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집안일을 덜 할까를 연구하다 미니멀 라이프에 빠져버린 나다. 물론 현실형이라 대충 하는 미니멀리스트다.
아마 아이들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자라 해도바닥에 이불을 둘둘 말고 둥글둥글. 하루 한 끼만 가벼이 먹고 종일 멍 때리다 바닥과 한몸이 되어 둥굴둥굴할지 모른다.
혼자 뭔가 하는 걸 좋아해서 오해를 하는 듯하다. 친구 H는 이런 나를 보며 그랬다.
"너는 '사부작사부작' 티 안 나게 바빠"
그렇다. 늘 뭔가를 한다. 아니 뭔가 하는 걸 안 좋아해서 귀차니스트인데 뭘 한다고? 애초에 그런 모순이 어딨을까 싶은데 그렇다. 정말 가만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데 또 무언가를 한다. 모순덩어리.
어쩌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이뻐지고 싶다거나 맛있는 걸 먹으며 날씬하고 싶은 그런 것이거나'죽기 전에 떡볶이가 먹고 싶은' 어쩌면 그런 맘인지 모르겠다. 뭘 꼭 하고 싶어서라기 보다 뭘 얻고 싶긴 해서 귀찮음에도 움직인다. 그 움직임에 행복과 재미가 있으니 그럼에도 하게 되는 것. 실은 재미와 행복이 없다면 잘하지 않는다.
남편도 때로 묻는다.
"어쩜 그렇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
글쎄, 삶은 때때로 무료하니까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다. 그렇다. 의미 없는 삶은 싫다. 게으르고 귀차니스트지만 그럼에도 내 삶에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 의미 있는 일에 나도 모르게 내 눈을 반짝인다.
사는 동안 내 행복과 혹은 단 한 사람의 행복이라도 나로 인해 생겨난다면 살아가는 이유가 될 테니까. 행복과 기쁨, 그리고 재미를 위해 이 귀차니스트는 오늘도 무언가를 한다.
그러다 정말 게을러지고 싶다면 정말 아무것도 안 한다. 의미가 없어도 좋을 만큼 저 밑으로 푹 꺼진다. 의미가 없는 것에 의미를 둔달까?
좀 말장난 같은 글이 돼버렸지만 어쩌면 이게 깊고 솔직한 내 마음이다. 세상 게으르고 귀차니스트지만 의미 있게 살고파서 하는 소소한 움직임. 그 움직임이 나를 게으를 용기와 삶을 살아갈 힘을 준다.
올 한 해 할 수 있는 한 게으르게, 또 그 안에서 혼자 이리저리 움직여보겠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알 때까지 그렇게.
누가 보지 않아도 커졌다 작아지는 달처럼 사부작 사부작 2022. 01.16 오후 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