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채영 Nov 23. 2023

또 다른 문이 열리는 소리

그렇게 나도 너도 커갈 거야



아이가 원하는 대로 오늘은 학원 마지막 날.

잘 다니던 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며

춤에 집중하고 싶다는 막내.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두 개를 같이 가져가자고 했는데

많이 버거웠나 보다.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데

공부도 춤도 잘하기는 그래 힘들겠지.

이도저도 아닐까 봐 두려웠을 거야.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랐나 보다 싶다가도

잘하고 있는 걸 놓는다는 게

나에겐 참 맘이 쓰렸다.


마지막으로 데리러 가며 생각했다.

이 학원을 다닌다는 게

도대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일까.

안도감일까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엄마로서 잘하고 있다는 확인을 받고 싶었건 걸까.


교육에만 매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놓지도 못하는 나여서

가끔은 나도 모순이라 생각했다.

발을 하나씩 걸친 느낌이 들었으니까.


흐름을 타면서도 나만의 길을 가는 것,

잡을 수 없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욕심,

어쩌면 안전해 보이는 길로 가기를 내심 바랐나 보다.


인생은 자신의 것이라 말하고

도전하는 삶을 살라고 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했으면서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고도 했고

엄마가 찾아낸 좋은 정답으로 걸어가 보라고도 했으니

어쩌면 나는 상반된 두 가지 메시지를 주었을지도 모른다.






어른도 아이도 아닌 시기에

그 모순된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울 거다.

아니 어쩌면 속시원히 하나를 고르는 게

현명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엄마는 아직도 나 자신을 찾고 있지만

너는 너의 인생을 더 일찍 발견하고

나비처럼 보란 듯이 훨훨 날아라라.

눈이 부신 날갯짓을 하며.


학원을 나오며

조금이라도 아쉬운 게 없냐 물어보니

1도 없단다.

그렇다면 0.5는 하고 물으니

0.1 정도는 된다고.


아무리 좋다는 것도

자기가 원하지 않는 건

행복하지 않은 법이니까.

넌 그걸 알게 되었구나.


이제 자신의 일을 선택하는 나이가 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걸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된 너.

어떠한 선택이든 책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는 널 축하한다.

아기 같던 네가 그렇게 점점 크게 자라나는구나.


작가의 이전글 백설기가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