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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유 May 23. 2021

이별은 무엇의 실패일까?


이별에 함께 따라온 실패한 느낌

상담소에 찾아오는 사람마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그중 자주 듣는 표현은, ‘실패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지 않은 우리들에게 불편한 감정들이 얽힌 이별은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것이죠. 


이별은 무엇에 실패한 것일까요? 결혼을 한다면, 영원히 이별하지 않는다면, 연애의 성공을 이룬 걸까요? 우리는 연애를 통해 무엇을 성공시키려 했을까요? 


연애, 정체성의 성장

연애라는 건 정체성의 성장 단계에 속하기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연애 대상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타인이면서 동시에 나의 일부분이 되기도 합니다. 누구의 연인이라는 정체성이 하나 추가되는 것이죠. 


그래서 상대가 절대로 허락할 수 없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면 못 견디게 괴롭혀서라도 바꾸고 싶습니다. 내가 갖지 못할 좋은 점을 가진 사람과는 헤어지는 것이 너무 두려워집니다. 내 정체성의 가장 좋은 부분을 뜯기는 고통은 삶의 희망을 앗아 가기도 합니다. 여러 방식으로 연애는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간절할수록 이별은 견디기 힘든 아픔이 됩니다.


연애로부터 채우고 싶던 것

연애로 무엇을 성공하고 싶었나요? 더 나은 내가 되기? 어떤 두려움으로부터 안전해지기? 나의 부족함을 메꾸기?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기? 


이별 후 아픔을 해부하듯 파헤치다 보면 그 안에 나에 관한 중요한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살고 싶은 삶도, 채우고 싶던 심리적 결핍도 담겨 있습니다. 삶의 가치관을 세우는 데 필요한, ‘나에게 중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담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느끼고 있는 아픔이 아플수록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이 그곳에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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