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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18. 2021

해외연수 후 바로 퇴사하면 연수경비를 반환해야 할까요?

인사노무 사례 100개면 되겠니?

상황#1 지혜 씨는 그간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 공로를 인정받아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되었다.

1년간 원하는 대학에서 해외연수를 하고 경비는 회사에서 지급한다. 

경비에는 등록금, 수업료, 체제비, 왕복항공권이 포함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1년간 각종 수당을 제외한 기본급도 지급한단다.


그런데, 출국 전 인사발령을 앞두고, 인사부에서 ‘해외연수 서약서’를 작성하라고 연락이 왔다.

서약서에는 '본인은 해외연수 후 3년간 의무 재직을 할 것이며, 위반 시 해외연수에 소요되었던 경비와 급여일체를 반환하겠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위 서약서에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문제가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 때문에 근로자가 원치 않는 강제근로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함입니다.


위 조항을 지혜 씨의 상황에 대입해 봅시다.

회사는 3년간 의무 재직을 하지 못하는 것(근로계약의 불이행)에 대해 경비와 급여를 반환(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풀이가 되겠죠.


그런데, 경비반환은 가능하나, 급여반환은 안 됩니다

경비반환은 왜 가능할까요?

반환할 경비를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이 아니고,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대여금’으로 보아 그렇습니다.

사용자가 ‘대여금’을 빌려줘서 근로자는 갚을 의무가 있는 데, 일정기간 의무재직으로 대여금반환채무가 면제된 것이죠.


그런데 급여반환은 왜 안될까요? 

해외연수 시 근로제공을 했다면 모를까, '근로제공'도 없었는데 말이죠.

회사가 해외연수 중에도 급여를 지급하기로 정했고, 그에 따라 급여를 지급했다면, 회사는 급여 지급 의무를 이행한 것이지, 근로자에게 ‘대여금’을 지급한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는 급여를 의무재직기간을 못채웠다고 반환을 요구한다면,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약정하는 것이 됩니다. (대판 1996. 12. 20, 선고, 95다52222)

※ 회사의 내규 상 '해외연수기간 중 정상급여(또는 기본급)을 지급한다.'로 되어 있는 경우를 의미함

※ 휴직을 하고 연수를 한 경우 '급여'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음


판례를 살펴봅시다.

근로자가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기로 하면서 이를 위반할 경우 소정 금원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경우, 그 약정의 취지가 약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면 그로 인하여 ①사용자에게 어떤 손해가 어느 정도 발생하였는지 묻지 않고 바로 소정 금액을 사용자에게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명백히 구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반하는 것이어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또, 그 약정이 미리 정한 ②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하였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일 때에도, 결과적으로 위 조항의 입법 목적에 반하는 것이어서 역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다만, 그 약정이 사용자가 ③근로자의 교육훈련 또는 연수를 위한 비용을 우선 지출하고 근로자는 실제 지출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상환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장차 일정 기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에는 그 상환의무를 면제해 주기로 하는 취지인 경우에는, 그러한 약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 

이때 주로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와 이익을 위하여 원래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할 성질의 비용을 지출한 것에 불과한 정도가 아니라 ④근로자의 자발적 희망과 이익까지 고려하여 근로자가 전적으로 또는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사용자가 대신 지출한 것으로 평가되며, ⑤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에서 정해져 있는 등 위와 같은 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다면, 그러한 약정까지 구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 

(대판 2008. 10. 23., 선고, 2006다37274)


판례 내용을 하나씩 살펴봅시다.

1. 위법한 경우

 ① 손해 발생 정도를 따지지 않고 위약금,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는 경우

 ② 임금을 반환하는 경우(①에 해당)

2. 적법한 경우

 ③ 금전소비대차계약인 경우

    - 사용자 대여금 지급 ↔ 근로자 상환의무

      ※ 일정 기간 근무 후 상환의무 면제 시, 해당 기간은 경비반환채무의 면제기간을 설정한 것임

3. 금전소비대차계약으로 볼 수 있으려면?

 ④ (근로자의 의사) 근로자의 희망과 이익에 부합하여 자부담 또는 공동부담을 했을 것이라 판단되는 비용

 ⑤ (사회통념상 합리성) 약정 근무기간 및 상환해야 할 비용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범위 내 일 것

※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계속 근로를 부당하게 강제하는 것으로 평가되지 않아야 함




인사담당자 Tip


• 해외연수 시 의무재직기간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연수비용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단, 급여 반환은 불가능합니다.




상황#2 유진 씨네 회사는 유럽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파리에 지사를 세웠다. 

지사 설립 초기 세팅 및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인력을 파견해야 하는데, 프랑스어가 가능한 인력을 찾다 보니 유진 씨가 가게 되었다. 그것도 무려 3년이나!


파리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유진 씨는 신이 났다. 

한국에 있으면 매달 꼬박꼬박 월세비를 내야 하는데, 해외근무를 하게 되면 하우징 경비 등이 제공된다.

유진 씨 회사는 다른 직원에 비해 특혜를 주는 것이니, 프랑스에서 돌아오면 해외근무기간의 2배를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고 한다. 아닐 경우 하우징 경비 등을 반환해야 한다는데,

‘나는 일하러 가는 건데? 근무장소가 해외인 것뿐인데, 의무 재직기간을 채워야 할까?’




해외에서 실제 근무를 제공한 경우에 경비 반환을 약정한다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반환하는 것으로 손해배상의 예정에 해당합니다. (대판 2003.10.23, 2003다7388)


유진 씨는 회사의 명령에 의해 근무장소만 변경해서 근로를 한 것입니다.

게다가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의 지급 또는 지출한 금품은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또는 업무수행에 있어서의 필요 불가결하게 지출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입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임금이어서 반환할 필요가 없고, 후자의 경우에는 회사가 사업을 위해 필요한 경비를 지출한 것이므로 유진 씨가 반환할 의무가 없습니다.


해외로 파견연수를 보낸 경우에는 어떨까요? 

해외에 있는 본사에서 새로운 기술 등을 배우는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해외파견연수가 실제 근무를 통한 지식.정보습득의 목적을 갖는다면, 파견연수기간 중 지급된 임금, 기타 집세 등은 원래 근로자가 부담하여야 할 비용을 회사가 우선 부담함으로써 근로자에 대하여 반환청구권을 같은 금품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근기 68207-3229, 2000.10.18)




인사담당자 Tip


해외파견근무'근무장소'를 변경하여 근무한 것이므로, 회사가 의무재직기간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해외파견연수가 실제 근무를 통한 지식.정보습득의 목적이라면, '근로'를 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회사가 의무재직기간을 강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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