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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정 Apr 28. 2021

중2 첫 시험 - 중간고사

워킹맘 이야기

큰 아이가 오늘 드디어 첫 중간고사를 봤다.

어제 졸음이 쏟아지는 걸 꾸욱 참고

큰 아이와 세계사 시험 범위를 쭉 훑었다.

수학은 과외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셨겠지.


그런데 이 녀석,

분명 가정통신문에

시험이 교과서와 배부된 학습지에서 나온다고 되어 있는데,

학습지가 한 장이 없다.

내가 학습지 다 챙겨놔라 수도 없이 말했는데...,


말해봤자 무얼 하리~

학습지에 반, 번호, 이름도 없고

학습지의 빈칸은 시험 전날 채우기 시작했다.

수업시간에는 틀어놓고 게임을 한 걸까?


집에 없으니 딱히 수업하는 모습을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나는 아이의 말을 믿었더랬다.

수업은 들었겠지.




아이와 빡공 시대도 같이 보았고,

*빡공 시대 : 중학교 세계사 강의를 무료로 올려주는 유튜브 채널

자습서와 문제집도 풀게 했다.

오답노트도 만들었는데, 아이가 문제집 시험문제를 시험 전날에야

풀어서 이건 의미 없게 되었다.


애타는 나의 마음에 부응하려는 듯,

아이도 졸음을 참고 나와 같이 공부를 했다.

마지막에는,

"엄마, 수고했어."라고 한마디 하셨다.


사실 오늘 가채점을 했다는데,

결과가 기대한 것보다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티 내지는 않으려고 노력했다.

"시험을 이번 한 번만 보는 것도 아니고,

다음에 그 문제가 나왔을 때 풀 수 있음 됐어."

라고 말했다.




그릿(Grit)을 가진 아이로 키우려면,

아이에 대해 높은 기대를 가지고, 엄격한 훈육을 해야 한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높은 기대는 아이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기대가 높은 부모 중에는

아이의 뜻대로가 아니라

아이가 자신의 뜻대로 크기를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이들은 그걸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나는 너의 관심, 판단을 존중해.

네가 어떤 길을 선택하던지 나는 너를 응원한다.

결정은 너의 몫이다.

나는 너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이런 관점이 정립되고 나서야,

아이에 대한 높은 기대와 훈육이 의미가 있다.


나는 아이에 대해 높은 기대를 걸었는가?

- 사실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에 대한 지원은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막상 아이에게 큰 기대를 걸진 않았다.

아이가 혹여나 부담스러워할까 봐.


나는 훈육하는 부모인가?

아니다. 나는 자유롭게 풀어주는 편이다.

적정 선 안에서 최대한 탐험해보라는 뜻에서 그랬다.

그리고 그게 아이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나의 이러한 태도는,

아이에게 그릿(Grit)을 키웠는가?


잘 모르겠다.

부모의 역할은 책으로 배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릿(Grit)을 키워주고 싶지만,

아이에 대한 기대와 아이를 통제하려는 욕구는 한 끗 차이인 것 같다.

아이에 대한 지원은 아끼지 않으려고 하지만,

세상을 미리 살아본 부모가 가지는 편견은 아이가 하고자 하는 바를 제한하기도 한다.


나 말고도 잔소리 할 사람들은 많지 않은가?

같이 공부를 해 주는 걸로 "공부해라"를 대신하면 안될까? 생각해본다.

내가 공부하란 말을 안해서 아이가 공부를 안한다는 말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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