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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n 06. 2022

영화 하나 보기 참 어렵다.

워킹맘 이야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을 보러 갔다.

연휴라도 큰 놈 과외가 주말, 공휴일 연이어 있어서 어딜 가지도 못한다. 4D라 그런지 몰입감이 대단했다. 스크린에서 눈이 내리면, 천장에서 눈이 내린다. 오토바이 뒤를 쫓아오는 랩터들을 피하겠다고 내 의자도 이리저리 흔들린다.

<출처:네이버 영화 - 쥬리가 공원 도미니언 스틸컷>

핸드폰을 가방 안에 두고 볼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릎 위에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하고 무시할 텐데, 이게 계속 울리네?


톡, 톡, 톡

#뉴욕에 사는 친구 하나

"나 6.20에 한국 간다."

- 이런, 시차도 있을 텐데, 외쿡 사는 친구들은 꼭 답 톡을 바로 해줘야 한다.

알았다. 꼭 보자. 


#과외 선생님

"어머니 언제 들어오시나요?"

- 큰 놈이 사고 쳤나?

"저 혹시 무슨 일일까요? 12시 넘어서 들어가는데요?" 소심하게 물어본다.


"OO이가 숙제를 하나도 안 해왔네요. 밤에 친구랑 3~4시간 톡을 하다가 못했다고 해요. 아버님이 핸드폰 시간제한 걸어놓은 걸 동생이 풀어줬다고 합니다."


"아이고. 제가 잘 타이를게요."

"네, 어머니. 일단 수업 진행할게요."


이 와중에 4D, 의자는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다. 핸드폰을 붙잡고 톡을 하는 나도 같이 흔들리고 있다. 멀미가 날 것 같다. 둘째, 이 노무시키. 숙제를 안 한 큰 아이에게 화가 나야 하는데, 둘째한테 화가 자동으로 뻗친다.


톡을 하는 사이, DNA 비밀을 풀 수 있는 아이는 납치가 되었다. 난데없이, 곱슬머리 파일럿이 일행에 합류했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왜 그녀가 일행을 도왔는지 오리무중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 쥬리가 공원 도미니언 스틸컷> - 그런데 왼쪽 여자분이 왜 갑자기 나타나서 돕는 지를 모르겠다.
불쌍한 엄마, 아빠

영화 한번 보기 힘들다. vs 영화를 보긴 봤다. 푸념한들 무엇하리. 영화를 본 게 어디냐. 옆에 남편은 4D 의자에서 자고 있다. 놀랍다. 딥 슬립에 들어가지는 못했는지 다행히 코는 안 곤다. 둘째만 팝콘을 먹으며 스크린에 눈을 고정하고 초 집중 모드로 보고 있다.


내가 아이 낳고 언제 영화를 처음으로 봤더라?

둘째 태어나기 전이니, 아마도 큰 아이 2살 무렵이었던 것 같다. 친정에 맡기고 남편과 영화를 보러 갔다. 크리스마스이브를 이브답게 보낸 것도 오랜만이었지만, 영화 자체를 본 게 몇 년 만이었었다. 그때 봤던 영화는 아바타였다.

<출처:네이버 영화 - 아바타 1 스틸컷>

아,  영화 좋아했던 사람이었는데, 가끔 뮤지컬도 보러 다녔는데...ㅜㅜ


그때, 그 시절

싸이월드가 재 오픈되기 전 없어진다는 소문이 돌 던 때에, 싸이월드 사진을 한 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길래 그걸로 왕창 다운로드를 했다.


사진 속에 나는 하우스메이트(동생)와 잔뜩 차려입고 뮤지컬을 보러 갔다. 지금 보니 조금 귀엽다. 이것저것 주렁주렁 달고 화장이 찐하면 잘 꾸미는 줄 알았던 시절이다.


가끔 친자매처럼 둘이 같이 옷을 맞춰 입었다. 캉캉 치마를 연두색, 노란색으로 입기도 하고, 리조트 매대에서 똑같은 무늬로 하와이안 셔츠 사서 입고 다니기도 했다.

<하우스메이트와 맞춰 입은 캉캉 치마>

보고 싶다. OO아. 내 젊음아!


언니들이 그러던데 50이 되면 살만 하단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커서 손이 덜 간다고.


벚꽃 구경도 할 겸, 둘째를 데리고 전에 살던 동네 언니, 동생을 만나러 갔었다. 그때 언니가 했던 말,


"내가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게 뭐냐면, 학창 시절에 공부 열심히 안 한 거야.

그래서 생각해봤어. 지금으로부터 20년 후에 뭐가 가장 후회스러울지. 난, 운동 열심히 안 한 거, 몸 관리 안 한 거. 그게 제일 후회스러울 것 같아. 그래서 관리하려고."

언니는 줌바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들 다 키우고 50 되면 실컷 놀아야지. 잘 놀려면, 흠, 운동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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