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이야기
우리 집에는 냥이 2 마리가 살고 있다.
큰 아이 초4 사춘기에 데려왔는데,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는 이 녀석들 없는 삶이 잘 상상이 안된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어서 반대를 했던 남편은, 냥이 털을 한 달에 한 번씩 미는 수고를 자처하고 있다.
새벽에 간식 달라고 보채는 큰 아이에게 간식을 주는 것도 남편의 몫이다.
곧 4살이 되는 이 녀석들이 오늘 생전 처음으로 스케일링을 받았다.
1년에 한 번씩 맞는 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스케일링을 하는 게 좋겠다는 권유를 받아 예약을 잡았다.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을 시키고, 오늘 아침 7시부터는 물도 안 줬다.
그랬더니, (냥이) 물분수가 아니라 조리수에서 흐르는 물만 마시는 큰 녀석은 싱크대 조리수 앞에 턱 하니 앉아 하염없이 나를 바라봤다.
내가 소파에 앉으면 소파로, 안방 침대에 있으면 침대로,
마주치는 눈빛이 너무 간절하고 부담스러워서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다.
"11시 예약이긴 한데 10시 반쯤 가있으면 안 될까요?"
"의사 선생님이 출근 전인데요?"
"그냥 가서 기다릴게요."
눈치가 빠른 큰 녀석은 이동용 돌돌이를 꺼내자마자 난리였다.
저 안에 들어갈 일은 병원 갈 때 밖에 없으니, 눈치가 빤한 것이다.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큰 아이는 발치를 하고, 잇몸이 드러난 치아 중 하나를 꼬메는 시술을 했고,
둘째 아이는 치아 흡수성 병변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 녀석은 치석은 덜 했는데, 더 심각한 상태였던 것이다.
심지어 앞니 몇 개가 없는 상태였다는데,
매일매일 효소를 잇몸에 발라주면서도, 난 왜 그걸 몰랐을까?
- 고양이 앞니는 개와는 다른데, 작고 좀 하찮게? 생겼다.
치아 흡수성 병변이 그렇게 아프다던데, 녀석은 하악질을 하거나 짜증을 부린 적도 없었다.
냥이들은 말을 못 하니, 내가 좀 더 세심하게 살폈어야 했는데...,
사실 그렇다. 피곤했다.
집에 들어오면 씻고, (둘째 아이는 대게 내가 올 때까지 대게 밥을 안 먹고 있어서) 둘째 녀석과 밥을 먹고, 냥이들 이빨 과자 먹인 뒤 입몸에 효소 발라주는 게 일이다.
- 냥이들이 물리적인 칫솔질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서 잇몸에 효소만 발라주고 있다.
거의 매일이 그렇긴 한데, 가끔 귀찮으면 냥이들은 패스했다.
내가 이 과정을 후다닥 해치우지 않고, 시간을 들여했다면, 둘째 냥이의 치아 흡수성 병변도 빨리 발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사람 아이들도 마찬가지고, 냥이 아이들도, 내 책임인데, 내 몸이 힘들다는 핑계를 댔다.
다음 주에 병원에 갔을 때는 시술하느라 꿰맨 자리가 잘 아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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