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랴부랴 차비를 하고 회사로 향한다. 단골 커피숍에 커피를 주문하고 회원적립 번호를 찍는다. 출근 도장인 셈이다.
구석탱이, 내 자리, 내 공간
커피숍 내 자리는 후문과 화장실 사이다. 하루끼 말처럼 치즈케이크 조각 모양이다. 내 뒤에는 조금 넓어진 공간에 젊은 총각이 앉아있다. 총각은 아침에 한 시간 영어공부를 한다. 6시 30분, 40분쯤 와서 정확하게 7시 40분에 나간다. 총각이 나가면, 주섬주섬 짐을 챙겨 회사로 간다. 처음에는 총각이 음독을 하는 터라 신경이 쓰여 헤드셋을 구입했는데 근 2년을 들으니, 이제는 영어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염불 외는 소리 같다. 마음이 평온해질 지경, 이제는 헤드셋을 안 가져간다.
2인용 테이블 뒤에는 4인용 테이블이 4개가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아침에 여기서 책 보는 사람이 많다는 소문이 났나 보다. 4인용 테이블에서 공부하는 사람도 생겼다. - 사장님이 좋아하실지는 모르겠다.아침에는 다들 테이크아웃하니까 괜찮겠지?
<출처: Pixabay>
사장님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심할 때는 거의 2시간, 2시간 반을 주구장창 커피숍에 있다 갔다. 사장님은 아침 6시 20분이면 가게 문을 여긴다. 새벽에 눈을 뜨면, 아이들이 자고 있어 불을 켤 수도 없다. 일단 밖으로 나온다. 커피숍에서 책도 읽고, (작년에는) 원고 작업도 했다. 사장님에게도 기념으로 한 부 드렸다.
"여기서 쓴 거예요. 사장님 덕분이에요."
<출처: Pixabay>
사장님 덕이다.
사장님 덕이다. 나만의 공간이 없는 나에게 '자리'를 마련해주셨다. 몇 시간씩 있다 가도 싫은 내색 한번 안 하신다. 코로나 기간 동안에는 쿠폰 적립을 일부러 안 하는 걸 보고 뭐라고 하시기도 하고, 적립쿠폰 안 쓴다고, 점심에 테이크 아웃하러 오면 "이거 쿠폰으로 해."라고 먼저 말을 꺼내신다.
사장님 덕분에 회사 가기가 덜 싫어졌다.
나는 출근을 하러 회사에 가는 게 아니라, 커피숍에 가는 거니까.
커피숍 주문을 받는 말소리, 사장님이 틀어놓은, 법륜 스님 말씀, 작년쯤 조인한 젊은 부부 대화,,,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아침 7시 커피숍의 전경이다.
한 줄 요약 : 사장님 덕에 출근길이 가볍습니다. 사장님 덕에 나만의 공간이 생겼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