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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an 16. 2022

인간관계 거리두기 가이드

직장생활 소고

P 씨와 A 씨는 직장동료이다. P 씨가 결혼문제로 힘들어할 때, 신혼 초반에 비슷한 문제로 속앓이를 했던 A 씨는 자기가 경험했던 것, 느낀 것을 P 씨와 공유했다. A 씨는 여기서 더 한마디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하지 않았다. 둘은 안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P씨도 이제는 자기가 알아서 할 문제 같다는 말로 적정한 거리를 두었다.


P 씨와 A 씨는 지금도 좋은 동료이다. 살갑게 팔짱을 끼고 다니지는 않지만, 가끔 점심을 하고,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서로 좋은 사람이라 여기고 아끼지만, 아직은 직장동료라는 선을 넘을 필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만나다가, 그 관계가 다른 관계인 '우정'으로 바뀌기도 한다




사람 간 거리두기를 '애정남(애매한 거 정해주는 남자)'처럼 명확하게 정리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다른 분 브런치 글을 읽다가 '운의 알고리즘(지은이 정회도)'을 인용한 글이 보여, 내 블로그를 찾아봤다.

난 다음의 문장을 필사했더랬다.


원한과 적을 만들지 않는 간단한 원칙이 있다.

1. ‘이런 말 해도 될까?’ 싶을 땐 하지 않는다.

2. 뒤에서 남 이야기를 할 땐 좋은 얘기만 한다.

3. 나랑 안 맞는다 싶으면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 거리를 둔다.

4. 무시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늘 기억한다.

5. 상대방이 손해 봤다고 느끼게 하지 않는다.

- < 운의 알고리즘, 정회도 (지은이) > 중에서


정회도 운명학자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코로나 거리두기 포스터를 가지고 내 나름 '인간관계 거리두기 가이드'를 만들었다.

- 원한과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제일 중요한 첫 번째 원칙을 살펴보자.

‘이런 말 해도 될까?’ 싶을 땐 하지 않는다. 

이 말은 꼭 필요한 말만 하라는 말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그의 자서전에서 힌 13가지 덕목과 규칙에도 있는 말이다.


참고로 벤자민 프랭클린은 "침묵"이라는 덕목을 지키기 위한 규칙으로,

- 자타에 이익이 없는 말을 하지 말자. 

-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자.

이렇게 2가지를 두었다.

오늘날 기준으로, 성과평가를 하려면, 정성적 목표보다는 수치화가 가능한 정량적 목표가 좋겠으나, 그 시대에 벌써 목표와 세부지침을 만들어 매일매일 그 수행 여부를 체크리스트로 관리했다는 것 자체가 그가 난 사람임을 보여준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레이달리오처럼 타고난 이과생이었나 보다.


내가 만든 인간관계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꼭 필요한 말인지 생각해주세요."

- 내 주장만 강요하지는 않았나요?

- 상대방과 가까워지고자 불필요한 말을 하지는 않았나요?

- *엄한 오지랖과 참견은 아니었나요?

- **상대방이 무시당했다고 느끼진 않았나요?

인간관계 거리두기


*이것 참 애매한 게 오지랖이다.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의인지는 알겠으나 과한 경우가 있다.

우리의 연아 님은, 일전에 스티비 원더와의 일화에서 함부로 나서지 않는 세련된 매너를 보여줬다.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 깔려있어야, 오지랖이 헤프지 않고 진정한 도움이 된다.


스티비 원더와 김연아의 일화는 다들 알 것 같긴 하지만, 간단하게 소개를 한다.(자세한 내용은 기사 참조)

스티비 원더랑 김연아가 나란히 앉았는데, 스티비 원더가 마이크를 켜는 버튼을 못 찾고, 뒤에 있는 수행비서를 부른다. 수행비서도 헤매는 상황에서, 김연아가 수행비서에게 자기가 마이크 버튼을 알려줘도 되겠냐고 확인을 한 뒤, 버튼을 켜준다. 앞을 못 보는 스티비 원더에게 불필요한 친절을 베풀어 그에게 상처를 줄까 봐 허락을 구한 것이다. 역시 난 사람 김연아!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9/16/2011091601590.html


**정회도 작가님의 '무시해도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늘 기억한다.'는 '상대방이 무시당했다고 느끼진 않았나요?'로 변경했다. 실제로 그 사람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내가 무시하지 않았어도, 서로의 기대치가 다르다면, 상대방은 무시당했다고 느낄 수 있다. 기대치라는 게 결국 욕심이다.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해,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지 않는 다면, 무시받는다고 느낄 수 있다.

상대방이 무시당했다고 느끼지 않게 배려하되, 나와 정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이 최소한 손해 봤다는 느낌은 들지 않도록 한다. 


저렇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놓고 기왕이면 프린트하고 실천해보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안 하면 내가 죽을 것 같다 싶으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말이 초래할 결과를 뻔히 알지만, 해야 된다고 느꼈다면 그 판단이 맞다.

우리는 감정을 이성에 비해 하등 한 것, 충동적인 것, 옳지 않은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감정이 결여된 인간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 


감정은 기억과 연결되어 있다.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것이 장기기억인 해마에 남는다. 그리고 감정은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게, 고시촌에서 민법 1타 강사분이 했던 말이다. 그분은 암기를 할 때는, '피'같이 생생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연관 지어 외워야 잘 외워진다고 했었다.

'감정'의 부재는 '의미 있는 기억'인 '경험'을 형성하지 못하게 하고, '경험'의 부재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다. 직관이라는 것도, 결국 경험이 쌓여 무의식적으로 내린 판단이다.

조직심리학을 배울 때에는 '감정'이 결여된 인간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듣고 의외라고 생각했었는데, 조금 더 경험이 쌓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감정이 경험, 판단, 가치체계를 만드는 기초이다.
내가 옳다고 느끼면, 그것은 나의 기억, 경험, 그에 따른 판단과 가치체계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방의 주관은 나와 다를 수도 있다. 

그러니 적정한 거리두기, 단계별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우리는 알아가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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