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경기가 떠올랐다.
내가 알던 결과와 달랐다.
과거로 돌아온 지금,
역사가 항상 내가 아는 대로
흐르지는 않는다는 걸
이미 경험했다.
그렇다면 젊은 내가 수현이를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해볼 만하다.'
"수현이 만나러 지금 당장 가자."
젊은 관희가 흠칫했다.
"수현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가요?"
"나 미래에서 온 거 몰라?"
"뭐, 가보세요 그럼."
젊은 관희가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리고 관희."
"네?"
"우리 일단 호칭 정리부터 하자.
우리 둘 다 관희잖아."
젊은 관희는 잠시 뜸을 들이다 대답했다.
"그럼 아저씨가 늙관, 제가 젊관 어때요?"
"늙관? 뭐, 늙었다고?!"
갑자기 커진 내 목소리에
젊은 관희가 살짝 놀란 눈치였다.
"농담이에요..."
"그냥 저는 아저씨라고 할게요."
"그래, 나는 아저씨 할게. 너는 그냥 관희해라."
진국이 끼어들었다.
"그럼 저는 큰 형님, 작은 형님 할게요?"
"그래, 알아서 해라."
"아 그리고 형님,
이번 작전에 좋은 계획이 있습니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진국이 불안했지만
신나서 말을 이어나갔다.
"자고로 고전은 모든 세상을 관통하죠."
"그게 무슨 소리야?"
관희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진국이의 고전이란 것은 간단했다.
진국이와 내가 불량배 연기를 하는 것.
젊은 관희가 나타나 멋지게 막아서는 척.
수현이 눈에 달라진 관희를 각인시키는 것.
고전적인 수법이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 할아버지 이거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한번 해봐도 나쁠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래 해보자!"
"근데 형님, 저 불량배 연기
잘할 수 있을까요?"
진국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도 불량을 넘어선
뭔가 애매한 기운이 있긴 해. 잘할 거야."
"칭찬 감사합니다, 형님!"
"일단 편의점으로 가자."
"편의점이요? 형님?"
"그래, 수현이는 거기서 알바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관희는 제법 놀란 눈치였다.
'자식, 이제 내 말을 좀 믿으려나?'
우리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수현이의 퇴근 시간 무렵 편의점에 도착했다.
편의점 유리창 너머로 수현이가 보였다.
활발하고 수수하지만 매력적인 아우라.
'맞아, 수현이 예뻤지.'
20년 만에 보는 얼굴인데
가슴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갑자기 주희 얼굴이 떠올라 정신을 차렸다.
"야, 관희."
"네?"
"이제 슬슬 가서 수현이 바래다준다고 해라."
"넹~"
관희 녀석이 제법 들떠 보였다.
"진국아, 저쪽에서 대기하자."
작전명 고전이 시작되었다.
십 분 정도 기다렸을까.
수현이와 관희가 걸어오고 있었다.
"진국아, 가자."
진국이와 나는 저 멀리
수현이와 관희를 노려보며 걸어갔다.
진국이 작전의 첫 행동을 개시했다.
"어이, 그림 좋은데~"
내가 사는 시대 기준으로
진국이는 MZ세대일 텐데
어디서 이런 걸 배웠는지 멘트가 참 올드했다.
"아가씨~ 이런 애 말고 나랑 같이 놀자~"
진국이 수현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관희에게 눈으로 사인을 보냈다.
'관희야, 나서라.'
관희가 나서려던 찰나였다.
순식간이었다.
수현이가 진국이의 팔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꺾어버렸다.
"으악!"
진국이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건 계획에 없던 건데...'
관희가 팔이 꺾인 진국을 바라보다
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언가를 바라는 눈치였다.
나는 텔레파시를 보냈다.
'진국을 도와주며 위협할 테니
네가 나서서 막아라.'
수현에게 다가갔다.
"아가씨, 이거 행동이 너무 거친 거 아냐?"
나는 진국이를 꺾고 있는 수현이의 손을
꽉 잡아 위로 올렸다.
관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아저씨가..."
관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무서운 기세로
달려오는, 아니 나에게
날아오는 한 남자가 있었다.
"너 이 새끼! 그 손 못 놔?!"
준영이 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