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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Mar 08. 2022

나의 생이

언제 끝날 줄 안다면(feat. 드라마 서른,아홉)



손예진 배우 팬이다. 드라마를 볼 때 주인공이 맘에 들어야 시작을 하는데, 드라마를 고를 때 남주보다도  여주인공에 무게 중심이 더 실린다. 그래서인지 손예진, 전지현, 임수정이 나오는 드라마는 골라서 보곤 한다. 최근에 '서른아홉'이라는 드라마를 시작했다. 길을 걷다 버스 광고판을 보고 새 드라마를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더구나 예진님이 참 예쁘게 나와서 흐뭇하게 보는 중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며 보게 되는 그런 류는 아니지만 인생, 우정, 삶을 잔잔한 템포로 돌아보게 한다.


라마의 내용은 이렇다. 세 친구의 우정과 30대의 끝자락에 고민과 일상들을 담고 있다. 셋이 함께 건강검진을 받고 그중 한 친구가 불치병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드라마 첫 장면이 장례식. 과거로 돌아가 인물들이 어떻게 친구의 정해진 죽음을 맞이하는지 하나씩 보여주는 형식이다.


극 중 찬영이가 불치병에 걸린 역할인데, 이런 대사가 나온다.



너를 생각하잖아? 벌써 그리워서 슬퍼"


주위 친구와 가족들을 떠올리며 애틋해지는 씬이다. 나 역시 주위 사람들 떠올려졌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모든 것들이 순간순간 그리워질 거다.




또 이런 말도 다.


예사롭게 살아줘.

죽음을 앞둔 입장이 된다면 정말이지 예사롭게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것이 축복 일터다. 남겨진 이들이 평범해서 눈이 부신, 그 아름다운 일상을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될 거다. 오늘도 나 예. 사. 롭. 게 살리.






친구 셋은 아예 즐거운 시한부를 만들기로 작정한다.'지구에서 제일 신난 시한부'가 되자는 거다. 미친 광란의 시한부 프로그램이라며 그간 못했던 것을 하고 안식년 친구와 함께 보내겠다 결심 한다.


시한부인 찬영이는 이런 말도 했다.



나 마음이 너무 바빠. 할 게 너무 많아.

인생의 시간이 정해져 있다면 역시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안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짧은 시간 다 하려면 밤새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친구들은 아픈 친구를 위해 이런저런 신경을 쓴다. 먹을 것을 막 챙겨주고 갑자기 친구 집에 가서 돌아가며 잠을 자고 평소와 달리 유난스럽게 챙기는 친구들에게 찬영은 이런 말을 한다.



너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도 나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각자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떠나는 이는 친구들이 각자의 일상을 행복하게 살길 바라고 보내는 이는 하나라도 더 해주길 원다.



마지막으로 이 대사는 개인적으로 좋아서 적어본다.



나 궁서체야, 진지해.


진지하다는 표현을 궁서체라 하다니, 신박하다. 이 글을 쓰는 나도 궁서체다. 지금 진지하다. 만약 내 삶이 시한부라면 대략 6개월 남짓 남았다면 나는 어떤 것을 하고 누구와 어떻게 보내볼까?


아마 똑같이 생활할 거다. 일이 없는 날은 여유 있게 일어나 글을 쓰고 아이들 등교나 온라인 수업, 밥이랑 간식 등을 챙겨주고,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고 그러겠지. 그런 흘러가는 이야기들을 순간순간 다 담아 책으로 엮고 싶어질 거다. 남겨진 시간이 짧으니 더더욱 소중할 테고 그걸 예쁘게 담고 남겨놓고 싶어질 거다. 그리고 "잘 살았다, 즐거웠다, 고맙다" 하며 떠나다.


드라마를 보면 하나의 문학작품을 읽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조금 쉽게 쓰인 책이랄까. 이번 드라마를 보며 여러 생각을 찬찬히 하게 된다. 내 나이와 삶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언제까지 일까 궁금해진다. 마흔이 넘으며 시간의 유한함을 더 체감하게 되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나이가 무거워지는 자의 어쩔 수 없는 나잇값, 깨달음인가 보다.  그래, 오늘도 두근두근 살아내보자. 행복한 일들로 채워가 .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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