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세정 Jun 28. 2022

아침 7시 커피숍

사람 사는 이야기

출근도장 찍으러 커피숍에 갑니다.

아침에 늦잠을 잤다. 6시쯤 일어났다. (장난하냐?)

어제 늦게 잔 것도 아닌데, 흠, 날씨가 꾸리꾸리 한 탓이야.

부랴부랴 차비를 하고 회사로 향한다. 단골 커피숍에 커피를 주문하고 회원적립 번호를 찍는다. 출근 도장인 셈이다.


구석탱이, 내 자리, 내 공간

커피숍 내 자리는 후문과 화장실 사이다. 하루끼 말처럼 치즈케이크 조각 모양이다. 내 뒤에는 조금 넓어진 공간에 젊은 총각이 앉아있다. 총각은 아침에 한 시간 영어공부를 한다. 6시 30분, 40분쯤 와서 정확하게 7시 40분에 나간다.  총각이 나가면, 주섬주섬 짐을 챙겨 회사로 간다. 처음에는 총각이 음독을 하는 터라 신경이 쓰여 헤드셋을 구입했는데 근 2년을 들으니, 이제는 영어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염불 외는 소리 같다. 마음이 평온해질 지경, 이제는 헤드셋을 안 가져간다.


2인용 테이블 뒤에는 4인용 테이블이 4개가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아침에 여기서 책 보는 사람이 많다는 소문이 났나 보다. 4인용 테이블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생겼다. - 사장님이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다. 아침에는 다들 테이크아웃하니까 괜찮겠지?

<출처: Pixabay>

사장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심할 때는 거의 2시간, 2시간 반을 주구장창 커피숍에 있다 갔다. 사장님은 아침 6시 20분이면 가게 문을 여긴다. 새벽에 눈을 뜨면, 아이들이 자고 있어 불을 켤 수도 없다. 일단 밖으로 나온다. 커피숍에서 책도 읽고, (작년에는) 원고 작업도 했다. 사장님에게도 기념으로 한 부 드렸다.


"여기서 쓴 거예요. 사장님 덕분이에요."

<출처: Pixabay>
사장님 덕이다.

사장님 덕이다. 나만의 공간이 없는 나에게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몇 시간씩 있다 가도 싫은 내색 한번 안 하신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쿠폰 적립을 일부러 안 하는 걸 보고 뭐라고 하시기도 하고, 적립쿠폰 안 쓴다고, 점심에 테이크 아웃하러 오면 "이거 쿠폰으로 해."라고 먼저 말을 꺼내신다.


사장님 덕분에 회사 가기가 덜 싫어졌다.

나는 출근을 하러 회사에 가는 게 아니라, 커피숍에 가는 거니까.


커피숍 주문을 받는 말소리, 사장님이 틀어놓은, 법륜 스님 말씀, 작년쯤 조인한 젊은 부부 대화,,,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아침 7시 커피숍의 전경이다.


한 줄 요약 : 사장님 덕에 출근길이 가볍습니다. 사장님 덕에 나만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쩌다 해본 명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