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내는 몇 가지 방법

by 빛나는 지금

책을 정리하기 전까지는 우리 집에 책이 많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실감하지 못했다. 책은 꺼내고 꺼내도 끊임없이 나왔다. 양에 비례하여 책을 정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방법이 필요했다.

아래의 세 가지 방법을 책의 상태와 종류에 맞게 적절하게 혼용해 가며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차오르는 샘처럼 마르지 않던 책 항아리는 서서히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1. 기증하기

먼저 아파트 작은 도서관. 마침 엘리베이터에 책을 기증받는다는 반가운 안내문이 붙어있었고 주말을 이용하여 책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유모차는 아주 튼튼하고 유용한 카트로서 그 역할을 훌륭히 해내주었다. 유모차 아래 바구니와 좌석 시트 그리고 손잡이 부분까지 아슬아슬하게 책을 걸쳐서 실어보면 아이들 책 기준으로 대략 40~50여 권정도는 실을 수가 있었다. 문제는 무게와 이동거리였는데 다행히 바로 지하 1층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까지는 균형만 잘 유지하면 무겁긴 해도 천천히 책무게를 감당하며 유모차를 밀어가며 이동할 수 있었다. 주로 아침 이른 시간에 작은 도서관으로 가서 가능하면 책장에 기증할 책까지 가지런히 꽂아두고 나왔다. 문이 잠겨있을 때는 도서관 출입문 앞에 차곡차곡 책탑을 쌓아두었는데 그렇게 책을 내려놓고 빈 유모차를 끌고 돌아오는 길은 덜어낸 책 무게보다 더 가벼운 홀가분함에 발끝을 살짝 들고 혼자만 아는 춤이라도 추고 싶은 적도 있었다.


2. 중고마켓에 내놓기

처음 책 정리를 시작할 때는 중고마켓을 주로 이용했다. 일단 팔기에 적합한 책을 선별하는 데 많은 품이 들었다. 중간에 찢어지거나 귀퉁이가 심하게 손상된 부분은 없는지 등등을 한 권씩 펼쳐가며 살피는 과정은 보기보다 꽤 시간이 많이 들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책장을 면밀히 살피며 중고마켓에 내놓을 물건들을 살피고 설명을 곁들여서 사진을 올리는 작업을 이어갔다. 역시 다른 사람 돈 벌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피곤감을 몇 번 통과하고 나니 그냥 나눔을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단 몇천 원에는 잘 안 나가던 책들도 나눔이 붙으니 금세 필요한 손길을 만나 잘 빠져나갔다. 처치 곤란했던 cd 등도 그렇게 나눔으로 빠르게 정리해 갔다.


3. 버리기

나 역시 어린 시절 "책 밟는 거 아니다!"라고 배웠던 지라 책을 버리는 것은 처음에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기증과 중고시장을 활용하고도 뒤에 남은 책들은 하루하루 먼지만 쌓여갔다. 재차 경험하듯 원래 목적을 상실한 물건은 무의미하다. 읽히지 않는 책. 하다못해 우리 둘째의 책놀이에도 끼이지 못하는 책들.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무게가 꽤 나가는 탓에 던지듯 몇 권씩 책을 버리는데 처음에는 참 어색하더니 의외로 이 역시 시원한 쾌감이 있었다. 다른 종이 무더기 위로 탁탁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책소리가 마치 나에게 건네는 격려이자 질문 같았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불안해서 가지고 있던 것들 다 없어도 괜찮아. 없어도 괜찮아. 마음속에 없으면 안 된다고 붙들고 있던 오래된 고정관념도 그 고정관념을 붙들고 있던 불안도 다 놔줘. 괜찮아."

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게 오래된 책을 버리며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도 한옹큼씩 부지런히 덜어냈다.


거대한 암석덩어리 마냥 꼼짝도 안 할 듯 무거웠던 책장은 책이 비워지면서 그 민낯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합성목재에 합판을 덧댄 저렴하고 가벼운 가구는 이제 내가 두 손으로 밀면 살짝 밀리기도 했다. 드디어 "둥지파괴'가 가능한 시간이 된 것이다. 책장도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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