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Feb 03. 2022

경력이 끊긴 이후 취업을 하고 싶다면

워킹맘 이야기

큰 아이를 임신했을 무렵 동네 엄마들과 바느질로 육아용품을 만들었다. 그 모임의 엄마들과는 아직도 연락을 하고 지낸다. 아이들이 워낙 어렸을 때 같이 한 동네 사람들이라 그런지, 지금은 각기 다 이사를 가서 다른 동네에 살지만, 오랜만에 만나도 매일 같이 보고 수다를 떨던 그 시절 같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을 하면서도 늘 돈 벌 걱정이 컸던 내가 제일 먼저 취업을 했지만, 엄마들은 지금 늦둥이를 낳은 언니 한 명을 빼고는 다들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한 명은 온라인으로 다시 학사를 취득하면서 자격증에 도전 중이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면 혼자 라면을 끓여먹을 수 있다. 다들 친정이나 시댁에서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아이를 직접 키웠지만,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도, 그게 내 일 같지가 않았나보다.


#1 네트워크가 중요하다.

온라인으로 학사를 취득하면서 자격증에 도전 중인 동생은 수완이 좋았다.

정보도 빠르고, 엄마들과의 네트워크도 돈독했다. 친한 엄마 중 한 명이 공무원이어서, 동사무소로 코로나 지원금을 배분하는 일에 기간제 근로자로 지원해보라고 알려줬다고 한다. '나라일터'라는 곳에 모집공고가 올라온다고 하는데, 모임의 다른 언니 남편도 여기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그 동생은 그 전에도 간간히 이전 직장에서 콜을 받고 잠깐잠깐 일을 했었다. 남편과 사내커플이어서 이전 직장 사람들과 자주 만나는 편인데, 가끔 급하게 일손이 필요할 때가 있으면 연락을 한다고 한다. 고등학교 걸스카웃 친구도 이전 직장에서 다시 연락해서 일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직장에서 잘 마무리하고 나오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물론 기업 문화에 따라 퇴사자를 뽑기 보다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을 선호하기도 한다. 규모가 클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동생은 코로나 지원금 업무를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분들이 많구나 느껴, 요양보호사를 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학사도 그래서 다시 하는 거라고.

구체적으로는 고등학교 친구와 동업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친구는 병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마찬가지로 요양보호사 준비를 하고 있다.


#2 일단 시작한다.

경력이 끊겼지만, 다시 일을 하고 싶다면, 꼭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단 뭐라도 시작을 해보는 것이 어떤가 한다.


"내가 이 돈 벌려고 아이들 떼놓고 이 고생을?" 이런 마음이 들 수도 있다.

나는 청담동에 있는 피부과에서 코디네이터로 일을 했는데, 원장이 수시로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핸드폰을 연결시켜놓으라고 해서 밤 10시 넘어 JS(진상) 고객들 전화를 한 시간 넘게 받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토요일도 일을 했는데, 일요일에는 전화가 수시로 와서 영화보다 대여섯 번을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쓸데없는 책임감은 왜 그리 강한지..., 남편이 큰 마음먹고 영화 보러 나간 자리에 내가 수시로 전화를 받으러 자리를 비우자 버럭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서비스 분야에서 오래 일을 했지만, 내가 어떤 것(식사, 음료수)을 주는 입장과 받은 서비스(시술, 레이저 치료 등)에 대한 컴플레인을 처리하는 건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이도 한참 손이 많이 가는데, 좋은 조건도 아닌 곳에 굳이 다시 취업을 해야 하나 싶겠지만, 각자의 사정과 가치관은 다른 법이다.


#3 취업과 연계된 자격증을 공부한다.

이전에 차장님이 국민내일배움카드로 목공을 배울 거라고 하길래,

"대상이 안될 텐데요?"라고 되물었더니, 만 45세가 넘어 대상이란다.

- 이제 곧 나도 대상이 되겠다.

이분이 지금 부장인데, 뭘 많이도 배우셨다.

한식조리, 양식조리, 목공, 트럼펫(이건 숨고에서 선생님을 구했다고 한다) 등...

부장으로 오기 전에는 포크레인을 배우겠다고 학원에 상담을 받았다고 한다.

상담실장은, 다 따두면 도움이 된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지만, 찜찜해서 다시 집으로 가던 길을 돌아 학원에 갔더니 상담실장은 자리에 없고, 사무 보는 할아버지가 있어서 그분에게 다시 물어봤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쿨하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거 딴다고 취업 안돼. 실무를 해야지. 실무를"

맞다. 그 말을 듣고 자격증은 실무경험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우쳤다.


대한항공 동기는 대기업은 만 45세 미만이라, 지원대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로 갑자기 항공업계가 지원대상기업이 되는 바람에, 국민내일배움카드로 하루에 5개씩 수업을 들었다.

나중에 카페 창업을 할지도 모른다며, 바리스타, 베이킹, 꽃꽂이 등 관련된 온갖 분야를 섭렵했다.

지금은 지원한도를 다 채워 쉬고 있다.


내 관심분야의 자격증을 공부하되, 해당 자격증을 실습할 기회가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뭐든 배우면 남는 것은 많지만, 시간과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취업에 필요해서 공부하는 것이라면, 내가 그것을 어떻게 써먹을 수 있는지 고민한 뒤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한다. 


그리고 기왕이면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활용해보자. 지원대상이 몇년 전에 자영업자까지 대폭 늘었다.

https://www.hrd.go.kr/hrdp/gi/pgibo/PGIBO0100T.do

국민내일배움카드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은 응당 그러해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