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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ug 09. 2022

엘 그레코의 톨레도, 톨레도 대성당

사람 사는 이야기

어릴 적 만화를 곧잘 그렸다. 얼굴은 자주 그려서 수월하게 그리는데, 손 모양 표현이 어려웠다. 화가들도 손 그림이 어려웠나 보다. 손을 잘 그리기로 유명한 화가라고 엘 그레코를 부르는 걸 보면 말이다. 그의 그림 트레이드 마크는 세 번째 , 네 번째 손가락이 살짝 붙어있는 손그림이다.


톨레도는 긴 역사만큼 로마, 서고트, 이슬람 문명이 어루러진 곳이다. 스페인 가톨릭의 총본산인 톨레도 대성당은 과거 이슬람 사원 자리에 지어졌다. 이슬람 세력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221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270년이 지난 1493년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트란스파란테 (El Transparente)

나르시소 토메가 성당 천장에 구멍을 뚫었다. 자연광이 양각으로 부조된 벽을 비추면, 조각상들이 빛에 따라 입체감을 드러낸다. 중해성 기후가 건조하다고 해도 비가 아예 안오진 않을 텐데, 저리 구멍을 뚫어놓으면 비가 셀 것이고, 그럼 기껏 조각해놓은 천사상들 부식하는 거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당시에는 산성비는 안 왔으려나? 대리석+빗물, 아무리 봐도 현명한 선택은 아닌 듯 보이는데, 예술은 실용을 뛰어넘는 법, 해가 뜨고 질 때마다 비추는 면이 달라진다면, 부조가 살아있는 듯 느껴졌을 것 같다.

엘 엑스폴리오 (El Expolio, 그리스도의 옷을 벗김)

엘 그레코의 초기작, 그림의 오른편, 예수님을 못 박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준비를 하는 남자가 있다. 예수님은 오른손을 들어 그를 축복하고 있다.

쿠스토디아 데 아르페 (Custodia de Arfe, 성체현시대)

안리케 데 아프레의 작품, 순금과 은으로 만들어져 있다. 가운데는 다이아몬드 십자가로 장식되어 있다.  매년 성체축일에 들고 시내를 도는데, 떨어지면 망가질까 성당 문턱을 없앴다고 한다.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El entierro del conde de Orgaz)

오르가스 백작 장례식에 하늘에서 성인이 내려와 영혼을 하늘로 올려주었다고 한다. 현실세계는 진하게, 하늘나라는 흐리게 묘사되어 있다. 정면에 서 있는 남자아이는 엘 그레코의 아들이고, 관중 중에 관객과 시선을 똑바로 마주한 사람은 엘 그레코 본인이라고 한다. 이드는 이 그림의 주제를 심플하게 요약했다. "헌금 많이 하세요."라고, 오르가스 백작이 헌금을 많이 했나 보다. 모든 이들에게 헌금하면 천국 간다는 교훈을 주고자 그림으로 남긴 것 같다.

여기는 혼자 오면 길 잃어버리기 딱이겠다 싶었다. 유대인 거주지역(라 후데리아)은 타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한 때 10개나 되는 시나고그(유대교 회당)가 들어설 만큼 유대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1492년 이교도 추방령이 내리면서 쇠퇴하게 되었는데, 가이드분 설명에 따르면, 이 때문에 스페인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이라는 마차를 지탱하는 두 바퀴는 유태인과 이슬람인들이었다. 이들은 자본과 노동을 담당했는데, 이들이 빠지자 경기가 이전 같지 않았다고 한다.

골목골목 아기자기하게 예뻤던 톨레도,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전경도 예쁘고, 옆에서 찍은 모습도 이쁘다. 엘 그레코는 톨레도에 반해, 평생 여기서 살았다고 한다. 기념품을 못 산 게 조금 아쉽다.


한줄 요약 : 엘 그레코가 사랑한 톨레도, 위에서 봐도, 옆에서 봐도, 골목골목 사이를 봐도, 대성당 안에 들아가서 봐도 어디 한 군데 안 예쁜 곳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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