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걸 못한다. 미용실은 어쩔 수 없이 반기에 한번 가서 파마를 하며, 흰머리가 너무 많아 보기 힘들 때쯤, (대게 2~3개월 주기) 뿌리 염색을 한다.
학창 시절에도 필기를 잘 안 했다. 손의 속도는 강의의 속도, 두뇌의 이해 속도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그냥 노트 필기 잘하는 아이의 것을 빌려서 복사해서 보는 편이 낫다. - 물론 그 아이와 평상시 관계가 좋아야 할 것이고,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 나 역시 그 아이에게 제공할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필기를 할 시간에 차라리 그림을 그리는 게 낫다.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우리 두뇌는 이미지로 기억한다. - 이건 나중에 안 사실인데, 이는 인류의 생존 방식에 특화된 기억법이다.
인류는 먹이를 찾아 채집을 하거나 사냥을 했고, 그리하여 장소적 기억(이미지)은 유독 머릿속에 잘 남는다. 그리스 시대부터 내려온 '기억의 궁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