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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Nov 13. 2023

백설기가 좋아

몸이 좋아하는 음식 먹기


요즘 백설기 먹는 재미에 빠졌다. 얗고 쫀득한 갓 쪄낸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포슬포슬 은은하게 달달해서 자꾸만 먹고 싶어 진다. 이렇게 백설기를 자주 먹게 된 이유가 있으니...


작년부터 눈 다래끼가 자꾸 올라오고 올여름 이후 피부 트러블이 생겨서 식생활을 바꿔보고 있다.


한때 저탄고지도 했는데(뭔가 좋다는 걸 시도하는 걸 좋아해서 늘 혼자 사부작 사부작대느라 조용한데 바쁘다), 굳이 탄수화물을 애써 줄이진 않고 맘껏 먹되 무조건 쌀만 먹는다. 밀가루를 완전히 끊은 지 3주 정도가 돼 가니 확실히 피부결이 나아졌다. 쌀 때문인지 백설기 때문인지 몸이 백설기가 돼 가는 기분이다. 물론 아직도 뾰루지가 올라왔다 들어갔다 한다.


밀가루를 안 먹기 시작하니 그간 먹었던 케이크, 빵, 밀가루 떡볶이 등과도 이별을 고했다. 좋아하는 만두는 속만 먹는다. 빵이 먹고 싶으면 쌀빵을 사다 먹으니 괜찮았고 백설기를 사다 먹으니 좋았다. 백설기는 원래 좋아했는데 케이크나 달달한 무언가를 안 먹으니 더더더 맛있는 거다. 떡볶이는 밀떡이 아니면 잘 안 먹지만 쌀떡으로 대체하니 뭐 나쁘지 않았다. 국수는 쌀국수로 대체. 쌀국수는 원래 좋아하는 음식이라 이것도 좋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하고 싶어서 유제품과 튀긴 음식도 안 먹고 커피와 카페인이 들어간 모든 걸 끊었다. 식생활이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평균보다 좋은 편에 속하면 속하는) 어쨌든 그간 살아오며 쌓인 나쁜 것들이 조금씩 쌓여도 쌓였을 나이이다 보니 이쯤에서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보는 계기가 되는 중이다. 따뜻한 라테나 아메리카노, 달달한 캐러멜 마끼아또도 가리지 않고 뭐든 잘 먹는 나인데 이렇게 추워지는 날에는 커피 향을 맡으면 좀 많이 아쉽다.


글을 쓰며 바쁜 스케줄 탓인지 안 나던 다래끼가 계속 올라와서 안과에 가서 일곱 여덟 번을 째기도 했다.(할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두 손 꼭 잡고 최대한 즐거운 장면을 생각한다)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계속 올라올 테니 작정을 하고 시작했다. 더구나 회춘하는 것도 아니고 이 나이에 뾰루지가 웬 말이냔 말이다.


나의 이런 결심에는 스파이스걸스의 멤버이자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도 한몫을 했다. 좀 뜬금없지만 검색하다 우연히 본 그녀의 식습관과 식단에 감명을 받았음을 고백한다. 사실 헉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세상에, 25년간 구운 생선과 찐 야채만 먹는단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데이비드 베컴과 비슷하게 먹었고 그때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식단을 고수한다고 하니 보기에도 살짝 독해 보이긴 하지만 정말 정말 대단하단 말이 절로 나왔다. 그런 독함은 멋진 독함이다. 그렇다.


난 물론 이제 겨우 3주지만 더 나이를 먹기 전에 이쯤에서 나의 식습관을 돌아보라는 뜻이 아닐까 싶어서 기쁜 맘으로 실험 중이다. 거기에 간헐적 단식도 병행 중인데 확실히 몸이 밸런스를 찾아간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검색과 호기심으로 모든 것들을 섭렵하는 중)


내 몸이 좋아하는 음식, 내 몸이 편안해지는 식습관을 하나씩 발견해 보려 한다. 이것도 나를 알아가는 길에 속하니까.


+

자연주의에 관심이 생겨 혼자 실험하는 걸 좋아하는 나는 화장품 안 발라보기, 샴푸 안 쓰기 등도 십수 년 전에 몇 달 해본 적이 있다. 주위에 얘기하면 왜 저러나 싶은 시선을 받던 때.


물론 지금은 둘 다 잘 쓰지만 아무거나 쓰지 않고 잘 맞는 걸 과하지 않게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샴푸는 안 쓰면 머리가 너무 심각해졌는데 그 기간이 지나면 약간 좋아지긴 하지만 소량이라도 쓰는 게 낫다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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