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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Feb 04. 2022

나답게

지금처럼 그렇게


새해가 지났다. 신정과 구정이 있는 한국의 달력에서 구정까지 지났으니 찐 새해다.

햇살에 봄기운이 느껴진다 싶더니 어제는 입춘이었다. 춥던 겨울도 시간의 흐름 속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새해가 되면 늘 계획을 세우고 뭔가 짱짱한 기분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새해를 맞는 이의 자세답게 연말연초가 되면 뭔가 하려고 애썼다.


올해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분주하지 않게 오히려 아주 게으르게 보냈다.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그냥 그러고 싶었다. 대강의 계획들은 있다. 이미 진행되는 일들은 시간에 맞춰 실행이 될거고 하게 될 일은 하게 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나도 다이어리나 수첩에 '나의 계획'이라 적고 들뜨고 설레는 맘으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의식을 좋아했다. 하지만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이나 계획은 중요하지만 때론  짜 맞춰진 계획 속에 몰아세우게 되기도 했다. 지켜지는 계획에는 기쁨과 안도를, 지켜지지 않는 계획을 보며 스스로 합리화하거나 이만하면 됐다며 혼자 다독이는 것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때로 멍 때리는 것이 창조력과 건강에 도움이 되듯 난 올해 느슨해지기로 했다. 그간 얼마나 계획적으로 살며 엄청난 성과를 냈다고 이러나 싶은 우스운 맘도 들지만 그냥 그러기로 했다.


왜인지 그러고 싶을 때, 왜인지 무언가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건 그게 필요해서 라는 말이 있듯 아마 그게 나에게 필요해서인가보다 싶은 맘이다.


나이를 먹다 보니 엄청난 몰입과 달리기가 일을 하는데 중요하단 걸 알고 있지만 그냥 '천천히 느슨하게 오래 은근히' 이루고 싶어 진다. 무엇이든 말이다.


느슨하게 게으르게 가볍게,

그리고 나답게.


그렇게 오늘을 산다.




한강을 지나다가 2022.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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