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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an 19. 2022

자격증은 왜 따는 걸까?

직장 생활 소고

# 미국 변호사 - "야, 너두 할 수 있어."

- 이게 쉽다는 소리는 아니니, 혹시나 미변 자격이 있으신 분들은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같이 영어 스터디하시는 분이 코로나로 미국 변호사를 온라인으로 취득하는 과정이 열렸다고 잠깐 스터디를 중단한다고 선언하셨다. 비행기 표 값도 굳고 여러모로 절호의 찬스이긴 하다.

우리 회사에서도 얼마 전 한국에서 미국 변호사를 취득하신 분이 있었다.

정말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해당 자격시험 규정이 개정됐다고 한다.


Rule 46

(4) Law Study in a Law School Not Approved by the ABA.

An applicant who graduated from a law school not approved by the ABA may take the bar examination only after successfully completing at least 26 credit hours of study in a law school that at the time of such study was approved by the ABA. All such 26 credit hours must be earned in courses of study, each of which is substantially concentrated on a single subject tested on the Uniform Bar Examination. The hours of study may be earned through remote instruction that meets the definition of "distance education course" set out in the American Bar Association Standards and Rules of Procedure for Approval of Law Schools.

<출처 : https://blog.naver.com/jeffreykim00/222376966656 >


법학사 학위가 있다면 ABA(미국 변호사 협회)에서 인가를 받지 않은 로스쿨을 졸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니, 법학사 학위가 있고 ABA(미국 변호사 협회)에서 인정하는 로스쿨에서 온라인으로 26학점을 이수하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인 차 법률 전문학원에 문의해보니 위 조건은 워싱턴 DC라고 한다.


같이 영어 스터디를 하셨던 분은 외국계 회사에서 컴플라이언스 업무를 담당하셨고 법학 박사였다. 게다가 본사(미국)로 갈 수도 있다고 하니 미국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면 아무래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 같다.

물론 가서 미변 일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풀릴지 모르니 말이다.


로스쿨을 고민 중인 부서 막내에게 미국 변호사를 알아보라고 했더니 그새 영국 변호사까지 알아보고는 영국 변호사는 홍콩, 싱가포르에서도 활동이 가능하다고 싱가포르 취업의 길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재치 있는 답변을 하더라.


# 이거 따서 뭐할 건데?

미국 변호사 자격증에 대해서 알아보다가 문득 이걸 따서 뭐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법학사가 없는데, 이건 어찌어찌 독학사로 학위 취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게 내 전문성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


또 쓸데없이 자기계발 욕구가 발동했다.

모든 자격증은 실무 경험이 제일 중요한데, 이 나이에 저 자격증을 취득한다 한들, 그 일을 업으로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결국 자기만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나중에라도 내 일과 관련성이 생긴다면 명함에 한 줄 장식하는 용도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자기만족이라고 하기엔 시간과 비용,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요되지 않은가?


# (2020년) 사설 자격증 6개 취득에 도전하다.

내 삶의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게 일하면서 공부한 부작용인지, 남들보다 불안 수준이 높은 것인지, 나는 잘 쉬지를 못한다.

어릴 때는 분명 느긋한 성격이었는데 말이다.

뭔가 시간이 그냥 흐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큰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격증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직장동료에게 추천을 받은 정부지원 온라인 강좌로 두 달 동안 사설 자격증을 6개 취득했다.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데, 시험이 너무 허술했다.

정부지원 교육과정이면 휴대폰 본인인증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것도 없었고 시간제한 정도만 있었다.

강의 배속도 정부지원은 대게 1.5배속이 최대인데 여기는 어찌 된 영문인지 2배속도 가능했다. 게다가 브라우저에 따라 일단 틀어놓으면 이수로 처리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그걸 따서 뭐할까 싶었는데 정부지원과정이라 일단 큰돈은 안 드는 데다, 뭐든 배우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배워서 남 주랴?


그리하여 생긴 자격증이 사주적성상담사, 풍수인테리어지도사, 심리분석사, 자기주도학습지도사, NIE지도사, 코딩지도사이다. 강의를 듣고 시험을 보긴 했지만, 이거 이렇게 쉽게 자격증이 생겨도 되나 싶었다.

게다가 자격증을 발급하려면 8만 5천 원을 내야 했는데, 이 발급비용이 결국 수강료인 셈이다.

따로 써먹을 일이 없어서 그런지, 자격증 따기 도전은 2달 만에 그쳤다.


# (2021년) 파이썬에 도전하다.

작년에는 혼자 파이썬을 독학한다고, 유튜브 기초 강의를 듣고, 책을 사다가 보고, 멀***스 강좌를 2개 수강을 했다.

이 역시 그다지 만족감을 주진 못했다. 일단 내가 파이썬을 써서 크롤링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업무를 하려면, 이럴게 아니라 전문 학원에 가서 그것만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래저래 손만 데고 하지 않는 게 많아지다 보니, 시간 낭비한 기분이다.


# 목적 없는 자격증 취득 -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뭘 해도 허한 건, 자격증 취득에 목적이 없어서 그렇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자격증을 따자니, 너무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 겁난다.

그렇다고 그냥저냥 시간을 보내자니 아깝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딱히 취미도 없다.

아무래도 내가 아이 낳고 재취업 과정에서 너무 고생을 해서 후유증이 남았나보다.

방향없는 자기계발에 대한 집착이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앞으로 뭘 하고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다.

그게 하기 싫어서, 그나마 건전해 보이는 자격증 취득으로 도피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온라인 강의도 좀 줄여야겠다.


결국 생각하기 싫은 게 문제이다.

허술하기 그지없던 자격증

여기에 한 가지 더하고 싶은 얘기는,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심히 하면 소진됩니다. (중략)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충실히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생각을 먼저 하면 돼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까요. 그냥 해보고 나서 생각하지 말고, 일단 하고 나서 검증하지 말고, 생각을 먼저 하세요. 'Just do it'이 아니라 'Think first'가 되어야 합니다.

< 출처 : 그냥 하지 말라. 지은이 송길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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