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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09. 2022

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 플라밍고

사람 사는 이야기

알렉산더 대왕 원정길을 따라 이동한 집시들은 스페인까지 넘어왔다. 갈 곳 없는 이들은 정보상 역할을 하며 이사벨 여왕이 이슬람 왕국을 내쫓는 데 일조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에 정착한 집시들은, 떠도는 삶에 서러움을 플라밍고로 승화시킨다.


모든 춤은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기원을 담았다. 날고 싶지만 날개가 없는 염원을 담아, 하늘을 도약하는 모습을 그렸다. 발레가 그렇다.

플라밍고는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을 위한 춤이다. 발로 강하게 지면을 쿵쿵 찧으며 박자를 맞춘다. 기타와 캐스터네츠가 나중에 추가됐지만, 원래 플라밍고는 박자만으로 추는 춤이다. 


여태 마셨던 것에 비해 도수가 좀 있었던 샹그릴라를 마시며 한 시간 반 동안 플라밍고 공연에 빠져들었다. 관객석과 무대가 가까워서 놀랐다. 표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플라밍고 장인?이라고 불린다는 분(좌측 하단 세번째 앉아 있는 긴머리 남자), 평상시에도 저리 발을 떠실까 싶었다. 공연 중 저 박자 맞추는 드럼? 과 비트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네가 잘하나 내가 잘하나 한번 보자? 이런 느낌이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꽃을 따러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

요 노래를 기억하시는지? 뜬금없이 공연 중에 이 노래가 생각났다.

무대 위 무용가들이 떼 지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생각난 것이다. 무리를 지어 출 때는 강강술래도 생각났다.

어깨 두른 망토를 휘날리는 모습은 (본 적은 없지만) 투우장에서 소를 약 올리는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두바이에서 본 벨리댄스 무용수 분도 망토를 저리 휘두르던데, 인간이 표현하는 방식은 인간의 몸짓이라는 한계를 가지는 것 같다.

공연은 아름다웠다. 시간 순삭까지는 아니지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열정적인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다 보니 손바닥에 열이 올랐다. 샹그릴라도 도수가 있는 편이라 살짝 알딸딸한 기분이었다.


아이들이 앉아있는 쪽을 보니, 이 와중에 둘째가 자고 있다가 플라밍고 장인? 분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발을 구르자 놀라 깼다. 이후로는 멍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그래, 39도에 걷느라 고생했다.

졸고 있는 둘째, 둘째를 보고 웃고 있는 첫째와 시조카
한줄요약 : 플라밍고는 보는 사람도 같이 흥분시킬 만큼 열정적이더라. 그 흥분의 도가니에서 아이는 잠이 들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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