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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Jan 06. 2022

내 사람 찾기

수면 위 그리고 수면 아래


어떤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내 사람인지 아닌지. 내 사람이라 함은 넓은 의미이지만 내가 앞으로 함께 시간을 나눌 사람이란 의미다.


시간을 나눈다는 것은 만나는 것, 연락하는 것, 서로 신경을 쓰는 것, 하루나 일주일 혹은 한 달 중 짬짬이 상대를 위해 마음을 쓰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까지 사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에 빠르고 느린 사람은 존재하지만 누구든 나와 비슷한 사람을 알아본다.


말하는 습관, 말의 흐름, 말의 빠르기, 목소리의 톤, 대화의 내용,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행동, 눈빛, 자세, 얼굴, 아우라, 태도... 이런 수많은 정보들과 살아온 시간의 통계들이 컴퓨터처럼 결과치를 내놓는다. 수면 위의 특징들로 미루어 짐작한다.


이런 특징을 간파했다 해도 어떤 일을 겪지 않으면 그 사람의 수면 아래를 파악하기 어렵다. 오랜 시간 깊이 있고 솔직한 대화를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래서 어떤 일을 겪는다는 건 그만큼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 사람의 진면목은 수면 아래에 있다. 때로 상처받고 때로 기쁘게 다가오는 모든 일들이 어쩌면 고맙다.


늘 옳은 답은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아! 이런 사람은 이런 행동 패턴을 보이는구나'라는 내 나름의 단서들이 있다. 초중고 학창 시절을 지나 대학시절, 20대, 30대, 40대를 지나며 각 시절 별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다.


그 시절의 시간을 함께했던 경험으로 이러이러하다고 판단하는데 대게 나만의 데이터베이스에 근거한 인간군은 비슷한 편이다. 간혹 나중에 보니 좀 달랐던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긴 했다. 그래서 속단하지는 않는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미친 x다" 란 말처럼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은 역시 내가 불편할 것이다. 쓰는 말이나 문제의 해결 방식, 추구하는 가치와 결과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린 관계의 행복을 위해 진짜 내 사람을 찾는 연습이 필요하다.  살며 자연스레 우린 그 과정을 겪어왔다. 친구부터 연인, 결혼 상대자, 동료에 이르기까지 이미 해보았고 하고 있다.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의 시간이 얼마나 힘들던가!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니 그걸 알아보는 눈과 대처법이 큰 지혜가 된다.


나와 비슷한 생각과 세계를 가진 이들과 일을 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행복하다. 서로 만났을 때 기쁨을 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진다.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그렇다.


애써 설명할 필요 없는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온도가 비슷한 사람이 좋다. 다른 사람에게는 다른 언어, 다른 소통방식을 가져다 써야 하니 그만큼 에너지가 더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마음도 편치 않으니 말이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입사시험을 보고 다양한 면접을 통해 내 사람을 고른다. 우리도 어쩌면 나와 함께 할 사람을 볼 때 그런 정성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세상에 살아갈 날이 더 귀해진다. 그래서 더욱 그렇다.


하루하루 살며 진짜 나를 발견해가고 그렇게 내 사람들을 보는 눈을 연습해가는가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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