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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Nov 19. 2021

내가 그랬다면 그런 거야

예민함에 대하여

 

"예민하게 굴지 마요"


 우리는 대게 '예민'하다는 표현을 좀 까칠하고  그래서 뭔가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사람에게 쓰곤 한다. 부정적인 뉘앙스의  언어다.


  내가 느끼고 말하는 것을 '예민'하다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감정에 무딘 편은 아니니 내가 느낀 생각과 감정을 자꾸만 반추하게 되었다. 나의 이해심을 돌아보고 나의 생각의 틀을 되짚어보곤 했다. (있었다는 건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내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남을 인정하듯 나 또한 인정한다. 더 이상 나를 반추하지 않는다. 내가 아프면 아픈 것이다. 내가 감정이 상했다면 상한 것이다. 내 감정을 더는 상대에게 설득하지 않는다.


  다른 이들과의 불편한 상황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서 나 때문에 누군가 상처 받거나 피해를 받는 걸 싫어한다. 그런 내가 예민해진다면 대부분 다른 이들과도 이미 트러블이 많은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백 프로 확신할 순 없는 건 나 또한 정말 타인에겐 이상한 사람일 수 있다는 가정 때문이다.


  나를 예민하다고 했던 사람들은 누군가 똑같이 대하면 더한 감정을 내뿜을 것이 자명했다. 그들이야 말로 꽤 예민했다. 본인에게만.


"너야말로 정말 예민하시네요!"


  예민한 사람들은 이렇게 잘 이야기하질 않는다. 결국 예민함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쓴다는 말이다.




"예민하시죠?"


  예민하다는 내 특성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때 있었다. 긍정의 언어로 쓰였던 날, 나에게도 신선했다. 보컬 레슨을 받은 지 2년이 되었다. 소리에 대한 내 예민함은 노래를 하며 도움이 된다.


  글을 쓸 때도 세상에 대한 민감하고 예민한 떨림들이 도움이 된다. 감정 생각이 예민해지지 않으면 글쓸 수가 없다. 상황이나 감정을 서술하려면 예민하게 굴어야만 한다. 한 가지를 여러 가지로 쪼개고 생각해보려면 예민함 없이 불가능하다. 


  을 쓰다 보니 이젠 더 더 예민해지고 싶다. 어쩌면 저런 문장을 써 내려갈까 싶은 글을 보면 나의 예민함을 더 갈고닦고 싶어 진다.


"네, 저 예민해요, 제 예민함이 좋아요."


  글을 쓰며 작가님들과 소통하며 글을 쓰는 사람 특유의 예민함이 너무나 반가웠다. 디어 나의 람들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종일 떠들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란.


  요즘은 드디어 내 세계에 발을 디딘 기분이다. 나의 예민함이 긍정적인 언어로 받아들여지는 곳.  각자의 그 예민함으로 서로에게 섬세하게 대할 줄 아는 결국 다정한 사람들. 그 예민함이 반짝반짝 빛나는 람들 말이다.


  내가 찾은 세계가 좋다. 생각과 감정을 노래로 글로 그대로 담아낼 수 있으니까. 그 자체로 좋다.


   즘은 '어떻게 더 예민해질' 행복한 고민 시작되었다!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예쁨, 자연과 인공의 조화, 건 마치 예술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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