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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Jan 14. 2024

숨겨진 행복이 선물처럼 다가올 때

해지는 풍경



노란 등을 좋아한다.

저녁이 되면 집에서도 스탠드를 켠다.

너무 환한 것보단 차라리 조금 어둑한 걸 좋아한다.

형광등 불빛은 차가워서 혼자 있을 땐 잘 켜지 않는다.

조도가 낮고 은은하고 따뜻한 불빛을 좋아하니까.

어둑어둑해지며 하나둘 켜지는 노란 등만큼

예쁜 또 풍경이 있을까.


어떤 고민이 있더라도 등이 하나둘 켜지는 모습을 보면 그 순간은 세상이 참 아름다워 보인다. 이렇게 불빛이 은은하게 드리워지는 해가지는 시간을 좋아한다. 낮도 밤도 아닌 묘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더 깜깜해진다. 불빛은 더 선명하게 반짝인다. 지나간 기억들이 불빛처럼 머릿속에 하나둘 켜진다.




해지는 풍경을 가만히 바라봤다




아이 댄스 학원 시간이 오후 늦게 바뀌어서 자주 가던 카페들은 일요일 오후라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 곳을 가봤는데 자리가 없어서 골목으로 살짝 들어가 새로운 카페의 문을 열었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앉을자리가 몇 군데 있었고 저녁이 되니 하나둘 사람들이 빠져나갔다. 혼자 여유를 부릴 자리로 옮겨 스피커에서 나오는 취향저격 음악에 마음을 기대었다.




새로운 길엔 새로운 행복이 자리한다. 헤매고 익숙하지 않은 낯섦 뒤엔 내가 찾던 무언가가 선물처럼 다가온다. 어쩌면 우리가 겪는 혼돈은 결국 좋은 것을 안겨주기 위한 과정.


창밖 풍경이 포근했다. 겨울이지만 내 마음만큼은 이미 봄으로 성큼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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