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빼기 : 그 험난한 여정

by 빛나는 지금

이사 올 무렵 우리 집에는 책장이 총 6개가 있었다. 남편용 책장이 2개, 아이들용 책장이 2개 그리고 전면책장 2개.

큰 책장 안에 책들이 빼곡히 들어가고 전면책장에도 아이들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알록달록한 그림책을 올려두고 책장 위에 다시 책꽂이를 올려서 남은 책과 내 책과 연습장등을 꽂아두었다.


다른 가구를 다 줄여도 마지막까지 나와 씨름을 이어갔던 것이 바로 이 책장과 책들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 책을 좋아하지만 책 읽을 시간이 마땅치 않아 소장하고 있는 책이 더 많은 남편. 그리고 책육아 1호인 첫째. 지금은 책을 거꾸로 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형과 마찬가지로 책의 바다에 빠질 것이라 기대해 보는 2호 둘째. 이런 다양한 독서유형을 모두 다 포용하자니 우리 집 책장과 책은 비울 수가 없었다. 일단 없는 것, 있는 것 다 있어야 원할 때 책을 읽고 자신의 독서유형도 존중받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변함없는 나의 생각이었다.



첫째가 책을 잘 읽는 편이어서 초반에는 별생각 없이 책불리기에 전념했다. 받은 책, 구입한 책 등을 합하여 일단 책권수가 많은 것이 핵심이었다. 열심히 책을 즐겨 읽는 첫째의 모습을 보면 책을 비울 용기는 도저히 일지가 않아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정리와 자리 재배치였다. 그러나 아이들 책은 어찌나 무겁던지 늦은 밤 쌓여있는 책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리는 일은 중노동처럼 느껴져서 책을 꽂기보다는 그냥 작은 여백이라도 보일라치면 그 사이에 억지로 끼워 넣는 식으로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 모래사장까지 넘어오는 파도의 힘처럼 책은 책장을 넘어서 책장 위, 서랍장 위, 책상 위를 덮쳐왔다. 두어 번 책장의 자리를 재배치하면서 책을 다 꺼내고 아이들 방에 있던 책장을 거실로 옮겼다가 다시 방으로 들이기를 반복했다. 어떻게 하면 책으로 지은 집 같은 느낌이 아니라 정상적이고 깔끔한 집처럼 보일 수 있을까가 핵심이었다.

그 엄청난 노동을 겪고 나서 내린 결론은 다른 짐을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였다. 책을 없애야 정리가 된다는 것.


그때부터 치밀하게 아이들의 독서 형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먼저 첫째는 2~3년 동안 늘 제자리에 꽂혀있고 바뀌지 않는 책의 목차에 이미 많이 시들해져 있었다. 많이 읽어서 내용을 다 아는 책들은 더 이상 꺼내보지 않았다. 자주 읽고 찾는 책은 20여 권 내외로 정해져 있었다. 그리고 둘째는 종종 책을 거꾸로 보는 것으로 보아 아직 형이 읽었던 책들을 읽을 단계가 아니었다.


첫째의 필요와 둘째의 책놀이가 만나는 지점만큼의 책만 남기고는 다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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