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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ug 31. 2022

그렇게 거기에

내가 있어


시간도 공간도 보이지 않는 곳에

어느새 가있어


시간도 공간도 보이지 않는 곳에

이렇게 머물러


시간도 공간도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스며듦


소리가 머무는 곳에

내가 있어


소리가 만드는 곳에

내가 있어


생각이 머무는 곳에

내가 있어


생각이 만드는 곳에

내가 있어


우리는 빛과 같은 존재 :)





보컬 레슨을 받은 지 어느새 3년이 지났어요.

맑고 쨍한 목소리를 따뜻하고 먹먹하게 만들어가요.


타고난 성대는 악기처럼 소리가 정해져 있지만

제가 가진 것에서 연습과 수련을 통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요.


바이올린이 첼로가 될 순 없지만,

저는 첼로를 꿈꾸는 바이올린이에요.

묵직하고 따뜻한 소리가 좋아요.

물론 제 소리가 싫은 건 아니지만 아쉬웠어요.


제가 가진 것에서 더 좋은 것을 더해

한층 깊어진 소리를 갖고 싶어요.


조금씩 정말 조금씩

한 주 한 주 트레이닝을 받고

잘 나지 않던 저음이 나기 시작했어요.

(전 저음 불가였죠. 흑...)


피아노로 치면 이제 바이엘 떼고

체르니 들어간 느낌이에요.

언젠가 체르니 떼고 어려운 곡도 치고

그렇게 되겠죠?


노래를 하고 신기한 것이 있어요.

그 순간, 제 모든 것이 사라져요.

보이는 모든 것들과

나라고 규정된 모든 것이 사라져요.


그냥 제 영혼만 남는 기분이랄까요.

시공간을 초월한다거나

시공간이 사라져 버린 곳에

머무는 기분이 듭니다.


보이는 것도 나지만,

보이는 것 너머에 늘 있던 나를

그렇게 만나요.


우리가 예술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겠죠.


내 영혼이 좋아하는 무언가,

내 영혼을 만나는 무언가.


글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고

노래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고

생각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합니다.


사실 이미 다들 그렇게 살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인식을 못하는 걸지도 몰라요.


내 안의 나를 만나고

내 안의 나를 보고


그 순간이 좋아요.

진짜 나를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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