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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06. 2021

전업주부에서 취업까지

워킹맘 이야기

아이를 낳고 1년을 넘게 구직활동을 했다.

경력이 단절된 것도 큰 이유였겠지만, 과스펙도 문제였다.

종종 고시 공부했다가 뒤늦게 회사에 취업했는데, 텃새를 못견디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시절의 내가 생각난다.

결혼 전에는 그래도 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 편이였는데, 아이를 낳고 취업을 한 곳들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하는 일도 다 달랐다.

그래도 나는 꿋꿋하게 구직활동을 했다.


대학시절 '외구함' 전단지를 붙이던 나를 보고 우리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넌 참 생활력 하나는 강한 것 같다."

"엄마 덕이야."

미안한 마음에 굳이 덧붙인다. "엄마, 사랑해"




여러 번 업을 바꾸고 이직을 했다.

일전에 인사담당자가 쓴 책에서 사람 뽑기 힘들면 '사연 있는 사람'을 뽑으라는 충고를 봤다.


두 번째, 사연이 있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세요. 사회생활과 개인 삶과의 충돌 등으로 좋은 회사를 다녔거나 좋은 성과를 내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하며 다양한 연령층에 걸쳐 있습니다. 그들의 사연으로는 육아, 학업, 시험 준비, 원거리 발령, 회사 폐업, 창업 후 폐업, 가족 문제 등 다양합니다.

경력 단절 기간은 크게 상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을 잘하고 말고는 경력 단절 기간에 있는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과 자질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쉬고 있거나 잠시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인재를 찾아보기 바랍니다.

<인터넷과 이론서에 없는 인사(HR) p.31>


HR파트로 정착하게 된 건, 어느 헤드헌팅,HR컨설팅 회사 사장님 덕분이었다.

당시 그분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다른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의 채용담당 포지션으로 나를 뽑은 것이다.

그 분은 늘 "사연 있는 사람, 빛났지만 한 번 꺾인 사람을 찾아라."라고 하셨다.

아마도 그 분의 눈에는 내가 그리 보였던 것 같다.

감사하다는 말을 직접 드리진 못했지만, 이 글을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부사원 연수 시 초청 강사로 섭외하고자 그 분과 통화를 할 일이 있었다.

그분은 내가 텃새를 못이기고 그만 둘 줄 알았다고 한다.

거기서 5년을 더 근무했다는 말에 놀라셨다.


'당시 나는 왜 그리 어리숙했을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을까? 왜 독하게 받아치지 못했을까? 왜 그리 애쓰고 잘 보일려고 했을까?'

후회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많이 부족했구나. 요령이 없었구나. 나를 너무 많이 오픈하지 말았어야 했구나. 좀 더 배우고 왔어야 했구나.'

반성도 한다.

경력으로 이직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성과와 능력을 보였어야 하는데, 당시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렇다고 내가 당했던 일들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들이 나를 싫어했던 게 조금은 이해가 간다.

TMI일 수 있으나, 내가 5년을 버텼던 건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그들이 그만두고 갈 곳 없는 나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계속 남아있었다면? 아마 1년 경력만 채우고 그만뒀을 것 같다.


비록 '업'을 바꾸고 '이직'을 남들보다 많이 했지만, 난 사실 뭘 잘 바꾸는 편이 아니다.

상황이 그러했을 뿐.


지금은 나이가 들어 정년퇴직을 한다면, 남은 삶은 '상담'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 또 한번 '업'이 바뀌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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