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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Dec 13. 2022

만원 지하철에서 마주친 뜻밖의 친절

사람 사는 이야기

나의 친절함이 누군가에게 약이 되는 하루 당신이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에 아주 작은 영향을 끼친 거예요. 당신의 따뜻함이, 당신의 염려가, 당신의 희생과 친절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도 있어요. 그러니 대견한 당신에게 칭찬해 주세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느라 오늘도 수고했어!”
<출처 : 반짝이는 하루, 그게 바로 오늘이야, 지은이 레슬리 마샹>


만원 지하철, 사람들은 견고한 벽이 되었다.

만원 지하철, 얼마 전에 큰 아이와 봤던 국어 인강 '윤혜정 나비효과'에서 본 시가 절로 생각났다. 할머니 한분이 내리려고 했는데 사람이 견고한 벽이 되어 내리지 못하고 갇혔다는 내용이다.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가 흔들리는 차 안에서 버티고 서있다.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내 뒤에 나이가 조금 있을 것 같은 여자분 목소리가 들렸다.


"그만 밀어요."

속으로 '밀고 싶어서 미나, 밀리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지하철 안은 고개를 돌릴 여유도 없었다. 역에 도착하자, 미처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아우성을 친다.

"죄송해요. 저 이번에 내려요."

사람들 틈 사이를 비집고 급하게 내린다. 급하게 내린 사람만큼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그만 밀어요." 다시금 등 뒤 여자분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고개를 살짝 돌려봤다.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여자분이 보였다. 붕대를 감은 팔은 가슴 안쪽에 바짝 붙이고 한속으로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다치셨어요?"

나도 모르게 물어봤다.

"네, 그래서 깁스를 하고 붕대를 감았는데, 자꾸 닿네요."


우리의 어색한 대화는 여기서 끊겼다. 말을 하고 자시고 할 상황도 아니다.


모르는 이가 건넨 친절


잠시 후, "이번 역 내리세요?" 등 뒤 여자분이 묻는다.

"아니요. 전 한참 더 가요."

"전 내려서요. 이쪽으로 오세요."

난 얼결에 그 여자분과 자리를 바꿨다. 내리려고 준비하는가 보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자리를 바꾸면서 알았다. 훨씬 여유가 있구나!

그분은 지하철 안에서 조금 더 여유 있는 공간을 나와 바꾸고 갔다. 아픈 팔이 여기저기 부딪혀 힘들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알아봐 준 것이 고마웠나 보다.


나는 투박한 말로, 나에게 조금 숨 돌릴 공간을 선물한 그분이 고마웠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은 기억도 못하는 지하철 인연이지만, 그녀 덕에 만원 지하철로 퇴근하는 길이 힘들지 않았다. 우리는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웃나 보다.


이름 모를 분홍색 옷을 입고 있었던 그분, 깁스 푸시길. 만원 지하철에서 힘들지 않기를 바랍니다.

<출처 : Pixabay>

한 줄 요약 : 작은 위로와 염려, 이것만으로도 세상은 밝게 빛납니다.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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