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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채영 Jan 13. 2022

겉바속촉

바게트 같은 사람

요 며칠 바게트를 오븐에 살짝 구워 생크림을 듬뿍 찍어먹는다. 딸아이가 오랜만에 먹고 싶다고 해서 바게트를 주문하니 그 길고 딱딱한 것이 3개씩이나 왔다. 냉장고가 크지 않으니 반으로 잘라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마치 나무 장작을 쌓아놓은 듯하다.


겉바속촉.

우리가 좋아하는 맛이다. 모두들 좋아하는 맛이다. 바게트는 호불호가 있어도 치킨을 안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겉바속촉은 튀긴 음식이 가진 매력포인트다. 바게트는 구운 것이라 기름짐 없이 담백한 겉바속촉이다. 그러고 보니 겉바속촉의 세계에도 담백함과 기름짐이란 두 카테고리로 나뉜다.


선호하는 음식은 그 사람과 닮아있다. 우리가 매운맛을 좋아하고 담백한 나물 등의 한식 밥상이라면 일본식은 심심하지만 담백하고 살짝 달달하다. 또 기름에 휘리릭 볶아내는 중국음식을 보면 그 나라 특징과 꽤나 닮았다.


바게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빵이다. 바게트와 비슷한 발효빵도 그렇다. 담백하고 딱딱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부드러운 속 모습을 가진 이들의 특징인가 싶다. 화려하게 눈길을 끌고 대놓고 예쁘고 달달한 컵케이크 미국이 생각난다면 바게트는 역시 프랑스답다.


한때 '츤데레'란 단어가 유행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겉으로 무심해 보이지만 따뜻한 사람을 말했다. 이 또한 바게트인가?


따뜻한 진심은 때때로 그 자체로는 연약하다. 바게트의 '속촉'도 노출되면 금세 '겉바'로 변한다. 내면의 부드러움을 잘 간직하기 위해 그렇게 바게트는 바삭하고 튼튼한 외형을 하고 있구나.


담백한 바게트 같은 사람이고 싶다. 그 딱딱하고 '겉바'한 외면 속에 부드러운 '속촉'이 있다는 걸 알아보는 사람이라면 '겉바'는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외유내강도 좋지만 외강내유도 나쁠 것 같지 않다. 뭐든 조화로워야겠지만 말이다.




생크림 듬뿍,


 결국 꿀 듬뿍.....

이렇게 며칠째 틴수화물 과다섭취 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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