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by 호운

"너 이 새끼! 그 손 못 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피했다.

콰직-

"으아악!!!!"

진국이었다. 날아오는 준영이 형의

발차기에 진국이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진국아 미안하다.'

과거로 와서 쉴 새 없이

당하기만 하는 진국이었다.


진국이 바닥에 대자로 뻗어 파르르 떨었다.

준영이 형은 씩씩거리며 나를 노려봤다.

"아까 그 아저씨 맞죠?

전에는 비겁하게 암바나 걸더니,

이제는 할배까지 데려와서 수현이를 괴롭혀?"


관희는 멘털이 나갔는지 수현이 뒤에 숨어있는 눈치였다.

'하, 이 녀석을 어쩌면 좋나.'

나는 한숨을 내쉬며 준영이 형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었다.

준영이 형이 갑자기 길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쇠파이프를 하나 주워 들고 다가왔다.


'어? 일이 커지겠는데 이거?'

그때 수현이 뒤에 숨어있던 관희가 튀어나왔다.

"준영이 형 그만해!!!"

관희가 눈을 질끈 감고 준영이 형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준영이 형도, 나도, 수현이도.

그리고 누워있는 진국이도 멈칫했다.

"뭐야, 김관희? 너 지금 나 막는 거냐?"

"아저씨... 아니, 우리 삼촌들이야.

그냥 내가 수현이 좋아한다고 해서

도와주신 것뿐이야."


삼촌.

얼마 전에는 도를 아십니까라고 도망가더니,

이제는 우리를 가족으로 묶어버린다.

녀석의 다리가 눈에 띄게 후들거렸지만,

준영이 형의 허리를 잡은 손만큼은 놓지 않았다.


"네가 수현이를 좋아한다고?

찐따인 네가? 푸하하하하."

"미안해, 잘못했어.

그러니까 그것 좀 내려놓고 말로 해."

관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내려놓긴 뭘 내려놔.

찐따 새끼들은 삼촌들도 다 찐따같구만.

오늘 다 죽었어."


준영이 형의 막말에 과거 트라우마까지

터져 나오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했다.


"저 새끼가 진짜..."

"형님, 참아요..."

바닥에 누워있던 진국이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야 김관희, 이거 놓으라고."

끈질기게 붙잡는 관희에

준영이 형도 단단히 화가 난 눈치였다.

퍽-


준영이 형이 쇠파이프로 관희를 내려쳤다.

"관희야!!!!"

"작은 형님..."

관희를 뿌리친 준영이 형이

무섭게 내 쪽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진국이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진국이의 몸에서 기분 나쁜 소음과 함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튀어나와

준영이 형을 날려버렸다.


"으아아악!!"

준영이 형은 영문도 모른 채

저 멀리 튕겨져 나가 버렸다.


2006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골목엔 정적이 흘렀다.

수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나는 얼른 관희와 진국이를

부축해 세우고 돌아섰다.


"가자, 얘들아. 아 그리고 수현아,

미안해. 관희랑 너 좀 이어주려고 실례를 범했네.

다시 한번 미안해."


우리는 멍하니 서 있는 수현이를 뒤로하고

공원 정자로 향했다.


"진국아, 아까 그거 네가 한 거야?"

"네, 형님. 호신용 충격파인데

이런 곳에서 쓸 줄은 몰랐네요.

이제 못 써요. 1회용이거든요."


"미래에는 별게 다 있구먼."

관희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바라봤다.

아까 나를 지키려 했던 눈빛이 아직 남아 있었다.


"아저씨."

"왜."

"우리 망한 거 맞죠?"


나는 녀석의 머리를 툭 쳤다.

"망하긴 뭘 망해.

원래 나무는 열 번 찍는 거야."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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