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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Jun 07. 2022

이건 개인정보라고요!

워킹맘 이야기

내 동의 없이 주민번호를?

"얼마 전에 자동차 보험 바꿨어."

"왜? OO아주머니한테 안 하고?

OO아주머니는 우리 집 모든 보험을 총괄하시는 분이다. 우리 친정 보험까지.

꼼꼼하기 이를 데 없는 대학 선배 언니(선생님)가 추천했다. 언니는 모든 실손보험 회사 약관을 비교해 두 군데를 골랐다. 보험 회사로 연락해 "제일 잘하시는 설계사 분 보내주세요."라고 했단다. 언니 덕에 언니 학교 선생님들도 우르르 그분에게 가입을 했다.


OO아주머니는 그 이후로 지점장까지 승진 가도를 달리셨다. 보험도 오래 할 사람, 잘하는 사람에게 들라는 조언이 맞는 말인 게, OO언니는 뭐든 척척이 었다.

"그거 이렇게 해서 신청해봐." 경험이 많아 꿀팁도 많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도 아무도 안 걸릴 만큼 아픈 데가 없는 가족이지만, 잘 나가는 설계사 언니를 알고 있다는 게 괜스레 든든하다.


"지난번에 명퇴하신 선배님인데, 보험을 시작하셔서, 하나 가입했어."

"그래 어쩔 수 없지 뭐."

"그분이 7*년 생이시거든. 자기 딴에는 잘해줄라고 그런 것 같긴 한데, 지금 보험에서 뭐가 과잉이고 부족한지 정리했다고 연락을 또 주시는 거야?"

"엥?"

"주민등록번호 조회했냐고 물어봤더니 그렇다고 해서, 개인정보를 임의로 조회하는 건 좀 그렇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잘 이해를 못 하시더라고.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왜 그러냐고."


이전 회사에서 직원 이메일 계정을 깐 일이 있었다. 인사부장이 무슨 자료를 찾겠다고 과장 이메일을 개발부에 요청해서 열어봤다. 그때 과장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하길래 그런 법이 있구나? 했다. 당시가 2012년.


그거 꼭 계정을 까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지, 그게 법 위반인 줄도 몰랐다.

필요가 있더라도 개인정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해선 안됀다는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출처:Pixabay>

내 정보를 임의로 사용하는 건 왜 기분이 나쁠까?


아이들에게 내 의견을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말해봤자 잔소리, 말하느니만 못할 때가 많아서다.  아이도 조심하지만 작은놈은 더하다. 자아가 워낙 강하다. 어떤 결정을 하건 본인과 관련된 건, 다 물어보고 하는데도 아이들은 결정권이 온전히 자기에게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아이들 학원은 다 아이들이 결정한 건데도, 학원 가기가 싫다고 투덜대니 말이다. 그래. 싫을 수 있지. 엄만 그 시간에 영화 보고 그랬다.


아이들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말해야 한다면,

"이건 일반적으로 이렇게 되긴 해."라고 말한다. 남들은 그렇다더라 식.

- 뭐가 맞는지는 엄마도 몰라. 대게는 이렇다고. 남들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거든. 널 예외적인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아. 대게는 이렇다고 사람들이 말했다면 그 말을 따르는 게 좋은 선택인 경우가 많았어. 너는 너니까 너에게 잘 맞는 건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말이야.

- 그러니 대수의 법칙을 따르시길.

http://naver.me/FGo2U6aE


잘되라고 하는 부모 잔소리도 그럴 진대, 모르는 사람이 잘되라고 내 주민번호를 임의로 조회한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내 정보가 어떻게 쓰일지는 내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분은 영업 목적이 80%였으리라 짐작하지만 넓게 보아 나를 위해서였다고 치자. 상대방이 아무리 좋은 의도였다 한들 나에게 물어보지 않고 내 정보를 사용 한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 정보를 나를 위해 쓴다한들, 내가 원치 않았다면, 그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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