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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나는 지금 Jul 28. 2024

나 좀 살림력이 늘었다 싶을 때.

1. 반짝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빗 세척은 솔직히 귀찮다. 자잘한 빗살은 아무리 거품물에 오래 담궈놔도 그 사이사이에 끼어있는 머리 기름때까지 씻어내지를 못한다.

손가락이 들어가지도 않고 촘촘한 수세미망으로 바득바득 닦아봐도 끄트머리까지 닿질 않아 늘 찝찝하게 마무리 지었다.

들인 시간대비, 그닥 말끔한 민낯이 되지 못한 빗을 보자니 점점 빗 세척이 재미가 없어졌다.


오호!  그런데 아이들용 치간 칫솔이 눈에 띈다. 여러 번 쓰고난 후 줄이 늘어난 치간 칫솔로 빗살 구석구석 훑어내리니 머리때, 기름기, 쌓인 먼지가 말끔하게 벗겨져나온다.


이제 빗 세척은 아주 단순해졌다.

따뜻한 물에 퐁퐁이나 샴푸를 푼 다음  빗을 퐁당 빠트리고 잠시 놔둔다. 때가 불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치간 칫솔로 빗살 사이사이 넣어가며 박박 위아래로 긁어준다.


그리고 따뜻한 물과 찬물로 차례로 씻어주면

처음 구매한 빗처럼, 말끔한  빗을 쓸 수 있다.


이렇게 살림 요령이 붙는다. 흐뭇하다.


2.  미리 야채 손질을 끝내 놓는다.

아주 최근까지도 매끼 준비할때에서야 주섬주섬 냉장고에서 가용 가능한 식재료를 찾아서 냄비 불 올려놓고 채소 손질을 했다. 메뉴 결정도 그제야 했고 손질 하느라 초반 시간이 많이 들었음은 물론이다.


이제 늘 찾게되는 기본 채소들은 미리 준비해두기로 했다. 감자, 양파, 당근에 풋고추까지.

어디든 갖가지 모양과 맛으로 늘 식탁에 오르는 채소들은 미리 껍질을 벗기고 필요한 경우 먹기좋게 썰기도 해서 용기에 넣어 보관한다.


준비시간도 대폭 줄고 메뉴도 미리 구상할 수 있다.


냉장고에 층층이 놓아둔 프렙통들을 보면

왠지 살림고수가 된 듯 나 혼자 꽤 뿌듯하다.


3. 물건은 멀티로 쓴다.

물통 안쪽까지 씻는데 쓰는 세척솔은 따로 없다.

집게로 수세미를 꽉 잡고 물통 안에 넣고 싹싹 닦아주면

깨끗하게 세척이 된다.


나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지만

누군가의 살림팁이 나의 살림에도 빛을 발할때

문득 나의 살림력도

이런 멋진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신

그 분 만큼 급상승하는것 같다.

(살림팁 나눠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려요. :)


4. 하는김에 하는 청소로 시간을 절약한다.

요리는 잘 못해도 과정은 즐기는 편이다. 특히 결과가 나온다. 독창성과 창의성도 발휘할 수 있다. 때때로 과하게 독창적인 맛이 나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요리는 그 자체로 몰입의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 그닥 즐겁지 않은 부산물이 있으니 설거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명장이 평상시에도 자신의 칼을 꺼내 쓸고 닦으며 칼날을 벼려놓듯 깨끗한 그릇과 조리도구는 맛있는 요리의 절대 선제 조건이니 소홀할 수가 없다.


설거지의 품을 줄이자. 요리하는 중간 중간 나오는 그릇, 도마 및 조리도구를 틈틈히 씻어둔다.

국이 끓고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옆에서 그간 나온 그릇, 칼 등을 씻어둔다. 요리를 마친 후에 최종적으로 남은 그릇은 훨씬 양이 적다. 마음도 가볍다.


여름철, 화장실은 썩 쾌적하지 못할때가 많다.

그래서 들어간 김에 가볍게 청소하고 나온다.


변기에 오염이 더 굳기전에

물로 한번 씻어주고 세탁 가방안에 들어간 수건으로 한번 훔쳐주면 굳이 샴푸 풀어 거품 세척까지 안가도 깨끗함이 유지된다.


조금 더 품을 들여 캐비넷 유리 칸막이도 씻어준다.

약간의 노력으로 단정한 공간을 당분간 즐길 수 있다.

확실히 남는 장사다.


5. 매일 한다. 똑같은 살림을.

나의 살림력이 많이 늘었다고 정말 실감하는 순간은 바로

이 똑같은 살림을 매일 비슷한 모습으로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문득 볼 때이다.


루틴 같은 것을 만든 적은 없다.

하다보니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과정으로

살림을 산다.


지루하거나 가라앉거나 때로는 즐겁거나.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오고 가지만

큰 동요 없이 나는 작은 집을 오고가며 작은 살림을

같은 자리에서 매일 하고있다.


잘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이 꾸준함이 제일 잘하는 것이라는 걸

조금씩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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