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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05. 2021

비정규직, 중규직(전담직), 정규직

워킹맘 이야기

이전 직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서 그랬는지, 비정규직 인원이 많지 않았다.

파견은 임원 수행비서들이 전부였고, 기간제 근로자라곤 말 그대로 대학생 인턴들, 아니면 계약직 1~2명이 있었는데, 그 마저도 정규직 전환 전제 포지션이었다.


그 이후에 다닌 곳은 기간제 근로자, 파견 근로자가 각각 100여 명 정도였다.

내가 일했던 기획실도 사무보조직의 파견 근로자가 있었다.

일도 열심히 했고, 사람 자체가 밝았다.

실장은 그녀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려고 애썼지만 결국 '계약종료'로 종료됐다.


그 이후로도 그녀의 포지션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그녀만큼 열정 가득한 사람을 보진 못했다. 

실장도 누군가를 정규직 전환을 시키기 위해 더 이상 애를 쓰지 않았다. 

그만큼 마음에 드는 사람도 없었고, 해도 안됀다는 생각을 해서였을 것이다.

결국 그분은 그녀를 다른 직장을 소개해줌으로써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인사파트도 이유는 있다.

-저 사람을 정규직 전환시켜주면 저 사람만큼 잘하거나 열심히 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도 전환시켜달라는 말이 나온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을 시킨다면, 지금 업무뿐 아니라 다른 업무들도 해야 할 텐데, 업무영역을 넓히기가 쉽지 않다.

-하는 일은 그대로인데 연봉만 계속 오르게 되면, 나중에는 누가 책임질 거냐. 

 그럴 바에야 신입사원을 정규직으로 뽑아 빡세게 굴리는 게 낫다.

-지금은 열심히 일하지만, 정규직이 되고 나서는 사람이 변한다.

마지막 항변은 100% 동의하긴 어렵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니, 인사파트의 주장도 나름 일리는 있다.




특정 업무만 하고, 기본급은 물가상승률만큼만 올리는 이른바 '전담직', '중규직'이 있다.

무기계약직이라, 고용은 보장되지만, 급여는 계약직보다 조금 높은 수준을 준다.

정규직은 정규직인데 하는 일과 그에 따른 처우가 다른 셈이다.

사실 '전담직'이라는 말 자체만으로는 정규직이라는 건지, 비정규직이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업무를 전담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고용형태를 보야하는데 비정규직으로 전담직을 뽑기도 하고 정규직으로 전담직을 뽑기도 한다. 여기서는 후자의 경우를 말한다.

'중규직'은 비정규직, 정규직 그 스펙트럼의 어딘가 중간 즈음에 위치한 포지션이라는 뉘앙스를 준다.

'처우'에 관해서는 좀 더 와 닿는 표현이다.


큰 아이 돌 때 즈음, 구직활동을 하던 중 대학교 교직원 파트에서 '전담직'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했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특정 업무만 한다는 것이 더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면접 중에 전임자 분이 질문을 하시는데, '전담직'이 맞는 지 의심스러웠다.

질문은 길었지만 대강 요약을 하자면, 

"전혀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업무를 시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내가 얼마나 창의적인 업무를 하게 되는 건가? 

"아이가 있던데 주말에 나오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 영수증 정리로 주말에 나올 일이 있다는 건가?

물론 일이 있으면 주말에 나오겠다만, 내가 지원한 파트에 주말에 나올 일이 뭐가 있을까 싶었다.

(업무의 특성상 예측이 가능하고 돌발변수가 거의 없는 루틴 한 일이었다는 의미다.)


암튼 이 직무에 맞는 사람은 내가 아니었는지, 난 '전담직'이 되지 못했다.

만약 당시에 그 일을 하게 되었다면, 아마도 나는 그 일에 만족했을 것 같다.

아이가 어렸고 무엇보다 고용이 보장되어 있었으니까.


우리나라처럼 '연공급' 또는 무늬만 연봉제인 '연공급'이 대세인 곳은, 하는 일에 따라 월급을 주기가 어렵다.

그러니 특정 업무는 비정규직을 활용하고, 나머지 핵심 파트만 정규직 인력으로 운영을 한다.

(내지는 핵심 파트는 아니지만 옛날에 입사한 사람들이라 어쩌지 못해 그냥 둔다.)

일단 뽑아놓으면 일을 못해도, 사람이 이상해도 내보내기가 쉽지가 않다.

연차에 따라 월급도 오른다. 그러니 가능하면 안 뽑는다.


당시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라면, '전담직', '중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다르니까


옛날의 그녀도, 나와 달리, '정규직'이 아닌 '중규직'에 만족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기엔 그녀는 젊었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공공기관에 '직무급'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외국처럼 '직무급'이 보편적인 급여체계가 되면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이 될까?

잘 모르겠다. 

다만, 비정규직, 중규직(전담직), 정규직 이런 구분 없이, 내가 하는 일, 거기에 걸맞은 급여를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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