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은 아마도 내가 자라나는 초록나무 같아서 내 젊음만으로도 가득 차 있었나 보다. 실컷 자라나는 시기라 그랬나 보다. 그래서인지 계절이 바뀌는 게 잘 보이지 않았다. 자연이 아름다워 보인다는 건 나이 들어가는 증거라는데,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보이게 되는 거라면 그래 기분 좋게 나이 들어가겠다.
봄의 화사함과 여름의 활기참, 가을의 깊음과 겨울의 묵직함.
매해 만나는 계절이 매번 조금씩 다른 색으로 다가오는 건 매일 만나는 하늘이 매번 다르기 때문일 거다.
깊어가는 가을이, 다가오는 겨울이, 오게 될 새봄이, 이어질 여름이 기대되는 마음으로 그렇게 11월이란 시간 속에 충분히 머무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