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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Apr 09. 2024

나, 봄 타나 봐

내 마음 한 켠에 슬픔이 차오르네




봄이 되었다. 꽃잎이 흩날리고 세상은 온통 봄의 물결이다. 언제 겨울이 지났나 싶게 날은 포근해졌다. 앙증맞은 연분홍 벚꽃 잎이 바닥에 떨어져 낭만을 자아낸다. 그래, 보기만 해도 참 좋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상반되는 감정이 스며든다. 왠지 모를 슬픔이 올라온다. 이 슬픔의 정체는 여러 가지겠지만 아마도 봄도 한몫을 하는 듯하다. 겨우내 추워서 얼어버렸던 감정이 녹아내리는 건지 괜스레 울컥해진다.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는 공감 가는 글귀를 읽다 눈물을 쏟아냈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 듣는데 슬픔을 건드리는 음악 때문에 더 그랬나 보다. 안 되겠다 싶어 음악을 바꿨다. 감정의 늪에 더 빠져버리지 않도록.


 계절이 바뀌고 세상은 달라졌지만 아직 몸도 마음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데서 오는 삐걱 거림인가. 몸도 나른해지고 몸살은 아닌데 몸살의 느낌과 비슷한 피로감이 왔다 갔다 한다. 까닥 잘못하면 감기에 걸릴 것 같아 컨디션 조절을 하는 중이다. 오후에 졸음도 쏟아진다.


검색보니 비단 나만 그런 건 아닌가 보다. 봄에 유독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하는 걸 보면 내 감정은 정상적인 것이었나 보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싶어 안도감이 든다. 다행이다. 이런 감정이 드는 게 자연스러운 거라니 그 말자체로 기분이 나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새로운 취미 활동 등을 하라는 조언을 읽고 '그래, 봄 좀 타보지 뭐' 싶어졌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낀다는 건 어쩌면 건강하다는 것이다. 봄이 와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면 그야말로 이상한 것일 테니까. 희로애락이란 말처럼 어떤 감정이든 느껴야 한다.


다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조금 자제할 필요가 있겠다. 평소에도 생각이 많은 편이라 "넌 무슨 생각이 그리 많냐"는 소리를 듣는데, 나처럼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올봄엔 그만 생각하자고 서로 손가락을 걸고 약속이라도 하고 싶다. 생각이란 긍정적이지만 또 너무 과하면 한없이 한쪽으로 치우쳐버릴 수도 있어서 봄에는 생각을 적당히 하는 것도 좋겠다.


 사실 감정을 토해내듯이 글로 잘 적지 않는 나라서 이런 걸 솔직히 드러내자니 조금 쑥스럽고 이상하긴 하지만, 혹시나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면, "괜찮아요~괜찮을 거예요."라고 말해주고 싶다.


맑은 날만 계속되면 마음은 사막이 된다. 봄에 좀 울면 어떤가. 애써 참지 말고 눈물이 나면 울자. 뭉쳐버렸던 감정을 쏟아내고 가볍게 봄을 맞이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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