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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Dec 25. 2021

어린 협상가

워킹맘 이야기

둘째는 동영상 편집 알바를 잠깐 했다. 동영상 편집을 하려면 편집 프로그램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게 한 달에 2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부가 제외 17,500원)이었다.


게다가 1년을 의무 구독을 해야 하는 조건이었다. 당시 아이 용돈은 2만 원.


아이가 영상을 편집해주던 형아는 중학생이었는데, 이제 공부를 해야 한다며, 더 이상 동영상을 편집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이는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고, 1년 구독을 해야 하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남았다.

- 일자리라고 해봤자 동영상을 편집해주고 고맙다고 받은 5000원짜리 구글 기프티 카드가 다였다.

https://brunch.co.kr/@viva-la-vida/57


아이 회사 홈페이지에 있는 챗 기능으로 구독을 해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화의 상대방은 약관에 1년을 구독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고 했다.

남편은 아이에게, "아빠가 알아볼게"라고 했는데, 아이는 "괜찮아요. 제가 해결할게요."라고 하더니,


"죄송해요. 저 어린이예요. 용돈이 2만 원인데 더 이상 프로그램을 사용하기가 어려워요."라고 했다.


만약 나라면, 엄마 아빠한테 이야기해서 그냥 1년 구독을 할 것 같다.

1년 구독인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지는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내가 계약한 것이고, 이래저래 아쉬운 말을 하는 것도 싫기 때문이다.


아이는 나보다는 세상을 사는 지혜가 있는 것 같다.

미성년자라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은 몰랐겠지만, 어디나 예외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 테니 말이다.


이전 회사 사장님이 강조하듯이 세상사 살아가려면 Street smart가 필요하다.

https://tvbug.tistory.com/390

다만, 지금의 그 street smart 잔꾀가 되지 않기를.

기왕이면 이제는 책도 좀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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