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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제인 Oct 26. 2021

아이들은 자란다

오늘도 윗집에서는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윗집에서는 고함치는 소리가 들린다.

고함은 매일 규칙적으로 들려와도, 그 주인공은 늘 다르다.

어른이 소리를 치면 아이도 소리를 친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면, 어른은 더 큰소리를 낸다.


그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그들이 서로에게 소리를 지르는 이유는 분명하다.

‘내 말 좀 들어줘!’


윗집에는 아이가 셋이 있다.

마리아, 마테오 그리고 안드레

벌써 삼년이 넘게 아이들 소리를 듣고 있자니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첫해에는 마리아만 소리를 질렀다.

둘째 해에는 마테오와 안드레가 태어났고, 갓난아이들은 소리보다는 울기에 바빴다.

셋째 해에는 아이들 셋과 어른 셋이 번갈아가며 소리를 지른다.


소리 지르는 것만 보고 자란 아이는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들이 완전히 자라기 전에 어른들은 알아채야 한다.

과연 그들이 아이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있는 것인지.

소리 지르는 것만 보고 자란 이 세 아이들은

나중에 자신들의 부모에게 소리지르는 것말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때가 되면 그 부모들은 늙고 노쇠해 소리 지를 힘도 없을 텐데


오늘도 윗집에서는 서로 소리를 지른다.

‘내 말 좀 들어줘, 내 말 좀 들어줘!’

귓가에 맴도는 구슬픈 고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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