침에 먹고 나간 접시와 수저들이 그저 편안하게 놓여있다.


그때 시계는 늘 저녁 6시 언저리.

아직 저녁도 못 먹었는데, 마음이 조급해진다.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고
설거지를 막 마친 후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손을 아무렇게나 훔치고 나면

젖은 행주처럼 몸이 처진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일찍 누워야지.”
그렇게 마음 먹으면서도
건조기에 남아있는 빨래 개기, 다시 세탁기 돌리기, 발바닥에 달라붙는 깨알같은 잔쓰레기들 청소기로 밀기.


시계는 이미 9시를 넘어간다.

그제야 하루를 살아낸 나자신도 씻고 잠옷으로 환복하고 나면 긴장했던 만큼

반작용처럼 빠르게 피곤이 몰려온다.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조금만 쉬었다가…” 하고 휴대폰을 든다.


“다른 워킹맘들의 일상” 그들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얻는다.

그렇게 잠깐 하려했던 sns.
그런데 알고리즘은 내 피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퇴근 후 힐링 아이템’, ‘육아가 쉬워지는 필수템’, ‘구축도 신축이 되는 미니멀 인테리어’


이런 글과 영상들은 끝도 없이 많고 또 무엇보다 재미있다.


거기다 열심히 살면서 파이프 라인도 구축해서 왠만한 월급수준까지 벌어들이는 성공 스토리들. 그대로 따라하면 나도 될것만 같다.


10분만 보려던 그 화면은 어느새 밤 10시를 넘긴다

.
눈은 피곤한데, 마음은 더 복잡해진다.
“ 똑같이 워킹맘인데 부업에다 자기 계발에다... 그런건 고사하고 제대로 쉬기라도 하면 좋겠다...”



"도대체 내 24시간 다 어디로 갔지?"

까무룩하게 잠으로 잦아들며

내가 보내는 시간을 되돌아 보았다.


아이들 등교시키기 20분, 아침 준비 15분, 출근 준비 20분, 퇴근 하고 저녁준비 30분~ 50분..
그리고 집안일 50분.

그런데 이상하게, 기억에 없는 1시간 여가 남아 있었다.

그건 바로,
“아무것도 안 했던 시간”이었다.
퇴근 시간임에도 바로 안나오고 이것저것 보느라 교무실에서 보낸 시간 20분,
의자에 앉아 인터넷 서칭했던 15분,

자기 전 sns 30분
그저 피곤해서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던’ 시간.

그 1시간은 매일 조금씩 새고 있었다.
돈으로 치면, 하루 1시간짜리 월세를 버리고 있는 셈이었다.


시간을 월세로 보니 갑자기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앉게 된다.


사실 돈보다 시간이 아닌가.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직장인의 꿈은

돈을 팔아 시간을 버는게 아니던가.


정작 하루 중 가장 정점에 오른 에너지 넘치는 나의 시간을 직장에 팔아 월급을 받고는

그 돈을 버느라 그나마 오롯이 남은 시간은 헛되이 보내고 있는 셈이다.


그래. 시간을 "돈" "월세"로 보자.


그럼 가계부를 써봐야 겠다. 분명 새는 돈이 있을 테니까.


시간을 돈으로 보니 갑자기 시간이 너무 아까워졌다.


다급해진 나는 부랴 부랴 시간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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