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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13. 2021

문구용품에 대한 집착 feat 소확행

직장 생활 소고

고등학생 시절만 해도 나는 문구용품에 집착하는 편은 아니었다.

색색 펜도 쓰지 않았고 연필 또는 검정 볼펜으로 필요한 내용만 메모했다.

글씨도 엉망이어서 시험 기간만 되면 노트 필기 잘하는 아이 껄 복사해서 보곤 했었다.

내 생각에는 그 편이 훨씬 보기도 좋고 효율적이었다.


문구용품에 집착을 하기 시작한 건 노무사 공부를 할 때부터다.

내 유일한 취미는 책을 읽는 것이었는데,

도저히 양심상 수험서가 아닌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1차 끝나고 2차 들어가기 전에 1주일 정도 쉬었는데,

이때 본 책이 2년간의 수험 기간 중에 유일하게 본 책이다.

(물론 회사는 다녔다. 공부를 쉬었다는 의미)

너무 오랜만의 취미생활 었던지라, 정말이지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각설하고, 유일한 취미생활에서 멀어진 나는

평일에는 직장→독서실→아이 씻기기→수면,

주말에는 학원→독서실→아이 씻기기→수면 패턴을 반복했다.

첫해는 주중에 학원을 다니라 아이들을 못 씻겼는데,

자기 전에 아이들 땀 냄새에 몹시 마음이 괴로웠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아이들은 5살, 8살. 남자아이들이다.

여름철 그 퀴퀴한 땀냄새라니!


책 읽기조차 사치였던, 틀에 박힌 수험 생활에 유일한 구원은,

문구용품이었다.

수험생들의 성지였던 고치촌 알파문고는 늘 사람들로 복작복작했다.

그게 꼭 문구용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나도 거기서 갖가지 펜들을 테스트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수험생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이라면서 말이다.

어떤 형관 펜이 그래도 좀 눈이 덜 부실까?

어떤 펜이 빠르게 써지면서 번짐이 적을까?

- 난 형광펜은 마일드 라이너, 펜은 에너겔 1.0(파란색)에 정착했다.


알파문고에는 이런 게 필요할까? 내지는 있으면 좋긴 하겠다?

실은 갖가지 문구용품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1. 투명한 포스트잇, 본문을 보기 위해 포스트잇을 들출 필요가 없다.

2. 지워지는 볼펜, 이건 강의 필기할 때 많이 썼다.

- 나는 지워지는 볼펜의 시초라 할 수 있는 프릭션을 썼지만

지금은 다른 브랜드도 많더라.


최근에 추가한 것은

3. 세퍼릿 다이어리이다.

- 일본에서 수입한 거라 달력 기준이 일본식이다. 이게 너무 아쉽다.

공휴일이 다르고 달력이 일요일이 아니라 월요일부터 시작한다.

가격도 착하진 않다. (난 3만 원 좀 안되게 직구로 샀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구입할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월간과 주간이 같이 있어 일정 계획할 때, 월간과 주간을 넘나들면서 볼 필요가 없다.

주간 일정을 월간을 보면서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테마별로 배분할 수 있다.

- 비록 아래 다이어리는 빈 화면을 올렸으나,

나는 월간- 우측 상단 메모에 일/가정/자기 계발로 테마를 나누어 주요 목표를 적고

주간-타임에 할 일을 기재 후 해당 테마에 따라

파랑(일)/핑크(가정)/초록(자기 계발) 형광펜으로 블록을 구분한다.

3 영역의 비중을 조화롭게 하기 위해서다.

세퍼릿 다이어리

4. 또 하나 추가할 건, 미니 서랍(폭 9cm)이다.

부착형 미니 서랍


재택근무 시 내 자리는 TV 다이였다.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둘째를 보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게임용 컴퓨터를 거실로 옮기면서, 그 자리는 둘째의 전용 자리가 되었다.

- 거실로 나온 둘째는 나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글 타이머로 타임을 설정하고,

초집중 모드로 게임을 한다.

포모도르 테크닉을 게임할 때 쓸 줄이야!!


이제 나는 소파 구석, 간이 테이블에 노트북을 놀려놓고 일을 한다.

간이 테이블답게 노트북 하나 올려놓으면 꽉 찬다.

외장용 하드디스크에 업무 내용을 다 옮겨놔서,

이걸 노트북에 연결해서 일을 해야 하는데,

테이블을 움직이다 보면 하드디스크가 자꾸 빠진다.


하던 작업이 날아갈까 노심초사 끝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부착용 미니 서랍을 발견했다.

폭이 9cm라 간이 테이블 날개와 지지대 사이 공간에 딱 맞는다.

보시다시피 나는 인공눈물과 이어폰, USB를 넣어놓고, 하드디스크를 얹어 놓는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캣폴(cat pole) 제일 하단 선반에는

업무용 책들과 연필꽂이(이케아 수저통)도 하나 올려놨다.

소파 옆에 캣폴(cat pole)이 있는데,

고양이들이 소파 등받이 위로 지나다니다 보니, 제일 하단 선반은 쓰질 않는다.

비록 내 자리는 둘째에게 뺏겼지만, 거실 한구석에 내 나름의 오피스를 구축했다.


정말이지 문구용품이 최고다.

1. 큰돈 들이지 않든다.

2. 모범생 같아 보인다.

3. 삶이 편리해진다.


이만큼 가성비, 가심비 좋은 취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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