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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an 25. 2022

엄한 부모 밑에 효자 난다

워킹맘 이야기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 엄한 부모 밑에서 훈육을 받으며 자란 아이 중 어떤 아이가 더 양심적으로 자랄까요?


교육학 시간에 강사분이 하셨던 질문이다.

나는 속으로 '뻔한 거 아닌가? 당연히 사랑을 듬뿍 받은 아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뒤이은 강사분의 설명은 내 예상과는 달랐다.


"부모가 엄하게 키운 아이들이 양심적으로 자랍니다."

양심은 초자아이고, 초자아는 부모의 기준을 내면화하기에, 높은 잣대를 들이대고, 아이를 엄격하게 훈육할수록, 아이는 더 바르게 자란다고 한다.


아이가 바르게 자란다고 행복한 건 또 아닐 테니,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범위 한에서 네 마음대로 해라 정도의 양심을 가지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양심적이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잠도 못 자야 할 것 같아 그렇게까지 양심적이어야 하나 싶다.


높은 기준을 가진 사람들은 그 기준에 자신을 맞춰야 하기에 지나치게 열정적이고, 지나치게 노력한다. 그래서 쉽게 번 아웃된다. 다른 사람의 결점은 쉽게 눈감아주고 감싸 안아도 막상 자신에게는 관용을 베풀지 못한다. 소위 범생이들이 완벽주의가 많고 그 만큼 더 피곤하게 산다.


여기 자녀에게 높은 기준을 들이밀라고 주장하는 책이 있다.

'GRIT 그릿'은 아이들에게 높은 기준(기대, 요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양육방식이 '현명한 양육방식'이라고 말한다.

<출처 : GRIT 그릿>

X축은 (부모의) 요구, Y축은 (부모의) 지지다.

좌측 상단의 '현명한 양육방식'은 소위 '권위적인 양육방식'인데, 독재적인 양육방식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 현명한 양육방식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한다. 

앤젤라 더크워스 자신이 중국계여서 그런 건지, '현명한 양육방식(권위적인 양육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인 듯 보인다. - '현명한'이라는 표현 자체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 뭔가 답이 정해진 느낌?

책에서는 현명한 양육방식과 허용적 양육방식 둘다 긍정적으로 본다.


'현명한 양육방식'이란 아이에 대해 높은 기대를 하고,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육방식이다.

현명한 부모는 아이의 심리적인 욕구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랑, 한계, 자유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아이에게 인식시킨다. 그리고 권위는 권력이 아니라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한다. 

소위 이야기하는 (미국식) 타이거 맘, (우리나라식) 돼지 엄마식 교육방법인 것 같다.

다만 앤젤라 더크워스가 이야기하는 부모의 지지는 '부모가 바라는 바'가 아닌 '아이가 원하는 바'이다.


“엄격한 사랑은 부모의 이기심이 없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스티브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게 결정적이라고 봅니다. 자식을 통제하기 위한 엄한 사랑이라면 자식이 알아챕니다. 우리는 네가 성공하는 모습만 보면 된다. 우리보다 네가 우선이다. 부모님은 그걸 행동으로 보여주셨습니다.”

<출처 : GRIT 그릿 p.274, 지은이 앤젤라 더크워스>


사고뭉치 둘째 녀석이 이제는 프로 게이머가 되겠다고 학원을 두 군데를 알아왔다.

- 이 녀석은 3학년 때 파쿠르를 배운다고 은평구에 있는 무슨 협회에 등록을 하겠다고 해서 난 라이딩을 못하니 하든 말든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더니 왕십리에 있는 학원을 알아와서 어쩔 수 없이 보냈었다.

지금은 파쿠르로 검색하면 여러 학원이 보이지만 당시만 해도, 파쿠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원이 많지 않았다. 


정말이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번 주는 명절 연휴니 다음 주에 게임 학원을 방문해 보자고 했지만, 사실 속이 많이 쓰리다.

내가 꼰대인 걸까? 나이 들어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프로 게이머들이 많아진다면, 마음을 조금 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이미 그런 사람이 있지만 내가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윤구 변호사처럼 스타크래프트를 그리 하고도 사시에 합격한 사람도 있던데, 결국 될 놈은 되는 건가? 싶다가도, 이 놈이 될 놈인지 안될 놈이지 어떻게 아냐? 는 생각이 든다.

나 자신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컸으면서, 왜 자식들은 이 방향이 아닌데? 이거 위험한데?라고 가르치려고 드는지 모르겠다. 


내가 저 녀석에 대한 기대가 적은 걸까? 지지를 해주려고 하는데, 나와 방향이 다르니, 썩 내키지 않는다.

내 자신이 어디까지가 '한계'인지를 몰라 그런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현명한 부모들처럼 나도 '한계'에 대해 아이들에게 지혜롭게 설득해보고 싶다.


직업은 네가 좋아하는 걸 해야지. 대전제는 오케이야.

프로게이머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그게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직업인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어.

흠...,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이랑 좋지 않은 말들을 너무 많이 섞어서 해서 그것도 신경이 쓰여. 

툭 하면 게임하다가 학원에 지각하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머리는 좀 자주 감으면 좋겠다. 

자기 전에 양치질도 좀 하시고...,


- 이 놈이 하도 양치질을 안하고 버텨서, 에밀 쿠에 '자기 암시'를 읽고는 책에 나온 대로 아이가 잠자는 머리 맡에서 "OO이는 양치질을 좋아한다. 기분이 상쾌하다."를 반복해서 들려주기도 했는데, 이 녀석은 씨알도 안먹힌다.

https://brunch.co.kr/@viva-la-vida/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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