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매도을 해보고.
옛날 물건을 정리하다 보면 횡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있는 줄도 몰랐던 금붙이들을 발견하는 경우이다. 결혼 전 한창 외모 꾸미기에 열을 올리던 때 샀던 목걸이, 귀걸이, 팔찌 등을 친정 서랍장 구석에서 발견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민한 것이 아니라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라는 질문으로 요모조모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한 액세서리 전문점에 가서 금매입을 요청하니 주인분은 작은 돌판 같은 것을 가지고 오셨다. 칼을 갈 때 쓰는 돌판과 느낌이 비슷했는데 그 위에 액세서리 하나씩을 들고 긁어보시더니 그중 두 개는 "금이 아니네요" 하면서 다시 돌려주셨다.
가져간 물건 중에 가장 금 같은 느낌의 목걸이와 펜던트가 오히려 그저 도금한 액세서리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자 약간 속은 느낌이었다.
금 매도란 것을 처음 해봤다. 그리고 진짜 금을 감별하는 방법도 처음 알게 되었다.
다시 봐도 반짝거리는 샛노란 목걸이 펜던트를 주머니에 넣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내 삶에도 이런 금 아닌 금 같아 보이는 것들이 참 많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깨끗하게 닦여서 노란빛을 내뿜는 순금 같은 것들. 그러나 돌판에 긁어보니 여지없이 벗겨지고 드러나는 초라한 실체를 가진 것들.
그게 진짜 금인 줄 알고 착각하며 남들이 봐줄 거라 자신하며 더 나아가 착용한 나 자신이 이전과 다른 누구라도 된 듯 어깨가 1/2 cm 정도는 봉싯 올라갔던 우쭐한 기분을 남몰래 즐기던 때.
한창 소개팅할 때 따졌던 상대방의 외적인 조건들이 그러했고 화장으로 가려도 자꾸 의식이 되던 모공을 최대한 작게 만들어보고자 카드 할부로 받은 각종 피부과 시술이 그러했고 참으로 부끄럽지만 납작 가슴을 크게 해 준다는 과대광고에 속아 또한 카드 할부로 사들인 각종 한약이 그러했고 돌아가신 외할버지가 꿈에 나왔다고 다음날 샀던 로또 복권이 그러했고 남들 다 가서 즐긴다니 따라 해 본 각종 여행지 방문이 그러했다.
그리고 더 금 같아서 덥석 물어버렸던 건 인정받고 무리 안에 들어가기 위해 나의 진짜 생각을 덮어버리거나 혹은 포장한 것이다. 남들을 의식하며 그 앞에서 실제 느끼는 것보다 더 크게 웃고 더 화사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아니라고 여기면서도 네라고 대답했으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사실을 과장하거나 일부러 말하지 않았으며 교묘히 상대를 조종하고 통제하면서 내가 우위를 점했음을 확인했던 것이 그러했다.
왜였을까? 왜 나는 금 아닌 것을 금인 줄 착각하고 그렇게 걸치고 다녔을까?
왜 진짜 금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을까?
나에게도 돌판이 있어야 했다. 하나하나 긁어보며 가짜를 분별하고 버려야 했다. 그 돌판은 물론 이후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삶의 결과들로 나타나기도 했다. 나 아닌 것들. 그 가짜들은 언제나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냈으니까.
그러나 더 적극적으로 나만의 돌판을 만들어서 미리미리 긁어봐야 했다. 유혹이 클수록 더 빨리 긁어보고 그 실체를 확인했어야 했다.
불안과 두려움이 그 돌판을 삼켜버렸음을 인정한다.
진짜 나를 직면하면 나도 다른 사람도 실망할 거라는 두려움.
포장하지 않으면 내 삶을 통제할 수 없을 거라는 불안.
미니멀라이프는 나에게 돌판이다.
물건도 가구도 다 이 돌판에 긁어보니 답이 나왔다. 필요한 줄 알았는데 없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긁어보니 어라 가짜였다.
그 돌판으로 이제 나는 내 인생 전반을 긁어보고 있는 중이다.
인간관계도, 건강도, 재정도, 직장도, 가족도 하나하나 그 시험대에 올려보고 있는 중이다.
진짜 금이 판가름 나고 있다.
그리고 그 금은 나를 정말 반짝이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