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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Dec 18. 2021

12월은 요리하지 않는다.

워킹맘 이야기

"12월은 요리하지 않는다니?! 언제는 요리를 제대로 하긴 했었냐?"

남편이 따지는 목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올해 12월은 유독 정신이 없었다. 여전히 정신이 없는 중이다.

무언가에 집중을 하면 주변이 잘 안 보이는 터라, 지하철에서 종점까지 가거나, 한참을 지나 내려 다시 갈아탄 적은 몇 번 있었어도, 이번 달은 한 자리에서 무려 3번을 다시 갈아타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럴 때는 일을 줄이는 게 상책이다.

내가 해야 할 일 중에서 ▲꼭 해야 할 일, ▲조금 미뤄놔도 될 일, ▲대강 해도 될 일을 나누고 꼭 해야 할 일만 야겠다. 

12월은 주말을 빼고는 요리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우리 가족들은 불만이겠지만, 나에게 대강 해도 될 일은 '집안일'이다.

어차피 해도 티도 안나는 거, 너무 더럽게만 살지 말자.

쓴 물건 제자리에 두기만 잘 지켜도 집은 그렇게까지 너저분해지지 않는다.


Tip이라고 하기도 민망하지만, 몇 가지 살림 방법을 공유한다.

그냥 어떤 사람은 살림을 이렇게나 대강하는구나 생각하면 될 것 같다.


#Tip 1 : 설거지 -프로세스를 단순화한다.

설거지는 이제는 식기세척기가 담당하지만 이전에 시간이 없을 때는, 일단 음식물 찌꺼기만 치우고, 세제 푼 물에 담근 뒤, 깨끗한 수세미로 닦으면서 헹궜다.

설거지 과정은 계면활성제의 화학적인 작용 + 수세미의 물리적인 작용으로 분해할 수 있고 그중 화학적인 작용은 세제 푼 물에 그릇을 담가 두는 것으로 대신한다.

세제를 수세미에 풀고 그릇을 닦은 뒤 물에 헹구면 설거지는 그 과정만 2단계다

엄마가 설거지를 이렇게 했다.

당시 나는 워낙 엄마가 아끼니까, '저렇게 하면 세제를 조금 덜 쓰는 걸까?'생각했었다.

하루에 4시간밖에 못 주무시고 바깥 일과 집안일을 하셨던 엄마를 도와드릴 생각은 못하고  말이다.


빌 게이츠는 생각을 정리할 때 설거지를 한다고 하는데, 그건 아마 빌 게이츠가 설거지를 아주 가끔 하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나에게 설거지는 빨리 해치워야 하는 그 무엇?이지만,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천천히 세제를 수세미에 풀고 깨끗한 물에 그릇을 헹구는 과정을 빌 게이츠처럼 음미해봐야겠다.

<출처 : Pixabay>


#Tip 2-1 : 빨래 - 한 번에 몰아서 한다.

빨래는 세탁기에 구분 없이 넣는다. 물이 빠지는 옷은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요새는 염색이 워낙 잘돼서 물이 빠지는 옷은 거의 없다. 세탁기에 돌리지 말아야 하는 옷을 돌리는 것이 문제가 될 뿐.

우리 집 세탁기는 용량이 어마어마하다. 빨래 꺼낼 때 몸을 한참 숙여야 바닥까지 손이 닿는다.


세탁기에서 나온 옷들은 꼭 널어야 하는 종류가 아니면 그대로 건조기로 직행이다. 건조기도 제일 큰 걸로 샀다. 건조기는 빨래를 줄에 너는 과정을 줄여준다. 나도 그게 뭐 어렵다고 굳이 옷이 점점 줄어든다는 데 건조기를 쓰나 싶었지만,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사람들이 그걸 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확실히 편하다.


#Tip 2-2 : 다림질 - 용도를 전환한다.

의류관리기는 외투를 청결하게 보관하는 용도가 아닌, 다림질 대용으로 사용한다.


<이하 의류관리기를 다림질 대용으로 쓰는 방법>

https://brunch.co.kr/@viva-la-vida/135


#Tip 3 : 청소 - 위임한다.

청소는 남편에게 위임했다. 우리 집에도 소위 3新가전 중 하나인 로봇청소기가 있다. 이전 집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진공청소기를 쓰지 못하고 버렸고, 이사하면서 장만했는데, 초반에는 열심히 쓰다가 이마저 귀찮아서 말았다.

나보다 훨씬 깔끔한 성격의 남편이, 아침마다 밀대로 구석구석을 청소한다.


욕실 청소는 토요일 오전에 한다. 오후에 아이 선생님이 오시기 때문이다.

뿌리는 락스를 뿌린 뒤 세면기나 변기는 휴지로 닦는다. 전용 솔을 쓰다가 그마저도 귀찮았다.

바닥은 락스를 뿌린 뒤 뒀다가, 샤워기 뜨거운 물로 씻어낸다.

<출처 : Pixabay>


#Tip 4 : 냥이들 돌보기 - 도구를 활용한다.

냥이들은 현대문명의 이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자동 급식기, 자동 화장실을 들였다.

남편과 큰 아이 알레르기 때문에, 남편이 한 달에 한 번씩 냥이들 털을 민다.

그리하여 곱실거리는 긴털을 가졌던 우리 아이들은 직모에 짧은 털 냥이 되었다. 

목덜미에 곱실거리는 털들이 원래는 이들이 곱슬 냥이였음을 보여준다. 

냥이들 발톱깍이도 남편 담당이다.  

둘째는 냥이들 목욕을 담당했는데, 정기적으로 털을 밀고 나서는 딱히 목욕을 할 일이 없다.


<이하 우리 냥이들이 쓰는 화장실>

↓↓↓

<출처 : 캣 링크 https://www.catlink-korea.com/>


#Tip 5 : 음식물 처리기 - 도구를 활용한다.

세상 편하다. 음식물 냄새 때문에 걱정할 일도 없고, 매일매일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갈 필요도 없다.

우리 집에 있는 거는 음식물을 건조한 뒤 분쇄하는 방식인데, 아직까지는 이 방식이 제일 깔끔한 것 같다.

효소를 쓰는 방법은 효소를 구하는 것도 일로 보였다.

싱크대에 설치하는 자동 분쇄기는 거름망을 부착하고 거름망에 있는 음식물을 버리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고, 실제로는 거름망을 씌우지 않고 사용을 해서 하수도로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내려간다고 한다.

수질오염만 심화시킬 것 같으니 잘 알아보고 구입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 집에 있는 건 조금 옛날 모델이다.

https://search.shopping.naver.com/catalog/9822703757?cat_id=50001707&frm=NVSCPRO&query=%EC%8A%A4%EB%A7%88%ED%8A%B8+%EC%B9%B4%EB%9D%BC&NaPm=ct%3Dkxbfq1cw%7Cci%3Dc44182df6850d24838f77c297508c51701adca1c%7Ctr%3Dsls%7Csn%3D95694%7Chk%3Dc282adb52ce92d64c562082f5625e111875d37f7


#Tip 6 : 쓰레기 분리수거 - 단순화한다. 위임한다.

단순화한다. 마트 장바구니에 재활용품을 분리해서 담아둔다.

분리수거일은 화요일 저녁부터 수요일 아침 7시? 까지다. 출근하면서 현관 쪽에 재활용품을 내놓는다. 퇴근하고 들어오자마자 가방만 내려놓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그 마저도 늦게 들어오거나, 너무 피곤하면 그다음 날 출근하면서 분리수거를 하고, 재활용품을 담았던 장바구니는 우편함에 넣어둔다.


지난번에는 웬일로 분리수거가 되어 있길래 물어보니까, 남편이 큰 아이에게 돈 천 원을 주고 시켰다고 한다.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 것 같다. 


집안일은 대강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주중에는 둘째 아이 학원 마중을 나간다.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는 게 없으니, 이거라도 하자는 마음이다. 

내 마음속의 면죄부인 셈이다.

주말에 큰 아이는 수학 학원, 둘째 아이는 코딩 학원을 간다. 

큰 아이가 토요일 10시 반, 둘째 아이가 11시 20분이다. 학원까지 왕복 40~45분이 소요되는데, 한 놈 보내면 바로 한 놈이 자기 마중하라고 기다리고 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둘째는 자기 전에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장난을 치는 걸 좋아하는데, 같이 있을 시간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엄마가 비록 살림은 잘 못하지만, 너희들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노력할게. 

낯 간지럽지만, 사랑한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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