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채영 Mar 21. 2022

춘분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


휴대폰 달력을 보니 춘분이라 적혀있다. 입춘이 지났고 또 춘자가 들어가니 진짜 봄의 길목에 들어섰다는 뜻인가?


24절기를 검색을 해봤다. 매년 어디선가 들으며 지나가는데 그렇게 지나치다 보니 제대로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대강 이렇겠지 해왔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아는 절기가 생각보다 별로 없다. 절기 잘 모른다고 고백하는 날.





네이버 검색 '춘분'



찾아보니 24절기는 입춘-우수-경칩-춘분으로 이어진다. 네 번째 절기구나! 올해 일단 입춘 무렵, 나물이 이상하게 당겼다. 이런 말은 우리 엄마가 잘하는 말씀인데, 올해 내가 처음 그랬다. '나물이 당긴다' 라니 그 말에 뭔가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가 조물조물 나물을 무쳐서 식탁에 올리시는 풍경이 그려진다.  봄이 오는 기운을 몸이 느끼나 싶다. 입춘과 달리 춘분인 오늘은 딱히 몸이 느끼는 변화는 없지만 날이 겨울처럼 차가웠고 새로 하는 수업 이 주째인데 아직 적응 중이라 멘털이 탈탈탈 털렸었다. 딱히 절기를 느낀 건 없었다란 말이다.


'춘분'이 되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했다. 참 균형 잡힌 절기구나! 뭔가 딱 반이란 건 쉽지 않다. 뭐든 어디로든 조금 기울게 마련이다. 딱 중간이란 말은 어디에 치우침이 없다는 거라 춘분이 갑자기 멋져 보이기 시작했다.


낮은 낮대로 밤은 밤대로 좋다. 낮은 해가 있어 좋고 밤은 달이 있어 좋다. 낮은 밝아서 좋고 밤은 어두워서 좋다. 춘분이 지나면 낮이 조금씩 길어지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오겠지. 저울의 추가 기울어지다 균형을 맞추듯 왔다 갔다, 갔다 왔다 하는 것.


그 와중에 딱 반반이라는 춘분이 이름에서 풍기는 어감과 달리 꽤나 외유내강스럽다. 적당한 온도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어둡지도 밝지도 않게 균형감 있는 아이. 약하지도 강하지도 않고 착하지도 못되지도 않은. 사실 내가 추구하는 모습이다. 그렇지 못하기에 그렇게 살고 싶다. 좋은 쪽으로 이도 저도 아닌 어떤... 딱 그 정도!


춘분, 너 참 맘에 든다. 멋지다. 춘분은 생각도 없는데 이 밤 나 혼자 고백을 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해답을 얻고 싶을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