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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Jul 04. 2024

미니멀리스트가 사랑하는 물건

우리 가족 내에서 나는 자칭 "미니멀리스트"이다.

남편도 아이들도 집에서 뭔가 그들의 물건이 사라진 것 같으면 나부터 찾는다.


미니멀라이프의 단점일 수도 있겠으나

전반적으로 미니멀리즘은 장점이 훨씬 많은 멋진 삶의 하나의 방식이다.


미니멀라이프는 물건이 없는 삶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니멀라이프를 하다보면 초반에는 물건이 점점 '없어진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궤도에 다다르면 물건은 남는다. 그리고 새로 들어오기도 한다.


이때 내 곁에 남는 물건은 초반과 중반의 치열한 자기검열과 일상 전반을 샅샅히 뒤집고 파헤치는 엄격한 심사의 시간을 통과한 "진짜"들이 남는다.


불필요한 군더더기, 남과의 비교나 경쟁의식, 충동구매의 쓰라림, 내 안에 공허를 아슬아슬하게 덮고 있던 허영심 또한 나와 사회가 부여했던 가짜 가치들이라는 거품이 상당히 제거된 후다.


그렇게 물건을 비우고 공간을 정돈하며

동시에 내 안에 중심가치를 견고히 하고나면

자연스럽게 본질에 가까운 것들이 보인다.

 

결국 내 안에 무형의 가치들이

유형의 물건으로 표현되어

내 곁에 떳떳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 '자랑스런' 얼굴들을 소개한다.

이 가방은 10여년도 전에 언니가 연수 떠나는 나에게 응원 차 사준 선물이다.

안쪽에는 랩탑을 넣는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있고 앞쪽에도 필기구와 휴대폰 공간이 잘 구분되어있다.

공간이 넉넉해서 1박2일 여행때도 넉넉히 아이들과 내 옷까지 수납이 된다.


등판과 어깨걸이에 쿠션도 푹신해서 장시간 매고있어도 불편하지가 않다.

지퍼도 부드럽게 여닫혀서 지금껏 고장 한번 나지 않았다.

색깔도 오렌지 빛깔이 상큼해서

어디서든 눈에 잘 띈다.


나이가 들어가며 이런 밝은 색깔이 점점 더 좋아지니

앞으로도 이 가방은 오래도록 나와 함께 할 것 같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라

공부용, 여행용 백팩, 심지어 장바구니 기능까지 한다.


잘 마르는 천재질이라

더러워지면

툭 넣고 세탁해주면 된다.


시계는 기능적 측면도 크지만 다른 액세서리를 그닥 즐기지도 않고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그나마 있던 것마저 비운 나에게 거의 유일한 액세서리이다.


전에는 메탈, 가죽 재질을 넘나들며 스퀘어, 라운드 형을 오고가며 거의 5~6개의 시계를 소지했다.

그날 그날 옷차림과 분위기에 따라 다른 시계를 고르는 것도 아침 출근 준비에 필수 코스 중에 하나였다.


미니멀 라이프의 신선한 바람과 함께

나의 시계도 하나씩 둘씩 비워지기 시작했다.

좀 오래되긴 했어도 다 고가의 패션 시계들이라

언니에게 조카에게 보낸 후

한동안은 시계없이 지내보았다.


편한부분도 있었지만

걸어서 출퇴근을 하는 나에게

시간을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은 점점 불편함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다시 시계를 들였다.

미니멀 라이프는 물건을 없애는게 중요한것이 아니라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남기는데 있다는 것을

그때 더 분명히 깨달았다.


이제 시계를 고르는 기준은 전과는 상당히 달라졌다.


착용감. 일단 팔목에 착용했을때 가볍고 편해야한다.

경험상 메탈은 무겁고 가죽은 땀이 찬다.


디자인. 캐주얼이든 단정한 차림이든 두루 어색하지 않게 잘 어울려야한다. 그리고 골드 빛깔이 들어갈 것.


그리하여 우레탄 재질의 미니 사각 손목시계를 적절한 가격에 구매했다. 금빛 시계침도 알맞다.


가볍고 예쁘다. 아주 만족한다.


미니멀 라이프를 한다고해서 물건을 새로 사지도 않고 온통 무채색의 밋밋하고 심심한 디자인만 찾는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의 일상을 단정하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물건들로 자신의 주변을 채우는 것이며 그 물건들은 쓰임새뿐 아니라 외양도 깔끔하면서도 소유자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것들이 될 수 있다.


손 안에 싹 들어오는 포켓 지갑과

선글라스.


외출할때마다 나와 함께하는 필수품들이다.


예전에는 긴 장지갑을 선호했다.

들고다녀야할 각종  할인 및 맴버쉽 카드들도 많았지만

장지갑이 디자인이 예뻤다.

특히 가운데에 고급 브랜드의 로고가 박혀있으면

일부러 외출시 지갑만 들고 나가

카운터위에 올려놓고

혼자 뿌듯해하기도 했다.

누군가 같이 인정해주기를 바라면서...


이제는 들고 다녀야 할 각종 키드는 다 휴대폰 안에 있으니

일단 카드 슬롯이 많이 필요없어졌다.

그리고 아이둘 데리고 다니다보니

가방안에 가급적 공간을 덜 차지해야한다.

아이둘 손에 한명씩  잡고 버스라도 타려면

지갑은 주머니에 쏙 들어가야 한다.


그리하여

지금 내 곁에 있는 지갑은 작고 가벼운 포켓 지갑이다.

동전이 많이 나오는 이스라엘 장보기에도

동전 슬롯이 따로 있어 매우 유용하다.

바지 주머니에 쏙 들어간다.

지폐도 넣고 교통카드도 들어간다. 딱이다.


그리고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재질도 마음에 쏙 든다.



선글라스는 햇볕이 강한 이스라엘에서는 최대 필수품이다.

작년 동네 안경점에서 한참을 고민하고

써보고

안경점 사장님의 평까지 받은 후 구매한 선글라스는

가볍고 내 얼굴형에도 잘 어울린다.


오래 쓰고 있어도

코나 귀에 불편함이 없을것.

갸름하기보다는 다소 선이 강한 편인

내 얼굴형에 잘 맞을 것.

그리고 자외선차단이 잘되어 눈에 부드러울 것.


기준이 분명하면 물건을 구매한 후 후회할 일이 줄어들고

또 아끼며 오래 쓸 수 있다.


선글라스는 나랑 함께 비행기 타고 와서

아주 잘 쓰이며 자리매김을 단단히 했다.




볼수록, 함께할 수록 흡족한 물건은

일상에 작은 위로와 힘이 된다.


바로 손 닿는 곳에 늘 함께하며

필요한 곳에 쓰이며

자신의 소임을 다 하는 물건들.


나의 물건들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물건의 존재이유를 말해주며

미니멀라이프의 초심을 유지하도록

일깨워주는 든든한 응원의 목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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