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낭비라는 자괴감
이별 후 아픔을 더욱 괴롭게 만드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감정에 머무는 것이 ‘시간 낭비’라는 생각입니다. 생산성은 현대인에게 참 중요한 이슈이죠. 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해 내는 것이 경쟁사회에서 앞서 나가는 기분을 안겨 줍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오직 여유와 멈춤, 오랜 시간 숙성을 통해서만 지혜로워질 수 있는 마음이란 게 있습니다. 마음은 효율과는 도통 거리가 멀게 작동합니다. 시간과 여백이 필요하죠.
마음의 요양을 허락하기
이별하고 힘들어하는 마음에게 쓸데없는 일에 감정을 낭비한다고도 말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울어서 뭐 하냐고 말이죠.
심리상담사로서 또 한 번 강조하자면 아픈 마음 안에는 나에 관한 귀한 정보들이 담겨 있습니다. 이 정보들은 당장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알려줍니다. 삶의 방향을 정하고, 나다운 선택을 알아가고, 선택에 확신을 갖게 해주는 단단함의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별 후에 아픔을 마음껏 음미할 마음의 요양을 허락해 주어야 합니다. 아파할 시간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너무 바쁘게 살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살펴보기가 어렵습니다. 몸의 요양이 누워서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 마음의 요양에는 외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부나 다이어트 목표를 세운다거나, 혼자 쓸쓸하지 않도록 주말마다 약속을 잡는 것. 모두 마음 아파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입니다.
마음의 상처에도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몸을 다쳤을 때 치료의 골든 타임이 있습니다. 이별하고 느끼는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흩어지는데요. 뜨거운 골든 타임이 지나가 버리는 것이죠. 아픔이 희미해지고 나면 그것의 의미를 찾기가 참 어렵습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간 눈앞에 놓인 현실의 무엇을 놓치지 않을까 초조한가요? 마음 돌봄과 자기 성찰에도 중요한 시기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 같은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